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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에세이―김지연] 40년 전 청계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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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에세이―김지연] 40년 전 청계천
갤러리카페 포스에서 구와바라시세이 청계천사진전을 보고
서울 청계천의 우아한 자태를 보기 위해 너도나도 모여드는 요즘,나는 40년 전의 청계천을 보고 왔다. 내가 본 것은 구와바라 시세이라는 일본 사진작가가 1965년에 찍어 놓은 청계천 사진이었다. 이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여느 국내 작가들보다도 열의를 갖고 담아낸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이 전시회를 준비하던 작가는 당시 청계천 주변의 악취와 3층 목조 가옥,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던 1965년의 서울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사진들은 흑백으로 돼 있어 보고 있자면 아주 오래된 정서를 풍기지만 당시 20대 나이의 일본 작가가 담은 청계천의 모습은 40년 전 그때 그대로의 우리 실상이었다.
청계천 주변으로 첩첩이 싸인 쪽방들 사이로 보이는 일상은 정겹기까지 하다. 난간 위에 매달려 있듯이 보이는 요강과 비좁은 창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 앞으로 막 복개하기 시작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보인다. 이른 아침인지 양치질하는 한 여인의 모습 옆으로 연탄재를 개천에 퐁당 빠뜨리는 이웃집 아줌마의 모습도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있다. 당시 청계천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으며 여인들의 빨래터이기도 한 듯하다. 흑백의 시커먼 이 도시가 40년 전의 서울 한복판이라지만 그 속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의 하얀 웃음이 있다.
이 사진을 뒤로 하고 청계천을 거닐자니 전태일 동상이 눈에 띈다. 이 주변의 피복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던 전태일은 고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자 몸부림쳤던 청년이다. 끝없는 노동과 희망 없는 미래를 안고 살았던 공순이 공돌이들을 대신해 자신의 몸을 던졌던 한 청년의 외침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우리의 귀에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청계천 주변의 쪽방 대신 높디높은 빌딩이 들어서게 된 것은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했던 그 사람들의 업적임을 전태일 동상이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한때 청계천에 가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던 그곳. 다행히 아직도 건재한 소규모 공구 가게들이 있어 여기가 그때 그 청계천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 공구 가게들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40년 전의 모습조차 까맣게 잊고 자족하는 모습으로만 있었을지 모른다.
흑백 사진 속 쪽방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청계천에 물이 다시 흐르게 된 것은 한 사람의 업적이 아닌 그 시대 노동자들의 희생과 지금도 어딘가로 밀려났을 돈 없고 줄 없는 사람들의 눈물이 만들어 낸 것이다. 청계천,그 자태는 반갑지만 청계천의 개발붐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어딘가로 내몰렸을 힘없는 서민들의 유랑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볼 일이다.
김지연(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기사보기
http://www.kmib.co.kr/html/kmview/2005/1018/0919962637111713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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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와바라 시세이 Kuwabara Shise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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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와바라 시세이 1965년, 청계천 생활사 사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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