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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 “끝까지 해라!” - 사진가 김광수에게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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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광수
“끝까지 해라!” - 사진가 김광수에게 듣다
윤빛나(fotato 명예기자, 서울예대 사진과)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학생에게 있어서는 더없는 행운이다.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가가 작품의 성향은 물론 삶의 스타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침 햇살이 여느 때와 달리 유난히 눈부셨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햇살이 기분 좋은 하루를 기대하게 만든다. 전부터 기다리던 김광수 선생님을 만나기로 약속된 날이어서 조금 들뜬 마음으로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날 오전에 찾아 뵙기로 한 번 더 연락은 드려 두었지만, 전시 준비 때문에 바쁘다는 말씀을 들었던 터라 행여 잊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따라 나섰다.
논현동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스탭들과의 오전 미팅이 방금 끝난 듯한 분위기였다. 선생님께서는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고 앉아 계시는 참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어, 빛나 왔구나.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네, 오전 미팅 끝나셨나 봐요?” “지금 막 끝내고 잠깐 쉬는 중이었어. 오전에 너 온다고 해서 기다렸던 참이다. 짐이 많구나 어디 촬영 다녀오니?””전에 말씀 드렸던 거요. 오늘 선생님 인터뷰 사진 찍으려고 준비해 왔어요.””맞다. 오늘 인터뷰 한다고 했지? 미안, 요즘 전시 준비 때문에 이것저것 정신이 하나도 없던 참이라 깜박했다. 하하, 미안. 그래 그럼 슬슬 시작해보자꾸나.”(역시 까맣게 잊고 계셨다. -_-;)
윤 : 지난번 수업시간에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다시 여쭤볼까 싶어요. 선생님 학생시절 이야기와 사진에 대한 생각 등등..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실은 저 개인적으로도 선생님께 여쭙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구요.
이전 전시 도록에 나와있는 약력을 읽어보았는데, 79년도에 유네스코 화랑에서 전시를 하신 거로 나와있어요. 근데 선생님 대학 졸업 년도가 80년이네요. 그러면 재학 중에 첫 개인전을 여신 건가요? 전 연도 표기가 잘못 되어있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 때의 개인전이 선생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당시 사진전 하실 때의 사회나 사진계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김 : 내가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이었지. 그리고 당시에는 화랑에서 사진전을 연다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았고…. 그렇지만 전시를 하고 나니까 뭔가 정리가 되는 거 같더라. 그런대로 반응도 괜찮았고, 그때 아, 사진이란 게 이런 거구나, 뭐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 작업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사진전을 통해서 내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게 컸던 것 같아. 그때는 그냥 좋아서 사진을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이나 느끼는 것들을 사진이 표현하고 있더라고. 사진은 다른 표현분야에 비해서 남에게 전달이 쉬운 거 같아. 일종의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지. 내가 꾸준히 해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것들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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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선생님 학생 시절에는 사진학과를 둔 대학이 많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김 : 60년대 후반인가 서라벌예대가 중대로 편입되면서 중대에 사진학과가 생기게 되었고, 내가 학교에 들어가려고 생각했을 때는 신구대학에도 사진과가 신설되었지. 그때도 사진을 하려는 학생들이 지금처럼 많았던 거 같아. 정원이란 게 있어서. 한 학년에 30명쯤 뽑지 않았나 싶어.
윤 : 왜 사진을 시작하려고 하셨는가요?
김 :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림을 많이 그렸어. 미술부에 친한 친구들도 많았고, 아무래도 주위에 미술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였을까? 얼마쯤 영향을 받은 거 같아. 사실 그때는 사진이란 걸 잘 몰랐어. 내가 좋아서 시작은 했지만, 내가 앞으로 사진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지. 취미로서 사진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졸업할 무렵쯤 되어선 패션사진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섰지. 그렇게 해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고, 학교에 들어가 육교수님을 만나면서 집중적으로 사진을 배운 거 같아. 무엇보다도 사진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 여기 저기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사진으로 담고, 나름대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윤 : 이번 전시 준비 중인 작업은 ‘하늘’ 시리즈죠? 전에는 ‘벽’을 찍으셨고, 이번에는 ‘하늘’을 소재로 작업하셨는데, 어떤 연관성이 있을 듯 한데, ‘하늘’ 시리즈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김 : ‘벽’ 시리즈로 몇 년 동안 작업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우연찮게 벽 너머로 하늘이 나온 사진을 본 거야. 그러면서 내가 그 동안 놓치고 있었던 자연과 꿈들을 어느 날 구름을 보면서 찾아내게 된 거지. 그 사진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하늘’로 작업하고 있단다.
윤 : 현장에서 촬영하시기 전에 미리 준비하시는 게 있으실 텐데요?
김 : 그래, 현장에서는 촬영 이외에는 될 수 있으면 다른 생각을 안 하려고 미리 기자재 같은 것들을 준비해두고, 촬영 스케줄이 잡히면 전날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몸의 컨디션을 조절해두지. 운동선수가 내일 시합 준비하는 거랑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오전 촬영이 있는 날엔 간단하게라도 꼭 아침밥을 챙겨먹고 나오는 것도 그렇고…. 딱히 준비라고 한다면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어.
윤 : 지금까지 일해 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김 : 글쎄…, 지금 바로 생각하자니 막상 떠오르는 게 없구나. 음…, 최근에 느낀 일이라면 같은 사람들을 매년 만나는 게 아닐까 싶어. 매년 만난다는 거, 그 사람들 만났을 때의 약간의 달라진 모습들, 일년 사이에 변화된 모습들을 보면서 서로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게 좋은 거 같아.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일인 거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는 것도 좋지. 그래서 이런 만남에 많은 보람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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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PIN Studio
(아래) 작품앞에서 기자와 함께
윤 : 선생님께서도 학생시절을 보내셨는데요. 강의를 하시면서 학생들에게는 이것만큼은 꼭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요?
김 : 내 경우에는 나 자신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 또 내가 일해오면서 얻은 노하우 같은 것들은 있는 그대로 모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그리고 사진은 최종적인 결과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과정들이 더 중요한 거 같아. 나는 일을 위해서 준비하고 현장에서 자신이 실제로 움직이고 느끼는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사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다 보니 그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윤 :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말씀이 있다면 ….
김 : 짧은 기간밖에 해보지 않았으면서, 힘들다거나 스스로 재주가 없다고 생각해서 성급하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우선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고 일단 시작했으면 자신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한 번 해보기 바래. 뭐든지 빨리 선택하고 빨리 그만 두면 손해보기 마련이거든. 처음부터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그만큼 시간을 헛되게 소비한 게 되니까. 경쟁에서 그만큼 뒤지게 되지. 지금은 자신이 없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재미나 보람도 느끼게 되고,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찾아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누가 사진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두지 못하지. 그러니 모두 마음을 느긋하게 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음 좋겠어.
윤 : 오늘은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구요, 오늘 해주신 말씀 깊이 새겨 듣겠습니다. ^^
김 : 그래, 수고했다. 얼른 정리하고 밥 먹으러 가자. 저 뒷동네에 김치찌개 맛있게 하는데 있거든….
선생님으로부터 portrait 수업을 받았던 지라, 선생님을 모델로 해서 촬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평소엔 별 문제 없던 촬영장비들마저 이 날은 왜 이렇게 속을 썩이던지,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이런 제자의 마음을 아셨는지, 중간중간 적절한 조언으로 여유를 찾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어떻게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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