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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의 작가와의 대화 3편- 작가 강홍구(1)
강홍구는 1956년 전라남도 신안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광주비엔날레 등 여러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으며,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외 몇 권의 책을 냈다.
강홍구 작품의 특징은 ‘조악성’에 있다. 이 ‘조악성’은 성의나 능력부족으로 인한 조악함이 아니라 하나의 미학적 전략이며 진지한 태도이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 라는 말을 통해 미디어라는 형식 자체가 이미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분석한 바 있다. 강홍구의 사진을 바라 볼 때 우리는 사진의 내용적 측면뿐 아니라 표현적 측면이 함의하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홍구의 보여주기 방식, 즉 매체를 활용하는 방식, 전시하는 방식 등에는 이미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홍구 사진의 미학은 바로 그 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이를 일컬어 ‘b급 미학’ 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강홍구는 패러디 작업을 해오기도 했지만, 강홍구의 전시 자체가 전시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강홍구의 작품은 중층적이다. 왜냐하면 작품의 표현이 이미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홍구의 전시도 중층적이다. 왜냐하면 전시자체가 내용인 동시에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전시장을 찾았다.
김응수 (이하 김)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래전에 선생님의 강의를 한 학기 들은 적이 있었는데, 참 재밌는 수업이었어요. 선생님은 워낙 달변이시니 난처한 질문도 시원스럽게 답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과감한 질문도 좀 하고 그러겠습니다.
작가 강홍구
강홍구 (이하 강) :아, 제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이것 참 인연이군요. 과감하게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래야 인터뷰도 재밌어지니까.
김 : 선생님께서는 사진, 회화, 컴퓨터합성작업, 집필 등 예술전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하시는 분이시니까, 오늘은 사진을 포함해서 예술전반에 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과 미술을 따로 구분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고, 또 사진이 현대예술에서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니까 이야기의 범위를 사진을 포함한 예술전반으로 확대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b급 작가’란 무엇인가
김 : 선생님은 자신을 ‘b급 작가’라고 부르고 계시는데, 스스로 ‘b급 작가’라고 부르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매우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는 의미도 있기는 하겠지만, ‘a급 작가’에 대한 어떤 반감 때문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a급 작가’는 어떤 부류의 작가들이며 ‘b급 작가’는 어떤 부류의 작가들입니까?
강 : ‘a급 작가’라는 분류가 정확히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일단 제가 생각하는 ‘a급 작가’는 진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입니다. “이건 도저히 내가 할 수 없구나. 이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작가들이 있지요. 예를 들어 세잔의 그림이라든가, 정선의 그림 같은 것을 볼 때 그렇죠. 제가 ‘b급’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면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그 생활을 그만두고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에는 꼭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단지 그림과 그 근처에서 먹고 살수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나도 그럴듯한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책에서 보거나 이름을 들었던 작가들도 실제 만나보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욕심이 커지게 되더군요. 그런데 나중에는 그러한 욕망이 저 스스로에게 압력으로 작용하더군요. 뭔가 나도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되어 버려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못하도록 막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런 종류의 욕망을 없애거나, 혹은 없앤 척 하거나 하는 것이 내가 작업을 하는데 더 편할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지요. 그래서 제 자신을 평가해 볼 때 아주 형편없는 것 같지는 않고, 또 그렇다고 탁월하게 창조적이지도 않은 것 같고
해서 ‘b급’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지요. 물론 스스로 ‘b급’이라고 하는 데에는 분명 ‘a급’에 대한 일종의 비아냥도 있긴 있죠. 요즘의 예술계를 보면 중요한 것이 작품자체의 질이나 작가의 창조적 역량이라기보다는 선전능력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한 요소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시대에 ‘a급 작가’라고 이야기되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을 빼고는 그렇게 독창적이고 창조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젠 독창성, 창조력, 천재성 등을 강조하는 시대가 지나지 않았는가 싶어요. 제가 ‘b급 작가’ 라고 말하는 데에는 이런 의미들이 복합적이죠.
김 : 선생님은 지난 전시 「드라마세트」의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목표는 예술의 역사와 싸우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술사와 싸우는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예술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것인가요?
강 : 듣고 보니 제가 꽤 거창한 말을 했었군요. 예술사를 기술하는 관점은 서양미술 중심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서양미술은 세계미술의 주류죠. 서양미술사라는 말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동양미술사라는 말은 아마 좀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서양미술이 세계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미 우리는 서양미술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서양미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변방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거죠. 또한 예술사를 기술하는 관점의 내부에 들어있는 것, 이른바 독창성에 대한 신화, 새로운 것들에 대한 전통, 이러한 것들이 예술사를 기술하는 키워드에요. 그리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것들이지요. 예술사와 싸운다는 것의 의미는 예술사를 새로 기술하자, 다시 쓰자는 의미라기보다는 그러한 예술사에 딴지를 건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죠.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독창적이지 않아도 되지 않나, ‘a급’ 중심의 예술사가 아니라 ‘b급’의 예술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한거죠.
김 : 예술사가 예술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제는 예술을 먹어치우는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 그렇죠. 이젠 판관이 되어버렸어요.
