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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상 인터뷰, <한국사진의 프론티어>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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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인터뷰는 최건수의 인터뷰집 <한국사진의 프론티어> 중 방병상과의 인터뷰 내용이며, 자료는 방병상씨가 제공해 주셨습니다.
2000년 ‘젊은 사진가상’과 2003년 ‘다음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신인 사진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어떤 작품들이었죠?
- ‘젊은 사진가상’은 <붉은 길(Red Road)>시리즈의 포트폴리오로,‘다음 작가상’은 <루킹 엣 더 써니싸이드(looking at the sunny-side)>의 작업 기획안을 제출한 것이 받아들여져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들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색깔을 드러낸 것이고, 그것을 인정받았기에 의미가 각별한 것 같은데….

(좌) 'Untitled#2'from the series Redroad, c-print, 80×100cm, 1998
(우) 'Untitled#1'from the series Flowers, c-print, 80×100cm, 1999
- <붉은 길>시리즈는 여성의 몸과 그들의 의상 텍스추어를 통해서 드러난 여성적인 특징과 섹슈얼리티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1998년에서 2001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 작업의 특징은 대상의 심리적 긴장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 파인더 기법을 쓴 것입니다. 이 무렵은 IMF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였지요. 저 역시 직장 생활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번민하던 때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노 파인더라는 극단적인 프레임이 이 무렵의 저의 입장과 사진적 태도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2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의 어떤 성적 결핍과 여성 신체를 바라보는 관음증에 대한 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작업이기도 하지요.
<붉은 길>시리즈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플라워즈(flowers)>에서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뿐 아니라 의상에 프린트된 꽃무늬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길에서 부딪치는 여성의 앞가슴, 겨드랑이, 머리, 발, 엉덩이 같은 여러 신체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이와 같은 성적 호기심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러한 사실을 설문을 통해 자료화해서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루킹 엣 써니사이드*gt;시리즈는 우연히 한강을 지나면서 벚꽃축제에 몰려 든 군중들로부터 받았던 인상들을 작업으로 진행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래서 촬영 시에는 최초에 받은 인상들을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대상에 접근하는 시점의 변화라든가, 태도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도 곁들였지요. 이러한 실험들이 이후 작업 방향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예로, 이전에는 한 장의 사진에서 사진의 완결성을 찾았지요. 하나의 이미지에서 추상성과 비현실성을 동시에 획득하려 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야 이미지로써 완성도가 있다고 믿었어요.

(좌) looking at sunny-side #1, 3 screen projection, 2003
(우上) looking at sunny-side #2, triptych image, c-print, 80×300cm, 2003
(우下) looking at sunny-side #3, triptych image, c-print, 80×300cm, 2004
이러한 생각은 근대 사진의 영향 탓이기도 하지만, 이들 작업을 통해서 보다 유연한 사고로 전환되었어요. <루킹 엣 더 써니사이드>에서 대상을 풍경처럼 바라보는 3인칭적인 시점 뿐 아니라, 대상에 직접 개입하고자하는 1인칭적 시점으로까지 시각의 확장을 꾀한 것이 특징입니다. 트립틱(triptych) 방식으로 나란히 벽에 건다거나 쓰리 스크린 이미지(3 screen image)의 빔 프로젝트 방식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만들고, 일정시간 동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지요. 다시 말하면 대상을 촬영하여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연작 시리즈 방식과는 달리, 대상에 개입하고, 기획 연출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였지요. 곧 대상에 개입하는 저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사진이라는 틀을 벗어나 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작업 방식이 전통적 거리의 사진가(street photographer)의 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 1989년도부터 대학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에는 몇 권 되지 않는 번역서를 통해 사진사를 배웠지요. 1950년대의 로버트 프랭크와 윌리엄 클라인을, 1960년대의 게리 위노그랜드의 『사회적 풍경을 위하여』와 리 프리드랜드의 『셀프 포트레이트』사진집을, 그리고 1980년~1990년대 이후에 사회적 시각을 강하게 보인 마틴파와 앙드레아스 구어스키와 같은 유형학 이론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스냅사진의 형식을 취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리에서 작업한다는 것과 사진을 통해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작가의 작업은 평범한 일상의 소재든 시사적인 소재이든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거리에서 소재를 찾게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 속에서의 아이러니, 비현실, 사회와 나와의 관계 이 모두가 관심거리였습니다.
개별 작업들을 더 다루어 볼까요? 초기 작업인 <플라워즈>는 최근의 작업 방식과 다른 촬영(미시적)방법이지요. 여기서 꽃은 실제의 ‘꽃’이 아닌 여성의 옷에 프린트된 가짜 꽃이고…의도적으로 가짜 꽃을 찍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배경을 깔고 있습니다. 정지된 피사체와 흐르는 이미지가 거친 촬영 기법(노 파인더)으로 처리된 도발적 영상이 특징인데….
- 앞서 언급했지만 <플라워즈>시리즈는 노 파인더와 스트로보 기법을 사용해 거칠고도 동적인 이미지를 드러내지요.
이를 저는‘거리두기’라 하는데, 대상을 배경에서 분리시켜 강조되어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거리두기란 대상과 나, 배경사이의 미적 거리이지요. 저는 카메라를 통해 대상의 원근법을 확인하는 프레이밍 방법보다는 대상과 나, 배경의 심미적 구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반적으로 파인더를 보면서 대상을 확인하며 작업을 하게 되잖아요. 노 파인더 기법은 이러한 촬영자의 시선을 벗어나 기계에 의존하는 물리적 시각에 기대게 됩니다. 감각과 우연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움직이는 대상과의 거리와 속도, 렌즈의 화각과 피사계 심도, 스트로보의 밝기 등을 고려하여 <플라워즈>시리즈가 진행됐습니다.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점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도시는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꽃무늬 너머에서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지요. 도시와 꽃무늬는 긴장 관계에 있는 것입니까?
-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긴장이 아니라 화해라 할 수 있지요. 의상에 프린트된 꽃은 실제는 아니지만, 꽃이 인간에게 주는 판타지적 요소를 프린트된 꽃들로 표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꽃무늬라는 여성적인 요소를 도시의 물질적 속성과도 같이 비유한 것입니다. 보들레르가 도시의 물질적 속성을 화장술, 액세서리, 의상 등으로 꾸미는 물질적 속성과 동일하게 비유하여 표현한 것처럼,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의 소비적 행태와 도시의 물질적 속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워킹 인 어 스트레인지 시티(Walking in a strange city)>와 <인 그린 해븐(In green heaven)>그리고 <루킹 엣 더 써니사이드>이 세 시리즈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비교적 선명한 작업 같습니다. 또한 하나로 묶어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고….

