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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곤 & 양종훈 대담
9월 학기부터 국립 순천대학교의 석좌교수가 된 김승곤 선생을 만나 한국 사진의 국제화와 대학교육의 실용성, 예술가의 경영 마인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사진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타임스페이스와 사진 인터넷 사이트 fotato.com을 운영하고 계간 사진비평을 출간했으며 국내에서는 동강사진축제, 한국사진의 수평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내외 전시를 기획했다. 사진 경영의 일선에서 사진문화운동을 선도해온 김승곤 교수가 바라본 한국사진의 현주소와 미래를 위한 전략을 알아본다.
담양 대나무숲에 선 김승곤 교수. 그는 우리나라 사진학과 석좌교수 1호가 되었다.
양종훈 : 먼저 석좌교수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더구나 순천대학교는 국립이 아닙니까? 우리 후배들에게 사진학과에서도 석좌교수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신 것만으로도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곤 : 명칭이 참 부담스러워요. 그럴 만한 지식과 경륜이 있어야 하는데 나로선 과분하고... 아마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지난 20년 동안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평가하여 그 이름을 준 것 같아요.
양종훈 : 석좌교수가 구체적으로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 학기에 수업은 얼마나 하십니까?
김승곤: 한 학기에 두 세 번 정도 특강을 하는데 사진학과 학생뿐 아니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요. 타 전공 학생들에게 사진에 대한 이해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한국사진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김승곤 교수
◆ 한국사진의 국제화와 정체성
양종훈: 김 선생님은 한국 사진의 국제화에서 창구 역할을 많이 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사진의 국제화가 어느 만큼 진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특정인 몇몇이 개인전이나 아트페어, 비엔날레에 참석하는 정도인 것 같은데요, 우리가 국제화를 더 활성화시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김승곤 : 지금 세계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도 진작부터 세계화를 부르짖었지만 아직은 경제에 국한될 뿐 예술, 특히 사진 분야에서의 국제화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사진의 국제화를 논하려면 먼저 생각해 두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첫째는 국제화를 위해서 국제적인 표준을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가 인데, 이때 국제적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느냐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둘째, 시스템의 문제인데요, 문화교류라는 것은 결국 관계 맺음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관계를 이어주는 구조,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를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줄 행정적인 역할과 학술 예술 단체의 지원 등등... 그런데 이제까지는 그게 없었습니다.
양종훈 : 그렇습니다. 작가를 지원해줄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김승곤 : 미국에선 경영학과에서 예술을 배워요. 예술이 경영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죠. 그들은 예술을 상품으로 보는데 정작 예술가들은 너무 경영을 모릅니다.
양종훈 : 예술가가 경영을 알면 좋겠지만 그것을 대행해줄 전문가나 단체가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들이 매니저를 두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김승곤 : 일본이 우리보다 서구문명을 빨리 받아들여 국제 교류를 해서 그런지 ‘문화의 힘’에대해 우리보다 인식이 앞서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에서 조직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일본 기업들이 자금을 모아 프랑스의 센 강변에 하얀 건물을 사서 ‘리틀 토쿄’라는 이름을 붙여 파리시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동강사진축전에서 국제상 심사결과를 경과보고하는 김승곤 운영위원
타임스페이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승곤 교수
양종훈 : 참 부러운 일이군요.
김승곤 : 제도적인 지원 외에 개인적으로 큐레이터와 전시 기획자 같은 인재들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상할 대중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의 백화점 내 갤러리에서는 대개 사진전이 많이 열리는데 백화점 측에서 보통 3,4천만원을 지원해줘요. 입장료를 1만원 정도 받아도 거의 세 겹으로 줄을 지어 관람할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 언론 매체에서도 사진 담당 기자가 있어서 빠짐없이 보도해주고... 아무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요.
양종훈 : 일본에서 전시 기획을 해서 돈을 버셨다는 좋은 소식이 있던데요.
김승곤 : 네, 지난 봄에 일본에서 월드컵을 기념하여 한국의 사진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했는데, 모든 경비를 제하고 약 8백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일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셈이죠.우리나라에선 기획자가 갖은 봉사를 다 하고 오히려 금전적인 손실까지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사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비즈니스가 개입하고 그러니 비즈니스맨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선 선비정신 때문인지 비즈니스 정신이 부족해요.
