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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원 교수의 조선족의 생활양식의 지속과 변동 - 오늘의 조선족 - 2. 조선족의 정체성과 민족관 (3)

Ⅱ. 오늘의 조선족

2. 조선족의 정체성과 민족관

(5) 일어서는 조선족

조선족 사회는 농경문화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과정 속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한중수교와 더불어 몰아닥친 코리안드림의 열풍은 더욱 더 그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수많은 조선족들이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이기고 자립에 성공하여 주변의 사람들을 도우면서 성공신화를 남기고 있다. 그것은 다른 조선족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힘이 한민족의 저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취재하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한계로 자료를 흑룡강 신문, 송화강 등의 잡지의 기사를 기초 자료로 하여 취재원을 선택한 후 섭외를 하고 현지를 방문하여 취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한다.

① 과학영농으로 고향을 지키는 김청림⁴⁰⁾

라북현 동명향 홍광촌지부서기 김청림씨(42세)은 90년대 중반부터 식량가격의 하락으로 생산적극성이 떨어지고 해외 취업이 늘어나면서 휴경지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휴경지를 도급 맡아 과학영농기술로 부농의 꿈을 키우기로 결심하였다. 1998년부터 과학영농법을 도입하고 노력한 보람으로 해마다 수확을 높였고 작년에는 30여 헥타르의 논농사를 지었는데 벼의 가격이 급등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과학영농이 갖다 준 혜택을 보면서 농업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터득한 그는 대다수 농민들의 낡은 재배기술만 고집하면서 하늘만 믿고 농사지으려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현과 향의 농업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농민들과 같이 과학적인 영농기술을 전수받았으며 1999년에는 과학 영농을 실천하고 있는 우수한 지역 등을 선택하여 촌간부들과 함께 견학을 하면서 홍광촌의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직파3초’ 벼 재배기술, 기계조파, 깊숙 시비, 종자포의 등 선진적인 재배기술을 도입했고 룡선 948, 간검90-31 등 우량품종을 선택하여 우선 과학기술시범구역을 설치하였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먼저 공동으로 대처한 촌의 여섯 호는 이미 빈곤을 탈피하였고, 나머지 마을사람들도 대부분 호응하여 과학영농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촌민들의 자질과 문화생활의 향상을 위해 문화활동실을 지었고 생산과 생활의 편리를 위해 틈틈이 촌민들과 함께 마을의 도로를 닦았다. 또 해마다 봄철이 되면 촌간부들과 함께 가가호호 다니면서 생산자금, 물자의 준비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어려운 일은 그 해결책을 모색하여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증산 증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② 벽체 자재 분야의 일인자 천재수씨⁴¹⁾

지난해 중국벽돌기와공업협회에서 부문 우수공장장으로 선발된 조선족 기업인 천재수(54세)씨는 시장수요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대담한 투자로 1996년 고향인 화남현에 내마용접봉공장을 세운 뒤 지난해 하얼빈시 도리구 민주향 신발조선족 촌에 하얼빈시 대천채색기와공장을 설립하고 흑룡강성 대도시 건축시장을 겨냥하여 사업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국내 건축시장의 활성을 예견한 그는 1996년 말 고향인 화남현에 70만원을 투자해 화남현 내마용접봉공장을 설립하고 외국의 선진적인 배합방법을 도입해 생산을 시작, 시초부터 품질제일주의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만족을 주었으며 성내외 신문, 텔레비전에 제품을 홍보하는 등 인지도 재고에 전력하여 기타 동류제품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현재 서장을 제외한 전국 30개성과 자치구에서도 호평을 받아 판매량이 동류제품 중 전국 제일을 달리고 있으며 러시아, 말레이시아, 수단 등 11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는 전국의 벽체재료의 시장조사와 선진국과 국내의 벽체자재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모든 국내산 기와의 결점을 파악한 후 선진국의 생산비밀을 탐지하고 도입하였다. 지난해 5월 하얼빈에 공장을 신설하고 중국에서 조립한 일본의 선진설비를 유치해 년간 120만 장의 생산을 기록하고 있다. 모래와 시멘트를 주요원료로 생산한 대천채색기와는 흑룡강성 공사품질감독감정센터의 감정을 거쳐 JC 746-1999 품질표준에 도달하였으며 방수, 방풍, 단열, 경도, 부하능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색채가 다양하여 시공에 편리하고 장식효과가 좋은점 등 기타 동류제품보다 우수한 성능과 특징으로 흑룡강성 벽체자재 양질제품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전국적인 벽체자재설비 및 부품박람회가 있으면 항상 참가하여 기술교류와 더불어 제품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공장 조업이 일천한 상황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어 올 봄부터는 건축개발상들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가목사시의 건축개발상과는 12만원어치의 판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목단강시 강남개발구 총지휘부에서도 대천채색기와의 우수한 성능과 특징에 만족하여 올해부터 대천채색기와를 쓰기로 결정하였으며 하얼빈시의 10여개 건축개발상들도 속속 그의 공장을 찾아오고 있다.

