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Lee, Jae Gab
이재갑 - 그림자가 일어섰다展 2016.09.05
류가헌(02-720-2010)
2016-09-06 ~ 2016-09-18
2016-09-07 오후 6시
이재갑 - 그림자가 일어섰다展

그림자가 일어섰다
- 이재갑 사진전 <그림자가 일어섰다> 9월 6일부터 류가헌에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어두운 동굴 혹은 터널일 뿐이지만 그곳은 일본 오사카의 ‘다카츠키 다치소’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의 주요 부품을 만들고 저장하던 곳이다. 땅 속 깊이 십 미터가 넘는 큰 지하시설을 만들기 까지 3,500명의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동원되었다. 사진가 이재갑이 그곳에서 셔터를 누를 때, 그의 그림자가 우뚝 일어섰다. 곧추선 그림자는 사진에 크고 짙은 얼룩으로 남았다.

발아래 붙어있어야 할 그림자가 일어선 것은 그때 한 번의 일이 아니었다.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서 똑딱거리는 초침소리를 들었을 때도, 베트남 전쟁 증오비 앞에서 너울거리는 나뭇잎을 보았을 때도 그림자는 일어섰다. 무슨 말을 하려는 양 검은 형체는 일어서고 매달리며 카메라에 담겼다.

그렇게 그림자는, 혼혈인 1, 2, 3 세대들에 대한 기록 <또 하나의 한국인>,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사건을 담은 <잃어버린 기억>,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남겨진 건축물을 찍은 <식민지의 잔영>, 일본 내 조선인 강제 연행 지역과 관련된 유산을 기록한 <상처 위로 핀 풀꽃>, 베트남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로 인해 세워진 증오비에 대한 작업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까지 내내 사진 속에 남았다. 때때로 다른 형체와 흔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림자는 이재갑 자신이었다. 사진가로서 결벽이라고 할 정도의 작가정신을 가진 그이지만, 작업 과정 안에서 이따금 동요할 때가 있고 심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게 엮어낸 작업들 뒤에는 늘 이재갑 자신이 사진 속에 남았다. <그림자가 일어섰다>의 사진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역사를 말하지만 그것은 멀리 흘러가버린 타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다가설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 ‘그림자가 일어섰다’는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민음사, 2010)에서 빌려온 표현입니다.

전시문의 : 갤러리 류가헌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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