양종훈 : 이제는 사진과 학생들에게도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야 될 것 같습니다.
김승곤 : 젊은 혈기에 한 두 번은 전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이 없으면 재생산을 할 수가 없지요. 예술가라고 해서 평생 지출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면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 예술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양종훈 : 작가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시스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사진 포털사이트 ‘포테이토 닷 컴’(fotato.com)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요? 온 라인을 통해 국내외 사진 교류도 할 수 있고 사진판매도 가능하니까요.
김승곤 : 예술은 예술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지만 예술의 생산자의 입장에선 창작이 재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 경제력이 필수입니다. 취미이건 직업이건 사진 행위 자체가 가치 있는 행위이고 당연히 그것에 대한 권위, 즉 저작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1984년에 타임스페이스를 창업할 때만 해도 이런 인식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사진을 예술적인 가치로만 생각하지 저작권이라는 권리로 생각하지 않아 참 답답했어요. 어떤 사진가의 아내는 남편이 죽은 후 평생 고생만 시킨 고생단지라고 사진원고를 모두 불살라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타임스페이스는 1984년에 창립,사진원고대여(stock)로 사진가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켰다.
그게 고생단지가 아니라 보물단지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때까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어요. 저작권법이 제대로 발효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 권리를 대행하기 위해 출발한 것이 타임스페이스였습니다.
세계최고의 사진포털사이트를 꿈꾸는 포테이토닷컴 직원들
양종훈 : 그때만 해도 원고를 대여해주고 돈을 받는다는 인식이 없을 때였기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 후 충무로에 원고 대여 업무를 대행하는 스탁(stock) 회사들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승곤 : 그동안 사진전, 세미나, 국제교류 등 사진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사진 비즈니스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력을 키워서 문화활동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계간지 사진비평을 낸 것도 그런 목적이었습니다. 워낙 적자가 커서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실패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사진비평이 뿌린 씨가 언젠가는 다른 쪽에서라도 꽃 피우리라고 믿으니까요.
양종훈 : 타임 스페이스에서는 온 라인 서비스로 포테이토 닷 컴을 열어 여러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승곤 : fotato.com에는 스탁, 포토 CD, 웹진, 갤러리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립할 수 있게 수익모델을 개발중입니다. 지금까진 문화적인 사이트였지만 교육에 주력해볼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온 라인에서는 훨씬 더 신속하고 많은 참여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으니까요. 자랑 같지만 세계 어느 유사 사이트를 서핑해봐도 이만한 사진 사이트가 거의 없습니다.
◆ 대학교육의 문제점과 그 대안
양종훈 : 학교 문제로 이야기를 돌려볼까요. 교육은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떻습니까, 학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또한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위치에 계신데...
김승곤 : 어떤 일이든 양면성이 있지만 대학교육은 사실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서 말하려 하지 않고 누가 말한다 해도 바뀌어질 개선 가능성이 적다는 게 문제지요.
양종훈 :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요?
김승곤 : 크게 교수와 커리큘럼의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이념이나 철학을 가진 교육자가 많지 않고 시대에 맞는 지식을 가진 교육자가 부족해요. 그리고 대학교육은 인간의 완성이라는측면에서 봐야 하는데 균형 있는 감각을 가진 교수가 드물어요.
김승곤 교수와 앙종훈 교수가 포테이토 닷컴 회의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다음에는 커리큘럼의 문제입니다. 사진은 처음에는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으로 받아들였고 다음에는 이미지로, 그리고 미국에선 사진을 디자인 등과 함께 정보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기술을 떠나 사회적으로 유통될 땐 사회활동으로 그리고 경제활동, 심리, 철학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아직도 한국에선 예술일변도로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순수 보도 광고 등 너무 경직된 분류법을 전국의 40개 대학에서 똑같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도 넌센스죠.
양종훈 :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겠습니까?
김승곤 : 학생 입장과 교육기관의 입장이 있겠는데, 교육기관의 경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파악해 이 시대에 맞는 교육구조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가 부터 알아야 합니다.
김승곤 교수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동강사진축전의 메인전시장
양종훈 : 사진학과를 분리하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전에는 미대에 서양화과, 디자인과 등등의 학과로 있다가 디자인대학으로 분리되었듯이 사진도 그런 시점이 아닌가요?
