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디지털로 변형
방재식 2009.04.14 2806
사진이라는 용어 대신, 이미지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진'은 일본 쪽에서 사진과 함께 들어온 용어로, 참된 것(眞)을 그대로 베낀다(寫)는 뜻인데요. 그건 옛날 그림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지금은 사진이 진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가 아닌가요? 외눈백이 카메라가 들여다볼 수 있는 현실에는 한계가 있지요.

만일 사진이 '진실'에만 봉사해야 하는 하녀가 아니라면, 무엇을 해도 자유가 아닐까요? 옛날에는 단순했지요. '회화적인 사진'. '기록적인 사진'이 있었을 뿐이고, 20세기도 중반 넘어서야 보도사진, 순수사진, 상업사진, 과학사진 등으로 갈라지게 되고, 또 순수사진은 흑백, 컬러, 예술, 스트레이트, 풍경, 인물...... 이렇게 수도 없이 갈라졌답니다. 상업사진도 마찬가지지요. 요리, 전자제품, 화장품, 패션, 자동차, 인테리아....

사정이 이러니 은염사진이고 디지털사진이고 구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됩니다. 그 이미지가 무엇을, 어떻게, 왜 찍은 것인가,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맞는가... 이런 것들로 평가하게 되지요. 은염사진은 결국 과거의 사진의 과학사 가운데 하나로 편입될 겁니다. 다게레오타입이나 시아노타입이나 틴타입처럼요.

오리지널이요? 똑같은 이미지를 수없이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사진에서은 기본적으로는 이미지 자체의 원본의 개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술작품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어떤 작가 자신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원본이 되겠지요. 오리지널에는 데이터 뿐만 아니라 작가의 고유한 철학이나 개성, 아니디어, 독창성 같은 개념들도 포함됩니다.

레이어 합성 같은 방법으로 원본사진을 변형시켜서 비슷한 작품을 만든다면, 그건 도용으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됩니다. 법율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서받기 힘든 범법행위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든 사진이 충분히 독창성(가령 패러디나 비판 목적 같은)이 인정된다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비록 디지털로 찍고 프린트해서 만든 작품일지라도, 작가 자신이 수량을 한정적(에디션)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프린트에 일일이 서명을 했다면 그게 원본이 됩니다. 그건 은염사진에서와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도 디지털사진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데이터를 복사해서 거기서 똑같은 프린트를 만들고 가짜로 서명했다면, 또는 비슷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했다면 그것은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원본과는 다른 것이 되겠지요.

디지털과 인터넷시대로 접어들면서 저작권 문제는 지금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지적 재산권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만, 당분간은 혼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의견등록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3,705명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