김 : 예술사가 작품을 분류하고 규정하고 코드화시키지만 작가들은 또 거기에 귀를 안 기울일 수 없지 않아요? 오히려 예술사의 관점을 학습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예술의 판, 예술의 장을 이루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고, 딴지를 걸고, 그 코드에서 빠져도 좋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겠지요. 선생님뿐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예술사와 투쟁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한 발버둥의 몸짓을 예술사는 또 하나의 주류로, 또 하나의 예술의 코드로 만든단 말입니다. 일례로 뒤샹이나 워홀을 들을 수가 있겠군요. 그래서 예술사와 투쟁을 벌이는 작가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투쟁의 대상인 예술사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는 아이러니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을 분류하고 규정지으며 코드화하는 예술사에 대한 투쟁을 작품으로 행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예술사는 그러한 투쟁을 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예술로 포획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강 : 그게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예술사가 그러한 투쟁을 예술의 중심으로 다시 포획하는 건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거기서 벗어나려는 것이 어떻게 해서 다시 포섭되고, 어떻게 해서 다시 예술사에 기술되는 지를 우린 이미 다 보아 왔잖아요. 그게 바로 딜레마에요. 일반적으로 작가들의 욕망은 이상하게도 이율배반적입니다. 예술사를 비판하고 ‘a급 작가’에 대한 신화를 거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어 하죠. 예술사와 ‘a급 작가’에 대한 비판의 이면에는 왜 나는 주목해 주지 않는가 하는 질투심이 숨어있습니다. 예술사의 포획에서 확실히 벗어나려면 예술로부터 완전히 떠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딜레마죠. 예를 들어 뒤샹 같은 사람은 만년에 다 때려치웠지만, 그 사람 같은 경우에는 한 번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때려치워 봤자였죠.
현실, 패러디, 패러디적인 현실
김 : 선생님 사진을 보면 지난 전시도 그렇고 이번 전시도 그렇고 파노라마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실제 파노라마 화각으로 처음부터 찍으신 것이 아니라 여러 장을 연결하여 파노라마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부분이 매끄럽지가 않아요. 일부러 연결부분을 거칠고 티 나게 한 것 같은데 이렇게 한 이유가 뭔가요?
강 : 우선 제가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또 딱 맞게 하면 왠지 재미가 없어 보이더군요.
김 : 혹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충실한 재현성에 돌을 던지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진 않나요?
강 : 이미 남들이 많이 던진 돌이니까, 저는 그냥 떨어진 돌 하나 갖다 붙인 거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요. 저는 사진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카메라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스캐너를 갖고 시작했고, 카메라도 아주 싸구려 자동카메라로 작업을 했죠. 사진이 갖고 있는 한계를 감추려 하기 보다는 그 한계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낮다고 생각했죠.
김 : 예전에는 영화이미지를 가지고 합성하는 작업을 주로 하셨는데, 최근에는 현실이미지를 크게 손대지 않고 작업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변화는 넓게 보면 큰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허구이미지와 현실이미지가 작금의 상황에서는 뚜렷이 구분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구분자체가 별 의미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영화이미지 합성작업에서 사진 이미지 쪽으로의 작업 변화는 어떤 생각에서 이루어진 것인가요?
강 : 패러디 작업을 할 때에는 일단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을 사용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92년도쯤이었는데, 그 때부터 영화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제가 그 당시에 컴퓨터를 처음 구입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싸구려 스캐너를 하나 샀는데, 그것들로 작업을 하게 되었죠. 기존의 이미지로, 특히 영화이미지로 작업을 약 5, 6년 정도 한 것 같은데, 하다보니까 흥미가 사라지더군요. 그리고 하나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 값이 싸졌다는 거죠. 현실이 패러디 같고, 현실이 더 공포스럽고, 분명 현실은 현실인데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전 일상에서 그런 경험을 자주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것들을 찍고 적절한 수준에서 배열하여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영화 속의 허구나 현실 속에서 느껴지는 허구성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현실이든 허구든 일단 이미지로 만들어지면 별 차이가 없어지죠.
who am i series -fakefilm still
김 : 이번 전시 방법이 상당히 재밌게 다가옵니다. 일단 예술적 포장을 없애려는 의도가 눈에 띄는데요. 사진을 액자도 없이 그냥 핀으로 꽂아 걸었네요. 사진의 질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적당한 출력소에서 저렴하게 디지털 출력해서 갖다 붙인 듯한 느낌이에요. 그러면서도 사진의 사이즈는 소위 ‘a급 작가’의 작품들처럼 굉장히 커요. 보는 이에 따라서는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이런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자체가 기존전시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 : 요즘 젊은 작가들이 독일에서 해오는 말끔한 사진들처럼 이 사진도 그렇게 해보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더 아이러니하게 보일까 아니면 이국적 상품으로 보일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저는 일단 제 작품을 꾸미는데 서툴거나 최소한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내키지는 않더군요.
