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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토시노부 : 일본 풍경사진의 기수
일본에서 새로운 풍경사진의 기수로 불리는 다케우치 토시노부(竹內敏信)가 한국을 찾았다. 후지필름의 신제품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한국 후지필름이 기획한 세미나를 위하여 대구와 서울에서 각 한 차례씩의 슬라이드 쇼를 곁들인 강연을 가졌다. 세미나가 열린 롯데호텔 2층 그랜드 볼룸에는 35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는 대성황을 이루어 한국의 사진가들에게도 높은 인지도를 가진 다케우치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당초 참석 예상 인원은 200명이었으나, 계속 몰려드는 청중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부득이 임시 좌석을 마련해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일본에서 가장 바쁜 사진가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일본으로의 귀국에 앞서 오랜 교분을 쌓아온 타임스페이스에 후지필름의 필름 개발을 주도해온 와카바야시(若林善夫) 씨와 함께 들렀다. 이 자리에서 예정에 없었던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우선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좀…
다케우치 토시노부
- 한국에는 이번이 처음이시지요?
처음입니다. 저의 책이 나오기도 했고 해서 전부터 오고는 싶었지만 기회가 닿질 않아서…. 하지만 처음 온 것 같지 않고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35mm 카메라를 위한 원포인트 풍경사진」이 1992년 타임스페이스에서 출판된 바 있다.
- 요즘에는 요즘 주로 유럽 쪽 사진을 찍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을 찍을 생각은 없으신가요?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대구와 서울에서 보내는 동안 찍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정쩡하게는 시작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점적으로 찍고 있는 아이슬랜드 작업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한국 촬영은 유럽사진이 마무리된 다음 생각해 볼까 합니다. 그전에 한국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정해야겠지요. 한국의 자연은 일본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은 한국의 자연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은 주로 35mm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굳이 35mm를 고집하시는 데에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그건 잘못 알려진 겁니다. 35mm 카메라를 많이 쓰긴 했지만 35mm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중형 카메라로 찍기도 했구요. 35mm를 많이 사용했던 것은, 내가 처음 사진을 시작했던 70년대만 해도 120 중형필름에는 색감이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5mm 필름 화질이 훨씬 좋았던 거지요. 지금은 중대형 포멧도 필름이 좋아져서 중형이나 대형 카메라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 머리에 항상 두건을 쓰고 계셔서 마치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는데요. 왜 두건을 쓰시는 겁니까?
뭐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집사람이 머리에 띠를 두르면 좀 더 아티스트답게 멋지게 보일 거라고 권해서 빨간색 수건을 두르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웃음)
- 언제부터 쓰기 시작하신 겁니까? 두건 많이 갖고 계시겠지요?
한 20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머리에 두건을 쓰지 않으면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허전할 정돕니다. 처음에는 그냥 머리에 띠를 맸는데, 10년 전쯤 사고로 머리를 부상한 일이 있고서부터는 머리 전체를 싸는 두건을 쓰게 되었습니다. 숫자 말입니까? 주위에서 선물로 주기도 하고 해서 커다란 상자로 하나 가득 됩니다. 하지만 맘에 들어서 자주 애용하는 것은 너덧 장밖에 되지 않습니다.
- 카메라 매니아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모두 몇 대나 갖고 계신가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방 하나를 완전히 카메라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에 와서도 충무로의 카메라 파는 곳을 몇 군데 둘러보았는데, 중고 카메라는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더군요.
-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클래식 카메라 매니아들도 있고, 동신대학에는 돌아가신 이경모 선생의 카메라 박물관도 있습니다.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만, 다케우치 선생님께서는 디지털 카메라는 사용하지 않으십니까?
왜요. 용도에 따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캐논 1DS를 두 대 갖고 있는데, 잡지나 출판 일을 할 때는 주로 그 카메라로 찍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 디지털 카메라와 아날로그 카메라는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기록이나 편리성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단연 디지털이 뛰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록과 표현은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디지털은 필름의 새로운 형태나 필름의 연장선상의 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생 자체가 전혀 다른 것이지요. 디지털은 매우 흥미롭고, 나 자신도 디지털 카메라를 쓰고는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을 신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숫자로 밖에는 나타낼 수 없는 표현에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누구나 디지털시대 에 대응해나갈 자세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사용하고 계시는 카메라를 아날로그 카메라에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해상도나 다른 특성들은 거의 4×5와 맞먹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은염사진과 달리 화상의 질은 표면이 빤질빤질하다고 할까요, 깊이나 원근감에 대한 느낌이 다릅니다. 디지털의 결점은 스포츠사진이나 보도사진 같은 분야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겠지만, 풍경사진에서는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나는 지금 그런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에 맞는 풍경의 접근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다케우치 선생님께서는 프린트도 직접 하시는가요?
