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태 Hwang, Ku Tea
황규태사진展 2004. 03. 17
갤러리 인 Gallery IHN
2004. 03. 17 - 04. 07
황규태사진展

이번 갤러리 인의 황규태 개인전은 1975년 미국 LA의 Shinno 갤러리에서의 전시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상업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인 셈이다. 그동안 1994년도 워커힐 미술관, 1998년도 금호미술관, 2001년도와 2002년도에 걸쳐 열렸던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열렸던 그룹전을 통해 황규태의 작품을 접해오긴 했지만, 이번 전시는 화랑에서 열리는 최초의 것이니 만큼 그간 미발표되었던 작품들 중에서 꽃, 구름과 같이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떠도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과 가장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열렸던 “여섯 사진작가의 여섯 개의 코드읽기”전에서 보여졌던 그의 작품들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이 두 전시에서 그는 TV나 컴퓨터 모니터의 픽셀, 알록달록한 컬러의 알약 등을 찍어서 거대하게 확대하는 작업, DNA를 조작하여 생산된 미래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화려한 컬러와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감각적이고 명쾌한 경이로움을 주었다. 사용하기 시작한지 약 5년 정도가 되었다는 컴퓨터 프로그램 포토샵을 통해 그는 보다 자유로운 이미지의 변형과 생산을 즐겨왔고 이러한 자유로움이 작품 곳곳에서 베여 나와 유쾌한 즐거움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주로 서정적인 느낌의 꽃, 물, 구름, 씨, 먼지 등의 작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이다. 이 사진들은 99퍼센트 스트레이트 사진들로서 그가 5-6년 전에 찍어두었던 것들이라고 한다.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하나같이 작고 손에 잡히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이 사진들 역시 극사실의 접사촬영과 과장확대로 일관하고 있다. 지구 밖 저 머나먼 우주에서 보자면 구름, 꽃잎, 또한 인간은 하나의 점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미세한 것들이고, 허공을 부유(浮遊)하는 하찮은 먼지와 같은 존재일진데, 황규태는 지구, 서울, 어느 이름 모를 동네에서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삶이 실상은 떠다니는 구름이나 바람에 날려 허공을 맴도는 한 장의 꽃잎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빗대어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떠도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은 황규태가 예전 어떤 유행가의 제목을 전용한 것으로서, 극사실적이고 과장하여 확대된 이미지들에서 느껴질 수 있는 긴장감을 살짝 풀어주고 있다. 너도나도 우리 모두는 떠도는 것들 중의 한 점이고 그 중 어느 한 점은, 그의 거울이며 진한 철학적 실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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