김 : 제가 보기엔 이번 사진은 다큐인 듯 하면서도 전통적인 다큐와는 거리가 있는데 오쇠리의 풍경을 찍어서 전시한 이유가 뭔가요?
강 : 우선 제가 오쇠리 근처에 살아서죠. 이 동네는 근처에 공항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소리가 말도 못하게 컸어요. 처음 이 동네를 둘러봤을 때 굉장히 쇼킹해서 디카를 처음사고 흑백으로 패러디 작업을 할 때에도 오쇠리 사진을 사용한 적이 있었죠. 가령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까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와 너무도 비슷한 것이 나왔어요. 추사의 세한도는 상당히 관념적인 것이었는데 오쇠리의 풍경을 보니 이게 우리 시대의 세한도 같다는 생각에서「세한도」라고 이름 붙였죠. 오쇠리의 농수로는 물이 거의 다 썩어서 흐릅니다. 그 사진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패러디해서 「고사관수도」라 이름 붙였죠. 오쇠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었는데, 오쇠리 사진작업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작년쯤부터입니다. 사진을 찍어놓고 좀 망설였죠. 이것을 발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냐하면 저의 태도가 애매하니까요. 이 사진이 다큐멘터리적인 고발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쇠리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솔직히 구경꾼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 같고. 어떠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구경꾼이라는 한계를 그대로 인정하고 전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영화이미지를 주로 사용해서 패러디 작업을 했지만 요즘에 우리 주위에서 보이는 현실이 너무나 강해서 이것이 현실인 동시에 패러디처럼 느껴지니 굳이 패러디를 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사진은 심미적인 태도로 사진을 찍거나 다큐멘터리적인 태도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나는 이것을 보았는데 보시오, 어떤가, 하는 정도의 태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 : 합성이 약간씩 섞여있는데 이렇게 이미지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 : 심미적이거나 클래식컬하게 보이는 것을 좀 빗겨가겠다, 좀 비틀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죠.
김 : 저번 전시 「드라마세트」에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히 보였습니다. 진실과 허구가 혼재해 있는 상황을 직설적으로 보여주었고, 우리가 사는 환경이 거대한 허구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작가의 확실한 생각이 잘 보이지가 않아요.
강 : 드라마세트 작업은 제가 작업을 위해 드라마 세트를 찾아가서 찍은 것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까 그곳에 가게 되었는데 너무나 쇼킹해서 사진을 찍게 된 것이지요. 가짜 세트에 진짜 나무가 심어져 있고. 기호와 사물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는 그 풍경에 저에게는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죠.
드라마세트, 2001
김 : 거대한 설치작업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강 : 굉장해요. 실제로 가보면...
김 : 주제나 작가의 시선이 명확치 않아서, 저번 작업에 비해 힘이 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강 : 이것은 오쇠리라는 특정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린벨트 지역을 제가 쭉 돌면서 찍었던 것들 중에 일부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그린벨트라는 공간이 미묘한 게 개발이 제한된, 권력에 의해 강제된 공간이라는 거에요. 그렇다고 개발에 대한 욕망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그 욕망들이 시각적으로 아주 독특한 형태로 구현되고 드러나죠.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 안에 공장을 만든 것이라든지, 말이 그린벨트지 곳곳에 폐수가 줄줄 흐른다든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재산상의 피해의 모습들, 그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모습들을 찍고 있었죠. 양은 많은데 초점을 맞추기가 만만치가 않았어요. 그래서 오쇠리를 보여줄까 아니면 그린벨트를 찍었던 것 중 일부를 보여줄까 했었지요. 그런데 그린벨트를 찍건 오쇠리를 찍건, 그렇게 찍어서 이미지를 만들고 보여주는 것이 내 전부인데 이것이 얼마나 무력하고 어처구니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전시는 풍경자체도 굉장히 기형적이고 어처구니없는 것이지만 그 풍경을 찍은 사진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명확한 코드를 갖고 명확한 목적을 갖고 ‘이걸 이렇게 봐다오’ 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 : 작품을 보면 원래 전공이 사진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일단 이미지에서 사진보다는 회화적인 것에 가까운 퍼스펙티브가 느껴지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좋은 컷을 건지는 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고치듯이 사진에 손을 많이 대시는 것도 그렇구요.
강 : 이번 전시 작품처럼 조각조각의 사진을 이어 붙여서 파노라마를 만들거나, 합성을 하거나, 포토샵으로 조금 조금씩 수정하면서 무얼 갖다 붙이거나 떼어 내는 것은 그림을 그려 나가면서 그림을 계속 수정해나가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런 면에서는 페인팅적 접근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사진을 이어붙인 현실적인 이유로는, 제 카메라가 아주 고급이 아니라서 한 장의 사진을 큰 사이즈로 뽑으면 입자가 다 깨져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분 부분을 찍어서 이어 붙이다 보니까 파편화된 이미지가 나오게 되었고, 하고 보니 “음, 이거 괜찮구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이미지가 아니라 작업을 하다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우연이 개입되어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많은 예술작품들 중에서 이렇게 해서 나온 것들이 꽤 있을 거에요.
대담 중인 강홍구 작가와 김응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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