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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 스페인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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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쓴 한민족 서사시 ’
『경주 남산』 만든 강운구 ·이기웅 ·정병규 스페인어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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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세월의 더께가 앉은 책이 그때 사진, 그 편집으로 다시 출간되는 일이 가능할까. 그것도 한글판을 외국어 판본으로 내면서 초판본을 고스란히 담는 경우가 있을까.불가능에 가까운 이 프로젝트를 해낸 세 남자가 며칠 전 조촐한 자축연을 위해 모였다. 세 남자란 사진가 강운구(68), 편집디자이너 정병규(63), 열화당 이기웅(69) 대표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도 ‘드림 팀’이라 불렸던 환상의 3인조다.
◆『경주 남산』의 비밀=60대 세 사람이 다시 뭉친 건 1987년 열화당에서 펴낸 사진집 『경주 남산』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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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한국어판을 세계로 수출하는 ‘드림팀’ 세 사람.
왼쪽부터 사진가 강운구, 이기웅 열화당 대표, 편집디자이너 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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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나온 한국어판 『경주 남산』을 당시 사진과 편집 그대로 번역만 해 낸 스페인어판 『GYEONGJU NAMSAN 慶州 南山』(안토니오 도메넥 옮김, 에디또리알 베레니쎄 펴냄)이 지난달 나온 것이다.
이기웅 대표는 “우리 종이에, 우리가 인쇄하고, 우리가 제본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경주 남산』이 첫 선을 보였을 때도 문화계는 오랜만에 만난 ‘물건’ 덕에 떠들썩했다. 소설가 조세희씨는 1987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에 쓴 서평에서 이 사진집을 ‘사진으로 쓴 민족서사시’라 불렀다.
두 판본을 나란히 앞에 한 정병규씨는 “야 우리가 이걸 만든 게 정말 87년 맞아요? 내가 그 나이치곤 큰 공사를 했구나. 으아, 마흔 한 살 때 이런 대작을 내 손으로 감히 했다고!” 감회에 젖었다. 70년대 사진기자 시절부터 남산을 마음에 둔 강운구씨는 책을 만들기로 이기웅 대표와 의기투합한 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사진을 찍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 1년 동안 찍은 필름 뭉치를 정색을 하고 보니 사진이 너무나 유치한 거예요. 그땐 너무 잘 찍으려고 힘을 줬고, 돌부처들과 정면 대결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참담한 마음으로 이기웅 대표에게 책을 못 낼 것 같다고 전화를 했죠. 긴 침묵 뒤에 이 대표가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 해서 내가 ‘아니, 내가 잘못 찍었습니다’ 했더니 ‘다시 찍으면 되지요’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가위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필름을 전부 잘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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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선보인 『경주 남산』초판본.(右) 22년 전 내 용과
편집 그대로 5월 출간된 스페인어판
『GYEO NGJU NAMSAN 慶州 南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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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강운구씨는 ˝그러곤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시간을 기다리고, 햇빛을 기다려 정석대로 찍었기에 이십 몇 년이 흐른 뒤에 봐도 신선하다. 만약 기교를 부렸다면 지금 낡아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병규씨는 영화 편집하듯 디자인을 했다고 회고했다. ˝독자가 『경주 남산』을 펼쳐보면 산에 오르기 시작해 정상에 이르고 다시 내려오는 순서로 사진이 배열돼 있음을 아실 겁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강조할 것인가, 남산 전체를 아울러서 기다림을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한참 고민하다가 우리 두사람이 도달한 결론은 후자 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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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웅 대표는 ˝사진과 편집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두 분 곁에서 난 청군 이겨라, 홍군 이겨라 맘속으로 응원하며 기다리기만 했다˝며
빙그레 웃었다.
세 사람은 일하는 스타일도, 성격도 몹시 달랐지만 ˝기다렸다˝는 단 하나 미학으로 걸작을 탄생시켰다.
◆『경주 남산』=1987년 열화당에서 펴낸 경주 남산을 다룬 사진집. 당시 46세였던 강운구씨가 사진을 찍고 41세였던 정병규씨가 편집을 맡았으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이던 강우방(68)씨가 논문을 썼다. 강운구 사진가는 200여 차례 경주 남산을 오르내렸고, 150점 수록 사진을 위해 8000여 컷을 찍는 진기록을 남겼다.
출처/ 중앙일보 6월2일 자 38면
글/ 정재숙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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