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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아조 - WHRER AM i?
시리즈
아조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WHERE AM I의 ‘I'는 우리 모두의 ’i'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WHO AM I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서 풍경의 일부로서 지극히 왜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주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WHO AM I? 정체성을 향한 추적
아조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를 발견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자주 열병을 앓는다.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들이 묻혀놓고 간 천 가지, 만 가지 색깔의 파도를 내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안으로 들어온 이질적인 것들은 마치 신체에 침입한 바이러스처럼 나를 쓰러뜨린다. 그러나 이것이 또한 역설적이라 낯선 이와의 대화라는 형태로 비집고 들어온 그것들이 새삼 내 정신을 각성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병을 앓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진정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얼마나 많은 시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가 와는 별개로 말이다. 이것을 인터뷰어의 자기도취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집요하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시리즈를 작업해온 아조(我造)에게도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스스로를 재확인하게 만드는 창구일지 모른다. 그녀의 작은 목소리는 제법 명랑했고 티 없는 데가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풍경 속에 묻혀있는 점처럼 자그마한 자신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오래 전에 유행했던 그림책 시리즈인 『월리를 찾아라』식의 도발이지만 정작 그녀 자신도 스스로를 거대한 풍경의 조각난 파편에 지나지 않는 점처럼 작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백화점의 로비로 쇼핑을 하기 위해 서성이는 사람들 틈에 존재하기도 하고, 교차로의 복잡한 횡단보도 앞에서 모습들 드러내기도 하며, 고층 빌딩 아래 시멘트 색상의 황량한 풍경 속에 앉아있기도 하다. 그 모습은 너무 작아서 웬만큼 신경을 쓰지 않고서는 그녀를 찾아낼 수가 없다.
우리는 혼잡한 시장을 부감으로 촬영한 사진 속에서 머리를 깎고 알파벳을 새긴 그녀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리고 어렵사리 그녀를 찾아낸 후에서야 6×17" 포맷의 풍경사진이 작가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셀프 포트레이트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 자신만의 셀프 포트레이트는 아니다. 아조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WHERE AM I의 ‘I'는 우리 모두의 ’i'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WHO AM I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서 풍경의 일부로서 지극히 왜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주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아조라는 작가명이 나 我와 만들 造라는 한자를 조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에게 사진은 스스로를 확인하는 수단인 셈이다.
도시채집 전시장에서의 아조의 뒷모습
시리즈
WHERE AM i? 사진에로 화두 던지기
꽤 오래 전에 만들어 몇 장 남지 않았다며 건네준 그녀의 명함에는 ‘사진을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찍혀있다. 그녀가 오래 전부터 퍼포먼스와 사진을 연결짓는 작업을 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식의 작업이었는지 궁금했다.
“사실
는 두 개의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어요. 파트①과 파트②가 같이 갔던 작업이었죠. 그 중에 파트①이 머리를 밀고 알파벳을 파놓은 제 뒷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거였어요. 퍼포먼스라고 할 만한 것은 배경으로 쓰일 벽을 뚫어서 액자 형태의 틀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 퍼포머들이 들어가는 식이었어요. 저도 그 사람들이랑 같이 얘기하고, 같이 움직이고, 놀고 그랬지요. 살아있는 사진이랄까? 뭐, 그런 거였어요.”
