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이성균 사진전 i saw 2012.03.08
갤러리엠
2012.3.21-3.31
이성균 사진전 i saw

자연을 보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처음 보는 것임에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을 자아낸다. 보통의 눈에서 발견될 수 있는 풍경에 억겁의 시간을 담는다. 현재보고 있는 상황보다 보았던 기억속의 영상이 첨가되어 이미지의 중층 구조를 형성한다. 본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그려낸 풍경이다. 그러면서 시선에 멈춘 풍경 자체만으로도 정겨운 우리네 감성을 머금는다.
풍경에 이는 바람은 아빠의 가슴에 안겨든 작은 아이의 촉촉한 피부다. 때로는 봄날, 졸음을 막지 못해 까닥거리는 아이의 볼 살에 빛나는 햇살이 된다. 맑게 빛나는 보송보송한 솜털을 볕이 헤집는다. 볕은 보석이 되고 바람이 된다. 이것이 이성균의 사진이 주는 마음같은 풍경이다.

이성균의 사진에는 사진 자체가 주는 새로움이 있음에도 겉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풍경에 담긴 마음과 감정이 숨어 있다. 여기에 그는 사진기라고 하는 통속적 기계에 예술의 의미를 가미시켜나간다. 특히, 2012년 이번 전시에는 이전의 꽃이나 기물들에서 벗어나 자연의 풍경에서 감성을 찾는다. 연출되지 않은 자연에서 발견된 연과 대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연과 대나무는 전통적 동양회화에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다. 연은 시대와 지역은 달라도 청정과 청결, 순결과 새로운 탄생이라는 의미로 많이 그려지고 장식화 된 식물이다. 물과 진흙에서 자라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군자의 청아함과 고졸한 모습으로서 재생과 무한의 생명을 상징한다. 대나무 또한 동양의 철학에 있어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었다. 중국 송대의 소식이라는 사람은 대나무를 그리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 대나무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흉죽성죽(胸中成竹이)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성균이 렌즈에서 포착된 대나무 이미지가 이러한 동양정신에 닿아있다.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듯 하나 마음속에는 대나무의 세계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향이나 구성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고결함이 있다.

이미지의 중층 구조다. 한 장면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긴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있는가 하면, 때 이른 반팔을 자극하는 차가운 바람이 공존한다. 물결에 잡힌 연이 있으면서 물에 갇힌 연이 있다. 녹색의 숲을 흑백으로 고정시켜 흐름을 잡아둔다. 단색이지만 녹색이 있고 노란색이 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포근한 인정의 향내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있다. 그저 존재하는 대상에 거부감 없이 살아가면서 삶의 원론적 의미에 정신성을 추구한다. 도시에 살면서 시골에서 발견되는 풍경을 통해 도시의 혼잡함을 이야기하고, 도시의 어느 곳에 있음직한 이미지로 시골의 한적함을 담아낸다. 이것이 그가 가진 풍성한 정신성이다.

담담한 생활현장에서 출발하면서 철학적 접근을 위한 태극이 있다. 순응과 순환을 위하여 더 큰 것을 찾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표현한다. 이러한 마음을 이미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너무나 일반적이다. 일반적이면서 특별하다. 그는 자연의 풍경을 마음에 품은 후, 새로운 풍경을 심상에 그리는 화가가 된다. 세상을 거스르지 않은 수준을 즐긴다. 특별한 무엇을 찾기 보다는 주어진 풍경에서 특별함을 제공 받는다. 보통의 일상의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음에 멈춤과 움직임, 흐름과 정지의 영속성을 각기 다른 이미지로 재현한다. 얼음에 갇힌 연잎은 얼음이 녹는 날을 기다리며,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무한의 생명을 머금은 대나무 숲은 언제가 정지될 상황을 예견한다. 여기에 아름답다는 자연미가 부가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정신으로의 진행이다.

박정수(미술평론가, 아트피플 편집장)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790명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