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An, See Hong
안세홍 -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展 2015.07.17
류가헌(02-720-2010)
2015-08-04 ~ 2015-08-16
안세홍 -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展

강렬한 색으로 압축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응어리진 삶

앙상한 어깨와 목에는 주름이 켜켜이 겹쳐있다. 흐트러진 머리칼 아래,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날카로운 눈초리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생 앞에서도 강렬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그녀의 존재를 말한다. 끝나지 않은 역사로 아직 살아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에게 폭력과 성적모욕을 당해야만 했던 16살의 소녀였다. 전쟁은 70년 전에 이미 끝났지만, 피해 여성들은 한국에, 중국에, 그리고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에 남겨졌다.

사진가 안세홍은 20여 년 동안 수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아시아 각지에 남겨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마주했다. 그 시간 속에서 그네들의 모습 속에 담긴 진실을 순간순간 사진으로 포착했다. 깊게 패인 주름, 글썽이는 눈망울, 한 맺힌 목소리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삶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작가는 그 증명과 진실의 기록을 ‘겹겹’이라는 제목으로 엮었다.

‘겹겹’은 피해 여성들의 깊게 패인 주름과 70년 동안 가슴에 쌓여 온,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한'을 의미한다. 2003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작은 힘이 모여 매년 사진전뿐만 아니라 역사를 알리기 위한 강연회, 의료지원까지 ‘겹겹’이라는 이름 아래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열리는 <겹겹 – 지울 수 없는 흔적> 사진전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의 사진들은 다음 희망해 펀딩과 전시 프리뷰를 통한 모금,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전시장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람들의 마음이 쌓여 두터워진 만큼 그 내용도 한 층 두터워졌다. 지난 2013년 류가헌에서 전시된 <겹겹 –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대비가 강한 흑백 사진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에 남겨진 피해 여성들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사진전은 색이 또렷한 컬러 사진을 통해 아시아 곳곳의 피해 여성들을 보여준다. 각 국가의 고유하고 강렬한 색감은 그들의 응어리진 삶을 압축해서 표현한다.

안세홍 작가는 오늘도 여전히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그들의 문제는 현존하는 역사이며, 모두의 문제인 까닭이다. 전시는 70주년 광복절이 있는 8월 4일부터 1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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