그때의 작업을 사진으로 볼 수 있냐고 묻자 그다지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 없다고 한다. 한 2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틀을 만들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기록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던 때라서 슬라이드 필름으로 몇 컷 외에는 남아있는 게 없단다. 단 한번, 그 자리에서 해버리면 끝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퍼포먼스에 끌린 것도 그런 해프닝적인 요소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이 단순히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 적극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들이 아조가 사진이 아니라 디자인이나 회화를 전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그녀의 태도에 기인한다. 그녀는 처음에 사진이 매우 한계를 지닌 매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부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부터 고민했던 부분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사진을 다룰 수 있는지가 초점이었다. 장르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사진으로부터 시작되면서도 계속해서 사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향으로 작업을 해왔다는 거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사진으로부터 벗어나기 보다는 그 고민을 사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적극적이다. 어쨌든 사진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진에 대해서 아예 벗어난다기보다는 끌어들이면서 그 경계 자체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사진이라는 틀로 모든 걸 결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는 것도 아니에요. 사진 속으로 그 고민들을 끌어들이고 싶다고 해야 할까? 이것도 사진이고, 저것도 사진이구나 하는 식으로 사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리즈는 아조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무게 중심을 잡도록 해준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는 이 시리즈가 나오기까지 개인적인 방황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 학부 때에는 해보지 못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을 원 없이 해보았던 시기로 기억하면서도 스스로 왜 사진을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부딪쳐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좀 많이 편해졌어요. 하지만
를 하게 되기 전까지 내가 사진을 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요. 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한계에 부딪치던 때였어요. 그때 거의 공식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말도 어눌해지고, 우울증 비슷하게 그랬어요. 작업에서 시작된 우울감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학교 선배 언니가 그렇게 힘들면 그 고민을 시각으로 풀어보라고 조언을 하더군요. 그때 제가 고민하던 화두 자체가 Who am I, Where am I였는데 그 고민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까 생각하면서 좀 더 생산적으로 접근하게 된 것 같아요. 우울감이 온 것 자체가 작업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작업으로써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느낀 우울과 자신의 내면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반응하면서
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스트레스였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작업 컨셉을 뽑아낼 수 있는 계기였던 셈이다.
시리즈
WHERE ARE YOU GOING?
이제 그녀는 좀 더 심도 있게 자신의 작업을 진행시킬 계획이다. 이번에 사진비평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유네스코의 작가 입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도 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그녀는
가 꽤 오래 지속되어온 작업이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전체적인 구상에서 30% 정도가 진행된 상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작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 사진을 처음에 볼 때는 풍경사진이라고 느끼길 바랍니다. 그 지점에서 예민한 관찰자가 사진 속의 나를 발견한 다음부터는 풍경사진이 의미가 전환이 되면서 셀프 포트레이트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연계 선상에서 내 자신이 일종의 의미 변환 코드로 작동하길 바라는 거죠. 점처럼 작은 사람들이 모인 풍경에서 시작해서, 그 사람들이 그저 풍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점으로 전환되었으면 합니다. 셀프 포트레이트라고 해서 카메라 앞에 혼자서 명징하게 드러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확실한 존재라기보다 점처럼 작은 사람들 속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는 셀프 포트레이트인 거죠.”
처음에는 사진 찍는 공간에서 해프닝을 벌여볼까도 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퍼포먼스(performance)라는 단어가 단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요란한 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언급했다. 비즈니스에서도, 무대 위의 공연에서도,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쓰인다. 이제 그녀의 퍼포먼스는 좀 더 일상적이고, 평상시에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상황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바뀔 것 같다.
“지하철에서 플랫폼에 서있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불현듯 의미있게 다가오는 때가 있지요. 그런 것, 일상적 행동 속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하는 지점을 찾고 싶어요.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퍼포먼스하면서 이색적으로 굴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색깔이 많이 달라진 거겠죠.”
끊임없이 작업을 재검토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사진을 기대하게 된다.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고민을 심화시킬지가 궁금하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이 날 인터뷰를 하는 내 태도가 엉망이었음을 알았다. 개인적인 호감을 바탕으로 두서없이 진행된 인터뷰, 솔직히 이 날의 인터뷰는 중구난방이었다. 원두분쇄기가 부지런히 커피를 갈아대는 소리를 백뮤직 삼아 마주앉은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이에게서 부지런히 글감을 뽑아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질문은 자꾸만 짧아졌고, 중심 추를 잃은 인터뷰어의 무책임함에 그녀의 대답은 자꾸만 이리저리 흩어졌다. 나중에는 오히려 그이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식이 되기도 했으니 이건 왠지 한참 잘못되어도 잘못된 상황 아닌가. Who are you?를 물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자꾸만 핵심에서 미끄러졌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녀를 통해 Who am I?를 고민하게 되었기에 불가피하게 뛰어들 수밖에 없는 즐거운 난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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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
(월간 포토넷 객원기자)
<이 기사는 월간 포토넷 2004년 6월호의 기사로 기사의 저작권은 월간포토넷과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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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 azzzo
WHERE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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