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영
김두영 - 新규중칠우쟁론기 I.MY.ME展 2017.05.22
류가헌(02-720-2010)
2017-05-16 ~ 2017-05-28
김두영 - 新규중칠우쟁론기 I.MY.ME展

‘규중칠우’ 사물에 투영한 내면의 감정들
- 김두영 사진전 《新규중칠우쟁론기》 5월 16일부터 류가헌에서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조선시대 쓰인 소설 『규중칠우쟁론기』의 ‘주부인’이 바느질에 쓰이는 일곱 가지 물건들이 각자의 공을 다투자, 아무리 이들의 공이 크다 한들 자신의 공에 미치지 못함을 책망하는 말이다. 조선시대 주부인과 규중칠우가 그랬듯, 지금도 예술가들의 작업실에서는 작가와 도구가 끊임없이 다투고 대화를 이어가며 자국을 남기고 작품을 만들어 간다.

김두영의 《新규중칠우쟁론기》는 제목 그대로 규중칠우쟁론기에서 시작된 사진작업이다. 의인화된 도구들과 주부인의 이야기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그는 작업실에 앉아 몇 시간이고 가죽공예를 이어가고 그 끝에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일을 좋아했다.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홀로 익히고 씨름하며 시작한 일이었기에 더욱 애틋했다. 여러 작품을 만드는 사이 도구들은 닳아 처음의 빛을 잃기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그 낡음과 자국을 통해 도구들은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어갔다. 어느 날부터, 시간이 베인 가죽공예의 ‘칠우’를 카메라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큰 상실을 겪은 후, 그 텅 비고 조각난 공간과 시간들을 꿰매기 위해 시작한 것이 가죽공예였다. 그리고 가죽공예보다 먼저, 한 컷의 사진으로 ‘나’를 담고 싶어 시작한 것이 사진이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온전히 자신을 담은 사진은 쉬이 찍히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아 가죽을 만지며 밤새 머무르던 작업실에서 김두영은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오브제가 거기 있음을 깨달았다. 손에 익은 가죽공예 도구들이야 말로 자신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상실감이나 우울함이 밀려올 때 혹은 정반대로 기쁨이나 즐거움이 찾아올 때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함께 호흡을 맞추던 것들이었다.

소설 『규중칠우쟁론기』처럼 도구들은 각자의 공을 다투듯 상처를 가득 갖고 있다. 실은 잘리고, 바늘은 끝이 닳고, 매트는 그리프(치즐) 자국으로 빼곡하다. 작가의 손끝에서 비롯된 그 문양들은 마치 사물의 외양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듯 하다.

도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김두영은 가죽공예를 하던 시간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의 감정들까지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이번 작업을 두고 “나 스스로를 내려다보는 어떤 점검이며 홀로서기의 출발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新규중칠우쟁론기》는 소설 『규중칠우쟁론기』의 순서에 따라 가죽공예의 칠우를 찍은 사진이지만, 실은 은유를 통해 작가 자신을 찍은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이다. 전시는 5월 16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류가헌 전시 2관에서 계속된다.

전시 문의 :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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