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노순택 사진전 - 어부바 齬蜉波 2013.04.18
류가헌
2013.05.07-05.19
노순택 사진전 - 어부바 齬蜉波

‘어부바’는 묻는다, 이대로 괜찮으냐고
-노순택 사진전 <어부바> 5월 7일부터 류가헌

부모가 아이를 업고 있는 이미지 하면 박수근의 ‘나무와 여인’(박완서의 나목으로 익숙한)이 떠오른다. 사진 쪽에서 찾자면 펄펄 눈 내리는 초가 앞에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선, 강운구의 ‘수분리’ 여인을 들 수 있겠다. 둘 다 눈물겨운 풍경이다.

박수근이 그린 1960년대, 강운구가 찍은 1970년대에 그랬듯이, 사람들은 오늘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업는다. ‘어부바’한다. 그런데 이 어부바는, 정말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이기만 한 걸까?

사진가 노순택이 2010년 서울 세종로에서, 을지로에서, 2013년 경기도 고양에서, 경북 용궁리에서 찍은 사진들 안에서도 부모들은 아이를 업고 있거나 목에 지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역시 눈물겨운 풍경이다. 하지만 이 눈물겨움은 6, 70년대 그림과 사진 속의 그것과는 어딘지 다르다.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사진 속 그로테스크를 깨닫는 순간 촉발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에 인간만큼 오래 부모의 품에 안겨 지내는 생명체가 있을까 어부바는 인간의 유약함을 표상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에 인간만큼 오래 부모로부터 지혜와 권세와 돈을 지원받는 생명체가 있을까 어부바는 인간의 강인함을 표상한다.’

작가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순택은 우리 시대의 ‘어부바’를 예각으로 바라보았다. 유난히도 ‘효’를 강조하고, 유난히도 ‘자녀 교육’을 강조해 온 한국사회는, 사실상 아이들이 전권을 쥔 사회라는 게 그의 시선이다. 아이를 향한 헌신과 뜨거운 교육열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이었지만, 동시에 한국사회를 모순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원인도 제공한 것이다. 그런 작가의 눈에 부모가 아이를 업은 행위, 혹은 아이가 부모에게 업힌 형태인 ‘어부바’는, 아이들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과 희생으로 뒤틀린 한국사회의 한 상징이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이기도 한 작가 자신의 가정에서, 이웃들과 주변 친구들에게서, 사회적 현장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상징.

그리고는 모두가 행복한 가정과 가족관계를 이야기 하는 ‘가정의 달’ 5월에, 우리에게 사진으로 질문을 던진다. 노순택의 신작 <어부바>가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분단 현실에 주목한 <분단의 향기> <얄읏한 공>, 잊혀져가는 5.18 광주를 다룬 <망각기계> 등과 비교할 때 다소 예외적 사진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분단 역시 작가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사회 풍경을 바라본 것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 자녀 양육의 현실을 다룬 <어부바> 또한 동일한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이다.

노순택 사진전 <어부바>는 7일부터 19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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