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 - 밤의 공항에서展
류가헌(02-720-2010)
2019-04-30 ~ 2019-05-12
2019-05-01 오후 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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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연착, 남겨진 표정들과 만나다.
최갑수 사진전 《밤의 공항에서》
-4월 30일부터 류가헌에서
“여행을 하며 나는 일부러 한 발 늦게 도착하곤 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은 표정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내는 동작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의 연착은 언제나 의도된 것이었다.” - 작가노트 中
시인 최갑수가 사진가가 된 것은, 여러 매체에서 여행기자로 일을 하면서부터다. 따로 사진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그는 편견 없이 주변에 열려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사진을 배울 수 있었다. 시인으로 살면서 시를 ‘온몸으로 밀어 본’ (1)힘이 있었던 덕인지, 그는 오랫동안 글을 써왔듯 매일 사진을 찍었다. 실전으로 뛰어들어 몸으로 먼저 익힌 것이다.
여행을 떠나서, 그곳의 풍경과 사람을 담았으니 틀림없이 그의 사진은 ‘여행사진’이지만, 어쩐지 그렇게만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견 그의 사진은 파스텔 톤의 회화 같기도,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세상을 구성하는 색깔 중에서 산뜻하고 눈부시고 경쾌한, 무게가 나가지 않는 색들만 사진의 입자를 이룬 듯하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배경은 아름답고 환상적일지라도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쓸쓸함과 그리움, 깊은 고독감 같은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가가 시인의 눈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았기 때문일 터이다.
2000년, 그는 자신의 첫 시집 《단 한 번의 사랑》에서 ‘나는 부랑자나 방랑자가 되었어야 한다.’라고 쓴 바 있다. 그것은 예언이었을까. 지금도 그는 호텔의 창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을 보며 아침을 맞는다. 때문인지 그는 지나가는 시간에 대해 더욱 각별하다.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지는 하루.’ 20여 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도시들을 다닌 사진가는 자신이 보낸 시간을 그렇게 표현했다.
류가헌은 사진가가 보낸 ‘하루’들을 모아 《밤의 공항에서》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을 연다. 리스본, 멜버른, 애들레이드, 시애틀, 루앙프라방, 도쿄, 팔레르모, 상하이, 이스탄불, 카이로, 아디스아바바, 더반, 두바이, 런던, 류블랴나, 더블린…. 그동안 사진가가 다닌,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도 벅찰 만큼 많은 도시들과 그 속의 인물들, 그 다채로운 풍경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실로 설레는 일이다.
이번 《밤의 공항에서》 사진전에서는 사진과 더불어 아포리즘 같은 시인의 산문을 담은 동명의 신간 포토에세이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30일부터, 류가헌 1관에서 열린다.
(1)“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김수영 전집》, 김수영,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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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최갑수 - 밤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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