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Cho, Mun Ho
조문호 개인전 ˝산을 지우다˝ 2008.08.01
통인옥션갤러리(02-733-4867)
2008. 8. 6 ~ 21
2008. 8. 16 (수) 오후 5시
조문호 개인전 ˝산을 지우다˝



산을 지우다

물질문명에 잠식되어 사라져 가는 두메산골의 정취와 사람들을 담아내고자 아예 강원도 정선의 만지산 자락에 똬리를 튼지 10년이 넘은 사진작가 조문호의 ‘산을지우다’ 전시가 8월 6일부터 21일까지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린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인식된 그에게 이번 전시는 약간 의외이기도 하다. 앞선 전시들을 통해 그는 사진기를 가지고 일상과 자연 도처에 숨은 빈자리들을 찾아내 채웠다. 하지만 세상의 빈자리라는 게 채우면 채울수록 더 넓어지고, 이 빈자리가 실은 작가가 품은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빈자리 채우기는 결국 절망스런 몸짓이 되고 만다.

그래서 그는 이제부터 비우고 지우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마치 산을 지운 듯한 느낌을 끌어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입자를 거칠게’ 하는 최소한의 기교만을 행사한다. 조문호 사진 속의 산들은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 자신의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운해로 뒤덮인 산들은 돌연 섬이 되기도 하고, 산의 골이 나타났다 숨었다 숨바꼭질도 한다. 몇몇 사진은 안개무지가 너무 심해 산을 도륙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몇몇은 이게 무언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싶으면 은근하게 나타난다.

어떤 사진은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지워져 있어 산의 형체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 사진들에 터럭만큼의 인위도 개입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지움의 최소한의 기교를 통해 작가는 자신을 지우는 행위를 넘어 점점 더 결벽주의자에 가까워진다. 하나의 광학적, 화학적 과정을 넘어, 하나의 인간적 행위를 넘어, 더 나아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과 같은 그의 이번전시 ‘산을 지우다’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 지치고 떼묻은 영혼을 쉬게 해주는 값진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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