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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용훈 - `소년기`에서 `순애보`로
사진가 이용훈씨
제4회 사진비평상의 대상 수상자인 이용훈씨가 인사동의 마이아트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포테이토는 이용훈씨와 <순애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회와 사진비평상 수상 이후의 변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사진비평상 수상 이후 자신감과 책임감이 함께 생겨”
용훈 씨 안녕하세요. 개인전 축하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용훈 씨는 제4회 사진비평상 작품부문의 대상 수상자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데요. 사진비평상을 받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제가 사진비평상을 수상했을 때가 2002 월드컵 직전이었는데 그때는 경일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어요. 그 후에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죠. 중대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 때는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편하기도 하고, 일면 답답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대학원 수업은 자율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보니 학부 때보다는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컨셉을 짜고, 이번 <순애보>를 비롯해서 몇 가지 작업들을 시도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대학원 다니면서는 제가 나온 안양예고에서 강사로 1주일에 1시간씩 학생들에게 수업을 맡기도 했어요.
굉장히 열심히 바쁘게 보내셨네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고맙구요. (웃음)
재학 중에 사진비평상이라는 큰 상을 받아서 좋은 점도 많았겠지만, 부담감도 컸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셨는지요?
처음에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죠. 학부 졸업하면서 기억될만한 일이나 만들어보자는 맘으로 도전했거든요. ‘과연 입선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응모했는데…, 하지만 뜻밖에도 대상이라는 너무 큰상을 받게 되었지요. 지금 와서 요즘의 응모작이나, 특히 지난 5회와 6회의 수상작들을 보면 내가 ‘운이 정말 좋았구나’ 하고 생각해요. 내가 만약 지금 응모했더라면 과연 사진비평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상을 받고 나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 특히 안양예고와 경일대학교의 은사님들께서 자신감도 심어 주시고, 꾸준히 잘 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책임감과 자신감, 그리고 저에게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라는 부담감이 뒤섞인 감정 상태였던 것 같아요. 제가 상을 받고 가장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아버님께서 전에는 가업인 의류업을 물려받기를 원하셨는데, 상을 받고 나서는 그런 말씀을 다신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아무튼 지금은 집안의 큰 반대 없이 제 뜻대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중의 하나에요. (웃음)
"과거와 현재를 투영시킨 작업들"
지난번 사진비평상을 받을 때는 <소년기>라는 제목이었지요? 아마 용훈 씨 자신의 소년시절의 기억을 담아낸 작품이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시리즈는 <순애보>라는 조금 독특한 제목이지요?
<소년기>는 제 어릴 적 기억들을 사진으로 되살려본 작업인데요. 사실은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떨어져서 시골의 외가댁에 맡겨져서 살았거든요. 친구들도 적었고 부모님도 없이 지내는 것이 참 억울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생이라도 함께 맡겨졌더라면 조금은 나았을지 모르겠는데 동생은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고, 저만 할머님 댁에 툭 내던져져 버린 것 같았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지금도 그런 기분들이 몸 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 골목어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여름날 저녁 해질 무렵에 바라보는 구름 등…, 어떤 드라마틱한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기대감…, 그런 기분들이 그냥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봐요. 그 사진에는 어린 소년이 한 명 등장하는데요. 그 사진 속의 소년은 실은 제 조카인데, 그 애도 어린 시절의 저처럼 할머님께 맡겨졌더라구요. 당연히 어린 시절의 제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었죠.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제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현재의 이미지들에 투영시켜서 그려낸 것이 <소년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소년기시리즈 中
흠…, <순애보>라는 제목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데요. 그럴 때 <순애보>라는 소설도 있었고 영화도 있는데 사진에만 없어서 붙인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해요. 또 어떤 분들은 전의 작업인 <소년기>에 대비해서 <소녀기>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사실 이 두 이야기는 연결점을 찾기 힘드실지 모르겠지만,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에요. <소년기>가 제 자신에게 어두운 흑백 톤으로 침잠한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이미지로 되살린 작업이라면, <순애보>는 현재에 다양한, 그러면서도 운명이 정해진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그런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분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주위에 누가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주위에 술 마시는 사람만 보인다면 자신도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고, 주위에 공부하는 사람만 보인다면 자신도 공부하고 있을 것이고, 주위에 사진 작업하는 사람만 보인다면 자신도 사진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요. 이 말이 전적으로 옳은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나는 여러 소녀들을 통해서 실제로 저는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 그들의 어쩌면 답답한 삶이 제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면서 드라마틱한 다른 종류의 사랑을 꿈꾸기도 했던 것 같아요.
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모델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있어서는 지고 지순한 사랑, 즉 <순애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모델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섭외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했습니까?
제가 사진비평상 받고 나서 얼마 지난 후에 아무 생각 없이 놀고만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주로 그 시절에 이 작업이 이루어졌는데요, 그때는 특히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길거리를 방황한 적이 많았는데, 이 작업의 모델들은 주로 다 그 때에 만나게 되었어요. 주로 부천이나, 안양 일번가, 가리봉동 등, 우리 사회에서 일탈된 말하자면 주변부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를 배회하고 다니다가 만나게 된 것이지요.