아닙니다. 나는 이전부터 주로 포지티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프린트도 전부 전문적인 현상소에 맡기고 있습니다. 디지털도 마찬가집니다. 시간이 있다면 자신이 최종적인 프린트까지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나 같은 풍경사진가의 경우는 데이터를 만지고 있는 것보다 시간이 있으면 나가서 한 장이라도 더 찍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오퍼레이터가 필요하게 됩니다. 해석에 따라서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프린트의 오리지널리티 문제도 아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정의가 내려져야 하지 않을까요?
-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만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이커 쪽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침 여기에 컬러 감광재료(필름)만을 40년 가까이 다뤄오신 일본 후지필름 영업기술부의 와카바야시 요시오 참사께서 자리를 함께 해 주셨는데, 궁금한 것을 몇 가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버설 필름개발의 일인자
필름생산이 중단된다고 하던데…
와카바야시 요시오
- 항간에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후지필름이 필름과 인화지 생산을 중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과 보도사진가, 커머셜포토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용적인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될 것이 예상됩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현재 수익 면에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은염필름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기업의 목표는 원래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조금 어렵다고 하셨는데, 아주 어려워지면 회사에서도 어떤 단안을 내리지 않겠습니까?
다른 메이커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 그 말씀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슨 근거라도 있는 겁니까?
혹시 싱글 에이트(Single 8)라는 카메라를 아시는가요? 우리 회사에서 나온 8mm 카메라인데요. 하지만 곧 그보다 훨씬 보다 편리한 비디오 카메라가 나오고, 점점 소형이 되다가 지금은 거의 디지털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 지금은 싱글 에이트로 찍는 사람도 없고, 카메라 자체도 생산이 끊어진지 오래 되었지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필름을 여전히 만들어내고 있고 현상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잘 모르실 지 모르지만 8mm 카메라에는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에는 없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 소수의 소비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일본의 기업정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필름 한 롤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커다란 공장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 지 궁금해 지는군요. 오직 소수의 소비자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실은 은염필름을 계속해서 만들겠다는 것은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해상력에 있어서나 톤의 재현력에 있어서 은염사진에 따라오지 못하지요. 어려운 색의 배합, 컨트라스트가 극도로 강한 장면에서의 농도차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아직은 리버설 필름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따라오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재현 시스템에도 있습니다. 가령 지금은 가정에서도 베타 형식이나 VHS 테이프를 거의 안 쓰고 있지 않습니까? 전부 VCD나 DVD로 바뀌고 있지요. 그렇다면 재래식의 VHS 테이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박물관에 가서나 열어볼 수 있겠지요. 은염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는 수많은 아날로그 카메라가 보급되어 있고, 아직은 성능면에 있어서도 뛰어난 은염필름의 묘사력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성능을 높여나갈 것이구요. 흑백필름도 계속 생산할 겁니다. 따라서 다게레오타입이나 습판사진처럼 하루 아침에 은염사진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필름은 사진과학 150여 년의 집결체
- 리버설 필름이라면 코닥, 이라는 고정적인 관념을 갖고 있는 프로들이 많은데, 판매나 성능 면에서 코닥필름과 비교했을 때 어떻습니까?
정직하게 말씀 드려서 과거에는 리버설 필름은 코닥에 비해서 뒤떨어져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CDU와 RDP가 나오는 1980년대부터 경쟁력이 붙었고, 여기서 구체적인 숫자를 들 수는 없지만 지금은 우리 제품이 완전히 앞서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최근 개발하신 필름 두 종류를 소개하시기 위해서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필름입니까?
VELVIA 100F와 ASTIA 100F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필름들은 새로운 커플러와 유제기술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다중 색보정 층 기술을 도입해서 입상도와 색재현 성능을 높인 최첨단 필름입니다. 특히 피부 톤과 질감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ASTIA 100F는 패션과 인물사진, 광고사진 분야의 사진가들의 높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 대단한 필름인 것 같은데 조금 설명이 추상적이어서…
예를 들어, 검은 옷을 입고 검은 핸드백을 든 모델을 검은 색 천을 배경으로 찍었다고 했을 때 후지크롬이라면 그 미묘한 톤의 차이를 충실하게 재현시킬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진이 발명된 이후 획득해 나온 사진 과학기술을 집결시킨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지털사진이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은염사진도 계속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 30년 넘게 리버설 필름연구와 개발에 종사해 왔고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고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때 보람을 느끼십니까? 그리고 실례입니다만 연세가…
43년 생입니다. 제품을 개발해서 내놓으며 금방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런 유저들의 반응이 제품의 개발과 생산 시스템에 피드백 되는 것이지요. 내가 개발한 필름이 사진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 두 분 선생님,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갖고 있는 카메라를 처분해서 디지털카메라를 괜찮은 것으로 바꿔볼까 했는데, 두 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이대로 조금 더 갖고 있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임스페이스를 방문 중인 풍경사진가 다케우치씨, 와카바야시 후지필름 영업부참사와 타임스페이스 임향자사장, 국립순천대학교 김승곤 석좌교수.
* 정리 : 전경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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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세미나 ]
다케우치 토시노부의 세미나
200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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