(좌) 태평로1가, 비행기, 시리즈 중, c-print, 120×158cm, 2002
(우) 청량리역, 검은가방, 시리즈 중, c-print, 120×158cm, 2001
- 대상이 사물에서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요. 그것은 도시의 랜드마크적 공간과 조응하면서 드러나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가 시간에 도시의 휴식 공간들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움직임이지요. 또한 랜드마크적 공간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았지요. 제목의 처음에 지명이, 다음에는 장면에 대한 제목이 나옵니다. 앞은 공적인 것으로 객관적 설명이고, 뒤는 촬영자의 해석이 가해진 주관적 제목입니다. 예를 들면 ‘창덕궁/가이드’,‘태평로 1가/비행’같은 것 이지요. 한 장면에 객관적인 관점과 주관적인 관점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이미지의 다의적 해석을 가능케 하고 공간에 대한 유형을 주의 깊게 볼 수 있도록 하지요. 이런 공통점 속에서도 시리즈별로 대상에 대한 접근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워킹 인 어 스트레인지 시티>시리즈는 서울이라는 랜드마크적 공간 속에서 인물들의 제스처를 연출하지 않고 찍지만, 인물들은 마치 연출된 것처럼 표현되고, <루킹 엣 더 써니사이드>시리즈는 주말과 공휴일에 한강 시민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원경, 중경, 근경으로 분류하여 촬영 방법을 달리하였습니다. 근경 촬영에서는 대상 인물들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하여 그들의 소품을 이용케 했습니다. 연출된 상황이지만 그들의 심리적 반응과 순간적 표정, 제스처 등을 통해 마치 원경과 중경의 풍경 이미지처럼 한강의 분위기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해외나 휴양지를 이용하겠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민층입니다. 한강시민공원은 서울의 서민들의 여가생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지요. 이곳은 조성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공간이 대부분이고, 주위에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휴식을 찾고자 하는 풍경은 아이러니해요.
<인 그린 해븐>시리즈는 초기에는 도시의 휴식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공간의 유형별로 다루다가 지방 관광지로 옮겨 가면서 무질서한 관광객의 움직임 속에서 어떤 질서를 찾는 시도를 합니다. 관광지라는 공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보여준 제스처를 채집한다는 점에서 앞 작업들과 공통점이 있지요. 다만 이미지를 둘 혹은 셋으로 묶어 보여줌으로써 운동성과 시각의 확장을 꾀했습니다.
사적인 공간에서 사회적 공간으로 이동된 사람들의 보여준 연극적 요소를 지닌 다양한 제스처가 그들의 심리 상태의 한 기표처럼 느껴지더군요.
-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사적인 공간에서부터 공적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거나 출근하기 위하여 넥타이를 매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제스처들이 있겠지요. 또한 목적지를 가기위해서 길을 걷거나, 지하철과 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서는 모습,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들처럼 무의식적인 제스처들과 같은 연극적 행위들을 공적 공간에서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식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요. 이러한 다양한 공간들의 관계성과 역사성, 사회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제스처들을 채집하여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소에 대한 헌팅 문제가 셔터 찬스 이전에 사진작업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도시의 여러 풍경들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지요. 또한 체험의 대상으로서 그 풍경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깔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관점으로 장소를 찾게 됩니까?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촬영 장소로 설정했던 곳은 서울의 랜드마크적 공간들이였습니다. 서울에서 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여러 정보들을 통해서 이런 공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요? 저도 자연스럽게 이런 공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굳이 공간들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도 말입니다. 다만 이미 알던 공간들도 작업을 통해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작업을 위해서 쓴 촬영 장비를 소개한다면?
- <플라워즈>시리즈에서는 35밀리 카메라에 28밀리 렌즈, 스트로보를 사용하였고, 이후의 작업에서는 중형 카메라와 대형 카메라를 번갈아 가며 상황에 맞는 포맷을 썼습니다. 중 ․ 대형 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공간에 대한 효과적인 표현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가의 능력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상의 본질을 뚫고 나온 의미, 감각 등을 전달하는 도구라면 좋겠지요.
인터뷰 / 최건수(사진비평가)
※ 본 인터뷰는 저자(최건수), 작가(방병상), 출판사(눈빛)의 허락없이 무단 개제 및 개시를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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