모델들은 요즘 말하는 이른바 신세대들이라서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었어요.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비교적 쉽게 작업이 이루어졌구요. 한 가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쪽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찍을 때 고개를 비스듬히 눕히고 턱을 당겨서 살짝 위쪽을 쳐다보는, 말하자면 휴대폰 사진 찍을 때의 포즈를 다들 잡는다는 것이었어요. 카메라에 찍히는 일에 대한 위화감이나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았어요.
그리고, 섭외는 보통 한 모델을 알게 되면, 그의 친구들이나 또 친구의 친구들을 소개받아서 촬영이 이어졌구요. 아니면 채팅을 하거나 그냥 길거리를 걷는 여자들을 섭외하기도 하죠. 특히 오락실을 자주 갔어요. 피씨 방이 아닌 전자 오락실이요. 요즘에도 전자오락실이라는 게 있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 만큼 전자오락실이라는 곳에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순애보 시리즈 中
“많은 사진가들의 영향 속에서 나만의 컬러를 만들고 싶어”
실례지만, 용훈 씨의 <순애보>를 보면 일본 사진가 아라키의 사진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평소 아라키의 작품을 좋아했습니까?
네, 아라키는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사진가에요. 2003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직접 만난다는 설레임을 갖기도 했었구요. 제 <순애보>작업이 아라키와 많이 비교되는 까닭은 아무래도 작품의 소재가 여성이고, 아라키의 일부 작업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스냅적인 느낌의 사진작업 방식이 일치하기 때문일거에요. 저로서야 좋아하는 사진가와 비교된다는 것은 하나도 불쾌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영광이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순애보> 작업 중의 하나를 아라키를 ‘오마쥬’해서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라키의 작업의 범주에서만 저의 작업을 바라보는 것에는 조금 반대에요. 아라키의 작업에는 진한 섹슈얼리티가 들어있는 반면에 저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작업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사진 속의 모델들과 저와의 관계를 묻고는 하는데, 모델들은 저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을 뿐 저와는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그런 관계에요. 반면, 아라키의 사진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라키가 바라보는 여성들의 모습이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봐요. 그것에 비해서 저의 작업은 훨씬 더 일상적이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어쩌면 제가 아라키 만큼의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구요.우리나라의 사진가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아라키 이외에도 일본사진가 중에 좋아하는 사진가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 모리야마 다이도의 <사진이여 안녕>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구요. 일본사진가 뿐 아니라 낸 골딘이나 틸스만 같은 사진가들도 좋아하지요.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지금까지의 해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을 앞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사진가들의 작업을 접하고, 그런 과정에서 저만의 컨셉과 컬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는 어떤 특정한 사진가와 일면 비슷한 분위기를 띨 수 도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그게 부정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베토벤은 훌륭한 음악가지만 그 이전에 하이든, 비발디, 모차르트 같은 다른 훌륭한 음악가들이 없었다면 베토벤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베토벤에게 모차르트를 따라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진가들의 영향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저의 색깔을 배제한 채로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큰 상을 받은 이래로 처음 내놓는 작품인데요. <순애보>의 작업 형식과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하십니까?
네, 인터뷰를 하신다기에 내가 상을 언제 받았는가 생각해보니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더라구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다시 한번 느꼈죠. (웃음)
<순애보>는 포켓사이즈 카메라와 일회용 카메라로 작업했어요. 저 자신이 작업을 한다는 중압감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구요. 모델들에게 익숙한 작은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SLR카메라나 중대형 카메라로 작업을 했다면 <순애보>의 느낌은 전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은 퀼리티의 필름과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특히 동네 현상소에서 작업한 필름이나 재생한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하다 보면 필름상에 먼지나 스크래치가 많이 생겨서 디지털 작업을 해야 되겠더라구요. 뭐 스크래치나 먼지는 어느 정도는 사진의 내용과도 맞아서 그렇게 손을 대고 싶진 않지만, 얼굴 한가운데 먼지나 스크래치가 생겼을 때는 속이 많이 상했어요. 우리 사회에서 아웃사이더에 속하는 사람들을 찍는 일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아주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만났던 모델들을 패션화보에 나오는 것처럼 찍었다면 그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카탈로그도 최대한 ‘촌스런’ 분위기로 만들었구요, 컬러도 최대한 ‘촌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프린트의 질은 제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았지만, 전시 프린트를 30*40인치로 하는데, 그림이 많이 깨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덜 깨져서 더 크게 프린트를 할 것을 그랬나 하는 욕심이 들었죠. (웃음)
하지만 정작 큰 문제들은 제가 전시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다는 것이었어요. 워낙 즉흥적인 성격의 작업을 하다 보니 정작 전시 자체까지도 즉흥적인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특히 사진을 벽면에 액자도 없이 건다는 것은 너무 무모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사진도 울고, 저도 울고 싶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다른 벽에 멀티이미지로 보여준 사진들은 이미지가 서로 크기가 맞지 않아 줄도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구요. 이미지가 적다는 감도 있었구요. 아무튼 이번 개인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톡톡히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죠.
<순애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요? 아니면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네, 이번 전시는 중간 점검적인 성격이 강한 전시였어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구요. 앞으로도 한동안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것과는 별도로 다른 작업도 진행시키고 있는데, 가제는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인데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이번 <순애보> 작업은 좀 급하게 작업을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깊게 하고 있거든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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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및 정리 : 전경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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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내방 ]
[2004.06.22] 이용훈 (사진가)
2004.06.22
이용훈 Lee, Yong Hoon
純愛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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