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Kim, Young Gil
김영길 사진전 - 내성천 2013.08.29
류가헌
2013.09.03-09.08
김영길 사진전 - 내성천

빛의 언어로, 강의 말을 옮기다
- 김영길 사진전 <내성천> 9월 3일부터 8일까지 갤러리 류가헌

내성천은 낙동강의 지류다. 소백산맥의 남쪽 기슭인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시와 안동, 문경을 거쳐 낙동강 상류로 흘러든다. 총길이 100km에 달하는 물길의 이쪽저쪽에 강변살이 사람들의 삶과 우리 땅 산천의 풍경을 안고 장구한 세월을 흘러왔다. 이제 그 내성천은 은빛 모래를 빼앗긴 낙동강과 함께, ‘4대강 사업’의 대표적인 희생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많은 사진가들이 강으로 향했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강바닥이 파헤쳐지면서 붉게 분노하는 흙탕의 강물과 포클레인 소음에 진저리치는 강변들을 사진에 담았다. 2010년 5월, 류가헌에서 열 명의 사진가들이 전시한 <강강강강> 사진전도 그 하나다.

오는 9월, 류가헌에서 다시금 ‘4대강’에 관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가 김영길이 1년 넘게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 1백 킬로를 두 발로 걸어서 작업한 <내성천>이 그것이다. 하지만 김영길의 <내성천>은, 같은 뜻이되 표현의 방식은 다르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인 강이 오랜 세월 자연스레 지녀 온 원형적인 아름다움을 통해서 ‘4대강 사업’이라는 인간이 패악에 조용히 항거하고자 한 것이다.

“댐이 만들어지면 수몰될 지역 범위에서 주로 촬영 작업을 했습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지역에서보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금강마을 일부 구간을 사진으로 담을 때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곳에서 강의 순수하고 원형적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강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강의 말을 옮기려 한 것이 <내성천>작업입니다.”

사진 속에서, 강은 말한다. 잔잔한 물결 위에 반짝이는 윤슬로, 뿌리를 강바닥에 둔 풀들의 흔들림으로, 모래 위에 물살이 새기고 간 흔적으로, 달을 품었던 물빛으로... 이제 곧 콘크리트에 가로막히게 될 ‘흐르는 말씀’이다.

“작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생명이 다시 되살아나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국가로 환수되어 경작을 하지 않게 된 내성천변의 논들에 원앙을 비롯한 새로운 동식물들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 또한 강과 자연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믿는다. 자신이 ‘사진 하는’ 의미를 거기에 두고, 앞으로도 그 강의 말을 옮기려 내성천으로, 낙동강으로 걸음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영길 사진전 <내성천>은, 9월 3일부터 8일까지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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