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김진호 - 흐르는 나무와 서 있는 강展 2019.04.09
포트폴리오 갤러리()
2019-04-09 ~ 2019-04-21
2019-04-13 오후 17시
김진호 - 흐르는 나무와 서 있는 강展

그곳 :
프랑스의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긴 강을 따라 크고 작은 고성과 푸른 포도밭이 자리 잡고 있다 .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과 숱한 역사적 흔적을 머금고 있는 루아르 Loir 이다 .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부터 강을 따라 긴 계곡으로 이어지는 루아르 밸리는 오를레앙 , 투르 , 엉제 , 낭트를 중심으로 4 개 지역으로 나뉘며 , 지역별 토양과 기후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의 와인을 뽐내는 내추럴 와인의 성지이다 . 이 지역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재래 농법을 기반으로 아버지 , 할아버지 , 할아버지의 아버지까지 몇 대째 포도밭을 일궈오고 , 직접 파서 만든 동굴에 와인을 보관한다 .

그날 :
사진 속 장소는 루아르 강의 중앙부 , 즉 미들 루아르 부근의 작은 습지이다 . 작가는 촬영차 방문한 지역의 한 와이너리의 생산자를 만나기 전 , 잠깐의 여유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마주한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 그 시기 유독 많은 비가 내렸고 , 그로 인해 습지는 수위가 특별히 높은 상태로 물안개 자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물 , 나무 , 흙과 안개를 휘감은 공기를 따라 떠도는 작가의 시선을 좇는다 .
흑백의 루아르는 땅의 기운으로 가득 차있다 . 그 기운을 그대로 품은 재료가 첨가물 없이 시간이 쌓여 자연스레 발효된 루아르 와인의 맛과 향은 숱한 우연의 조합이다 . 기다림의 시간 , 설렘과 긴장의 마음과 태도 , 특정 강수량과 일조량이 만나 우연히 작가의 사진에 담긴 그날 그곳의 풍경은 그해 , 그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주조한 와인의 심상과 매우 닮았으리라 . 신선하고 풍부하며 군더더기 없는 사진을 바라보며 그곳의 공기와 소리 , 내음 , 그리고 맛을 만나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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