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백지순의 작가인터뷰 1편- 김수남(사진가)
사진가 김수남 씨가 색다른 사진집을 발간했다. '아름다움을 훔치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11인의 예인들의 모습을 기록한 초기의 사진들과 함께 김수남 씨의 정감 넘치는 글이 실려있다. 사진기자 출신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샤머니즘과 민속문화에 관한 사진작업을 해온 그가 펴낸 39번째 책은 그가 아직 한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아름다움을 훔치다' 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제53차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수남 (사진가)
한국 굿 사진의 선구자
새 책이 나온 것을 축하 드립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진집을 펴내셨는데, 이번 '아름다움을 훔치다' 는 몇 번째 책입니까?
- 그 동안 국내외에서 조그만 문고판에서 한 권에 30만 원짜리 두꺼운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책들을 출판했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숫자를 세어보니 이것이 벌써 서른아홉 번째 책이 되었군요. 물론 이 중에는사진집도 있지만 글을 중심으로 한 책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책을 내시다 보면, 책에 얽힌 얘기도 많으실 것 같은데, 지금까지 특히 애착이 가는 책은어떤 책인가요?
- ‘한국의 굿’ 입니다. 지금도 스무 권짜리 ‘한국의 굿’ 시리즈를 계약하던 날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스무 권이나 되는 책을 시리즈로 낸다는 것이 너무나도 황홀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계약금을 받던 날, 연세대 김인회 교수와 밤늦게까지 먹고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더구나 ‘한국의 굿’ 은 내가 처음으로 낸 책이기도 하고, 또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에서 마지막 책까지 출판하는데 가장 오래 시간이 걸린 책이기도 해서, 지금도 유난히 애착이 갑니다. 또 내가 레이아웃까지 직접 해서 고생도 많이 했던 책입니다.
이번에 내신 책도 단순한 사진집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글도 쓰셨는데, 대충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지난 30여 년간 가까이 지내면서 사진을 찍어왔던 소리광대나 춤 광대, 악사들, 무당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을 어울렸던 사람들이 어느 틈에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많이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들이 지녔던 예능과 삶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 사진들은 언제부터 찍기 시작하신 건가요?
- 찍힌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찍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벌써 20년, 30년이 지난 사진이 되어버렸네요.
아주 일찍부터 시작하신 작업이시군요. 이 책에 실린 예인들 가운데에는 타계하신 분들도 많으시다고 하는데, 찍으면서 겪은 에피소드 같은 것도 많으시겠지요?
- 이 책에는 모두 열 한 분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이미 아홉 분이 타계하셨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함께 여행도 많이 했었는데, 그 중 몇 분은 워낙 소리를 좋아해서 당시 유행하는 유행가도 많이 불렀습니다. 어떤 분은 나에게 권주가를 불러주셔서 감격시킨 분도 있고, 자신이 과거에 아편 중독자였노라고 고백하면서, 워낙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 지나치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걱정을 해주신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가난한 예인들이어서 그 분들의 성장해온 내력과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너무도 고통스런 세월이 슬퍼서 차마 카메라를 대지 못하고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역시 가슴이 따뜻하신 선생님다운 말씀이십니다. 그 동안 방대한 양의 사진을 찍어오셨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그 사진들을
어떤 식으로 정리해두고 계시는가요?
- 특별한 정리방법은 없고 국가, 민족, 주제 별로 분류해서 네거티브와 슬리이드들을 이용하기 쉽게 보관해 왔습니다. 요즘은 이 사진들을 테마 별로 스캔을 받고 있습니다. 훗날 내가 없을 경우에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사진의 내용들도 가능한 한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존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에 보관하고 싶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작업은 나의 숙명적인 굴레…”
선생님은 사진가이면서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에 관한 강연도 하시고, 그 동안 메이저 신문에서 여러 차례 연재하실 만큼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분으로, 글 솜씨도 아주 좋으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생님의 활동을 보면 사진가가 단순히 사진만 잘 찍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진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 같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음, 개인적인 취향이나 자기가 찍는 사진의 테마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겠지요. 내 경우에는 대학시절 학교신문을 만들기도 해서, 처음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 전통문화라든가 민속이라는 용어들을 자주 듣게 되는데, 대학 시절에는 ‘우리의 문화예술’ 또는 ‘민족 문화예술’ 이라는 의식을 갖고 공부했습니다. 당시 시대 상황이 그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민지 치하에서는 일본 문화와 예술, 종교를 강요 받았고, 해방 후에는 양키문화로 대변되는 서구문화에 경도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나 현실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 것을 알아야 하겠다는 의식이 싹튼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문화와 예술과 종교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런 인식이 나 자신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고, 남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와 사회가 변한 지금은 전통이나 민속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리고 말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우리 문화는 너무나도 큰 관심사였고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계속해서 얘기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도중에 전혀 다른 작업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우리 문화, 우리 예술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군요. 그것이 나에게 씌워진 숙명적인 굴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사진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 같은 것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공부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면 길이 열리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사진을 찍어서 자신과 가족을 먹어 살려야 한다는 것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는 이른바 순수사진이나 예술사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생활인으로서, 또는 직업으로서의 사진가의 자세에 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 젊은 시절, 특히 학생시절에는 꿈을 먹고 살 때 입니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나는 아직 예술문학, 예술음악, 예술미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유달리 사진은 사진예술이나 예술사진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건 사진이 예술성이 넘쳐나서인가요, 아니면 모자라서인가요, 왜 예술을 앞세우는 걸까요. 다른 데서는 순수라고 하면 보통 현실 참여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사진에서 순수사진이라는 용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요? 순수도 좋고 예술도 좋지만 현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진을 하던 간에 단순히 사회나 시대에 부응하는 작업보다는, 긴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런 작업이 빠르건 늦건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시대를 만나면 고생을 좀 덜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나도 모르겠습니다. 순수도 예술도 본인들 마음에 달려있지요, 본인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결국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얼마 전 러시아 취재 때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어 급히 귀국하신 걸로 듣고 있는데, 지금은 건강이 어떠신가요? 앞으로도 해외 취재활동을 계속 하실 생각이십니까?
- 시베리아에서 취재하다가 바이칼호에서 갑자기 위출혈을 일으켰습니다. 이르쿠츠크시로 후송되어 우선 급한 수술을 받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위벽 출혈부위에 집어놓은 클립들이 아직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아하던 술도 못 마시고….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낯선 곳으로 떠나서 다시 오지를 헤매고 다니게 되겠지요.
선생님께서는 술에 관해서 많은 일화를 남기신 분인데, 그것이 과거의 신화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하루 빨리 쾌유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으시고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가 김수남씨와 그의 자료실
●
취재 / 백지순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특집 ]
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展 / 강제욱 기획 - ˝사진가 백지순을 만나다˝
2009.12.21
[ 동영상 ]
백지순 개인展 그녀가 되다(Woman in the Big League)
2009.01.06
[ 본사내방 ]
[2004.11.27] 이선민,백지순 (사진가)
2004.11.29
백지순 Beak, Ji Sun
아시아의 모계사회
백지순 Beak, Ji Sun
백지순 개인전 `그녀가 되다(Woman in the Big League)`
백지순 Beak, Ji Sun
백지순 사진전 - 종부 宗婦 Jongbu_First daughter in law in head lineage family
백지순 Beak, Ji Sun
백지순 - Single Women Ⅱ_ Single or Single Again 展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