김승곤 : 근대화는 전문화, 즉 분할 과정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세분화되었을 때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학문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고 모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양종훈 : 아니 제가 말씀드린 것은 사진학과 내에서 전공의 세분화가 아니라 사진학과가 사진대학이 되면 개설과목을 지금보다 4배는 늘릴 수 있고 교수의 수도 그만큼 더 확보할 수 있어 학생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죠.
김승곤 : 그렇다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의 현실적인 상황으로는 사실 분할도 통합도 어려우니까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게 필요합니다. 학부 안에서 뿐 아니라 타 대학 수강도 가능하다면 더 좋지요. 외국에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양종훈 : 대학간에 컨소시움을 형성한다면 참 매력적일 겁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김 선생님의 첫 이미지는 평론가인데 평론 첫 세대로서 느끼신 점들이 많으실 텐데요.
◆ 평론은 사회적 무기
김승곤 : 평론가라고 나 스스로 타이틀을 붙인 지는 5,6년 밖에 안 되고 그 전에는 기고를 하면 그쪽에서 적당한 타이틀이 없어서 그랬는지 평론가라고 붙였습니다. 누구든 해야 할 역할을 할 때 그 타이틀이 정당한데 나는 스스로 그런 역할을 못했습니다.
양종훈 :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평론은 무엇입니까?
김승곤 : 평론이란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인접분야와의 관계를 통해서 사진이 원래 갖고 있거나 새로 만들어지는 구조들을 밝혀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론은 일종의 무기예요. 따라서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정략적인 측면에서 평론하면 안 되죠.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김승곤석좌교수는 9월 26일 순천대학교내 인문사회과학대학 2호관 합동 강의실에서 "사진발생에서 20세기 초까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특강을 었다.
양종훈 : 평론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을 부탁합니다.
김승곤 : 학생들이 활자에서 멀어지는 현실이 걱정스럽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것에 이어서 읽어야 할 책이 서너 권 나오기 마련이고 그걸 따라가다 보면 공부가 점점 넓고 깊어집니다. 이론은 선생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방향만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요. 내가 무슨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작가의 철학은 중요하지만 모든 작가가 다 이론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추구하는 작품성향에 따라 다르죠.
◆ 한국 사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양종훈 :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끝으로 한 가지 질문만 더 하겠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갖고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무엇일까요?
김승곤 : 정체성이라는 말은 한국적이라는 말로 풀 수 있는데, 그것이 중요한 전략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컨셉입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중요해요. 국제적인 경향에 맞는 상품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닙니까?
양종훈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한국적인 것을 한옥같이 전통적인 것이라고 좁게 해석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오해가 통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체성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부인 임향자 사장은 김승곤 교수의 사진문화운동의 동반자이자 후원자이다.
김승곤 : 정체성과 소재주의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역사와 우리만의 독특한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 정체성인데, 요즘 학생들 보면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사적인 사진을 많이 해요. 미국에는 거의 없는 현상이지요. 그것이 바로 한국의 정체성입니다. 우리만 갖고 있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것만을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합니다. 만약 나보고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기획하라고 의뢰한다면, 지금 한국의 가정, 사회가 갖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 사진으로 전시를 기획할 겁니다.
양종훈 : 이제까지는 김 선생님을 부드럽고 신사적인 분이라고만 느꼈는데 오늘 뵈니까 상당히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입니다. 그 정신적 바탕이 무엇인지요? 혹시 임향자 선배는 아닐지(웃음)
김승곤 : 동반자로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양종훈 : 저도 상당히 개혁성향인데 오늘 공부 많이 했습니다. 김 선생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도 감동했고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승곤 : 감사합니다.
정리 : 월간 사진예술 윤세영 편집장
※ '석좌교수' 란?
우리나라 사진학과 개설 40여년만에 석좌교수가 탄생했다. 석좌교수는 교수로서 최고의 명예교수라 할수 있으며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았거나 사회에서 관련분야에 큰 업적과 공헌을 쌓은 분들을 모시는 제도이다.
< 이 글은 '월간 사진예술'의 허락하에 2002년 11월호 기사를 올린 것 입니다. 이 기사에 대한 무단사용을 금하며 기사와 사진의 저작권은 '월간 사진예술' 및 글쓴이,사진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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