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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얼굴(유명인 사진전에 대한 단상)

김승재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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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얼굴에 대해서 / 인물사진

친구의 얼굴을 생각해 보자.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얼굴을 기억해 볼 수 있겠는가? 그 첫인상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친구의 얼굴과 동일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전혀 없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친구의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하고는 전혀 다르다. 같은 사람으로 느낄 수는 있으나 오히려 그것은 감성적, 직관적 판단이 아니라 이성적 논리적 판단일 뿐이다. 이를테면 그 얼굴은 누구 누구 이니 내가 지금 얼굴을 조금 다르게 기억하더라도 두 얼굴은 같은 사람의 얼굴 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객관적으로 그 얼굴은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같을 얼굴일 수 밖에 없다. 노화현상은 일단 배제하자. 그러나 오늘 내가 보는 친구의 그 익숙한 모습은 첫 인상과 확실히 다르게 느낀다. 이에 대한 강한 증거가 있다. 길을 걷다 본 사람 중 친구와 닮은 사람을 발견 했을 때이다. 물론 우리들의 기억속에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얼굴의 형태와 평균적인 얼굴의 형태가 선입되어있으므로 친구와 비슷한 얼굴의 형태를 발견하더라도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나의 생각은 항상 동일했다. 친구의 얼굴이 항상 그 우연히 발견한 친구와 비슷한 얼굴보다 더 잘생겼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얼굴에 대한 기억의 중첩이다. 다다음달에 한 살이 되는 우리 딸은 대부분의 다른 아가들에 비해서 이쁘다. 그러나 모든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귀엽기 짝이 없는 내딸의 얼굴에는 그 동안의 귀여운 얼굴들의 기억이 겹쳐져 있다. 즐거운 기억이 더 오래가고 남는다는 것은 일반 사실일 것이다. 당연히 나에게는 우는 얼굴도 귀엽기만하지만 해맑게 웃는 얼굴은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 지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수의 얼굴도 나는 그 기억과 함께 보고 있다. 좀더 간단한 예를 들어서, 오늘 처음으로 어떤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고 치자.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여전히 새롭기는 하나 지금 보고 있는 그 친구의 얼굴에는 어제 본 그 얼굴의 기억이 겹쳐져 있다. 그 기억을 떼어 낼 수 있을까? 어제 처음 본 그 얼굴과 지금 보고 있는 어제의 그 얼굴을 생각나게 하는 지금을 분리 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내 생각으로 이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듯이 보인다.

가능한 결론들은 첫째, 내가 보고 있는 오늘 내 친구의 얼굴에서 첫인상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첫인상과 연속적인 기억으로 중첩된 오늘 내 친구의 얼굴은 비슷하다고 느끼는 낯선 이의 얼굴 보다 더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현상을 인물사진에서의 생각으로 확장시킨다. 이 생각은 예술의 범주에 들어있는 유명인의 사진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까 이미 언급했다시피 우리는 이 유명인들의 사진에서 영화에서 보여준 그 멋진 모습들의 기억에서 분리 될 수가 없다. 미술을 생산하는 일인으로서도 객관적인 판단을 반려하고 한 관객으로서 주관적은 느낌과 과거의 기억에 도취되어 있기는 꽤 어려운 일이 된다. 어떻게 하겠는가? 예외란 없다. 나는 이 사진이 왜 좋은지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 속에 과거에 이미 봐왔던 영화나 광고판의 모습들의 기억은 그 객관적 판단의 시도조차 하기 어렵게 만든다. 평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곤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명인의 사진을 폄하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는 그 사진들을 볼 때 작품으로서의 판단은 쉽게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 즐기기만 한다면 무엇이 문제이랴. 이 것은 또한 사진이 가진 정보량에 대한 보다 확장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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