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사진가 마틴 파
마틴 파 (Martin Parr)
영국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52)가 한국의 수퍼마켓에 갔다.
한국사진학회(회장 오상조) 초청으로 지난 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파크에 온 그는 5일 원주의 한 대형 할인매장으로 달려갔다. 목에 카메라(니콘 F90X)를 건 사진작가는 슬슬 걸어다니다가 목표를 발견하면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변기 커버, 핸들 커버, 형형색색의 리모컨, 바비 인형, 뻘건 양념에 버무린 깻잎과 김치…. 근접촬영용 링 플래시가 파팍 터진다. “세계 어딜 가든 먼저 수퍼마켓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에선 모든 걸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이란 그가 사진의 주제로 삼는 보통 사람들의 꿈과 욕망, 풍요와 낭비, 일상과 현실, 소비와 세계화의 문제다.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매그넘’ 정회원인 그는 문화 비평적 사진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3세계의 전쟁이나 기아 등 충격적 사건을 기록하는 대신, 일상을 풍자하고 비평한다. ‘마지막 리조트’,‘작은 세계’ 등 그의 주요 시리즈 작업에는 관광지나 쇼핑센터에 우르르 몰려 다니며 악착같이 여가를 즐기거나 물건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영화세트장 같았다”는 북한 사진도 발표한 적 있다. “마지막 공산국가이니까 사진작가로서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주관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가장 엘리트 집단이랄 수 있는 매그넘 선배들은 내 사진을 싫어했다”고도 했다(매그넘의 창립자이자 현대사진의 대선배격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마틴 파는 다른 태양계에서 온 친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마틴 파가 원주의 할인매장에서 촬영한 것 역시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욕망과 좌절이었다.TV 모니터 앞에서 게임에 빠진 자녀를 기다리며 카트에 얼굴을 묻고 잠깐 조는 젊은 부모, 사발면을 박스째 사가는 군인…. 직원의 머리핀과 캐릭터 인형 달린 휴대폰, 꼭지에 리본을 묶은 멜론과 포장된 매운탕거리도 촬영했다. 마침 한쪽에서 엄마들이 어린이 옷 더미를 쑤시고 있었다. “바로 내가 찾던 장면”이라며 달려간 그를 손님들은 거의 무시할 정도로 카메라를 개의치 않는다. “흠, 일본보다 찍기 쉽군요.” 다만 화장품 코너에서 한창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여성은 카메라를 살짝 의식했다. 파씨는 몇 번이나 철수했다 다시 접근했으나 완전 무방비 상태인 여성의 표정을 끝내 건질 수 없다며 포기했다.
마틴 파의 사진에서는 문화의 인공적인 색깔이 자연의 중간색을 압도해 버린다. 어지럽도록 강하게 튀는 색깔 때문에 현실은 더 추해 보이곤 한다. “나는 포토샵을 쓰지 않는다. 그게 현실의 색깔이다”라고 말한 파씨는 ‘당신 사진은 왜 그리 냉소적인가’라고 묻자 “나는 그저 비평가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고 했다. 원주에 오기 전 들른 서울에서는 제과점 밸런타인데이 케이크와 ‘유럽에 비해 쾌적한’ 공중화장실을 찍었다.
이날 할인매장 탐방의 종착역은 푸드코트의 맥도날드. “아, 저는 맥도날드를 너무 좋아합니다. 세계 어디 가나 있으니까요.” 세계화를 이보다 더 생생히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할인매장을 나와서는 주차장으로 갔다. 현재 ‘주차장 시리즈’를 촬영 중이라는 그는 차가 빽빽이 들어찬 가운데 딱 하나 남은 자리만 골라 찍고 있다. 누구나 찾는 중이고, 발견 순간 횡재한 듯 기뻐하는 마지막 주차공간이야말로 현대인의 욕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란다.
글 / 정재연기자사진 / 구자호기자
<이 기사는 조선일보에 먼저 실린 기사로 정재연기자의 양해하에 게재합니다.>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캠퍼스 ]
˝Martin Parr 다큐멘터리의 예술적 점령“ -김홍희
2007.05.14
[ 이벤트 ]
마틴 파 『새로운 신화』 전시 입장권 (일만원)이벤트
2007.05.05
[ 연재 ]
김규동의 우리가 보아야 할 사진 책 이야기 - 예술 저널리즘의 사진가 “ 마틴 파 Martin parr ” 그의 사진책
2006.09.09
등록된 관련갤러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