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훈
제 3회 온빛사진상 성동훈 사진전 - 강제된 이름, 코피노 2014.03.03
류가헌
2014.03.04-03.09
제 3회 온빛사진상 성동훈 사진전 - 강제된 이름, 코피노

‘코피노’를 아시나요? 참담한 현실을 담담히 기록한 역설

-제3회 온빛사진상 수상작, 성동훈의 <강제된 이름, 코피노>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가들이 제정한 사진상인 ‘온빛사진상’이 올해도 사진계 안팎의 관심 속에 수상자를 배출했다. 제1회에는 늙은 노모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한설희 작가의 <노모>, 제2회에는 선생님으로서 학교 현실을 기록한 김석진 작가의 <지속되는 과도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3회인 올해, 50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과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최종 수상작은 어떤 사진일까.



쌍용차, 한센병,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아낸 작품들과의 경쟁 끝에 최종 선정된 수상작은 성동훈 작가의 <강제된 이름, 코피노>다. ‘코피노’는 필리핀에 남겨진 한국인 2세를 가리키는 용어. 즉 한국인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나, 한국인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편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필리핀에는 현재 1만 명이 넘는 코피노들이 있다고 한다. 강렬한 흑백사진 속에 참담한 현실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 낸 <강제된 이름, 코피노>는, 성동훈 작가가 4년이라는 시간동안 필리핀을 방문할 때마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여까지 코피노 가정에 직접 머무르며 작업한 사진들이다.



“작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진으로 이들을 찍어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고, 모두 슬럼지역이어서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현지의 아이들이 ‘당신이 우리를 도와줄 길은 그 카메라를 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여행 중 우연히 알게 된 코피노라는 존재와 이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코피노의 상황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으나 작업을 지속해가면서 기록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먼 스토리보다는 기록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 코피노들의 얼굴과 그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삶의 현장까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진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최대한 정직하게 바라보고 진실하게 담아내려 노력한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눈앞에 실재하는 일들을 담담히 뷰파인더로 바라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으로도 셔터를 누를 것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한다. “아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이 잘못된 사회적 현상이 언제쯤 끝이 날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머문 자리에 남은 비극적인 흔적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힐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으로 기록 할 것입니다. 코피노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에 주목한 작업도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제3회 온빛사진상 수상작 <강제된 이름, 코피노>는 3월 4일부터 9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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