③ 장고표 짠지 리춘옥⁴²⁾

국외나 연해지역으로 나가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과는 달리 고향땅에서 마을주민들과 같이 전통식품을 개발해서 차분히 발전해 나아가는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정현 덕선향 신성촌의 리춘옥씨(38세)는 신성촌에는 여러 가지 여건으로 한국, 일본, 연해지방으로 돈벌이를 나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여성들이 많은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같이 잘살아보겠는가를 모색하든 중 시장조사를 통해 ‘짠지’소비량이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2003년 5월 80㎡규모의 짠지공장을 설립하고 ‘장고’표 짠지라는 상표로 고추장, 순엿을 원료로 만든 도라지 무침, 영채, 배추, 무우 등 는 1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하였다. 짠지의 원료는 현지에서 가장 우수한 것들을 선택하였고, 제조방법은 대대로 내려오는 조선족의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였으며, 종업원은 모두가 신성촌의 여성들로 정하였다. 원료에서부터 제조방법, 종업원까지 모두가 이 지역에서 결정되었으니 재료의 신선함과 정결함은 물론 깊은 맛, 시간적인 면과 운반비 등 기타 경상비도 대폭 줄일 수가 있었다.

가장 어려운 판로의 개척은 방정현의 여러 슈퍼마켓에 네트워크식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장고’표 짠지는 현의 각 향에서 한창 판매 붐을 일으키고 있다. “김치없이는 못살아”라는 타령까지 나올 정도인 조선족들은 물론이고 요즘 접어들어 한족들 역시 순수한 맛을 자랑하는 ‘장고’표 짠지라면 엄지손가락을 내흔들 정도가 되었다.

촌민들과 동반 성장을 목표로 앞장서고 있는 그녀는 올 가을에는 하얼빈시 짠지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시장조사와 설비 점검을 허고 있다.

④ 찰떡 명인 허장숙⁴³⁾

하얼빈시 동풍가의 허장숙씨가 만든 찰떡은 하얼빈시의 조선족의 명물로서 많은 조선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솜씨를 이어받은 천부적인 손재주에 깨끗한 몸과 느긋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떡을 만들어야 진미를 낼 수 있고 먹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업 직전에 반드시 머리를 감고 옷과 손을 정결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한 정성을 들인 떡이기에 그 맛은 일품이고 고객이 많은 것 이였다.

그녀는 1986년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20년 가까이 찰떡만을 만들어 왔다. 주문된 양만큼만 만들기 때문에 재고는 없고 하루 평균 100㎏ 전후의 쌀을 가공하여 대부분 오전 10시 전으로 배달한다. 그래서 그녀는 새벽 1시 반, 일손을 돕는 여동생 부부와 딸은 3시 반에 일어난다.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찰떡은 2월 50전으로 시루떡은 3원이다. 그것은 그녀의 고객 대부분이 오랜 세월 고정된 고객으로서 깊은 정이 들었기에 쌀값이 올라도 이익을 줄이면 된다는 생각에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벌이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민속 떡을 즐겨 먹고 자신이 만든 떡을 맛있어 하는 고객들이 고마워서 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작은 돈벌이지만 끈질기게 견지해온 덕분에 동생에게 집 한 채를 마련해 줬고 집 손질도 할 수 있었다며 한국나들이로 뭉치 돈 벌어오는 친구들보다 끈질기게 벌어 모은 부스럭 돈이 더 야무지다고 하는 그녀는 나머지 인생도 찰떡장사로 살아가겠다고 한다.

⑤ 김향춘의 창업기⁴⁴⁾

어려서부터 남달리 자신을 가꾸기 좋아했다는 김향춘, 간호학교 졸업한 후 몇 달간 진료소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해 보았지만 날마다 환자들의 아픈 얼굴을 대하는 것이 자유분방한 그녀의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배운 지식을 써먹을 수도 있고 내 천성에도 맞는 직업을 찾고 싶다.” 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썬라이드 미용원에서 하루 종일 피부를 촉촉이 보호해줄 수 있는 화장품을 발견하고 썬라이드 미용점을 차리기로 마음먹고 일정기간의 학습을 거친 후 작년 10월에는 조선족이 많은 안부가에서 ‘진달래미용원을 개업했다. “시작했지만 경험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저 검사를 하면서 여러 분야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어요.” 반년동안 운영하면서 이제는 제법 자신감을 가졌다는 말이었다.

미용원을 시작하면서 먼저 홍보에 치중했다. 종업원들과 함께 무료미용카드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손님이 들어오면 제품설명부터 차근차근 해주기도 했다. 제품선전을 하면서 그녀가 갖춘 의학지식은 이론적인 바탕이 되었고 깊이 있는 설명을 할 수가 있었다. 또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건강지식을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건강상식 같은 자료를 스크랩하고 그것을 토대로 설명하면 고객들도 그녀의 정성과 노력에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미 50여명의 고정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1년 내에는 적어도 100명의 고객을 보유하겠다며 밝은 내일을 꿈꾸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엄마의 보살핌으로 생활하였는데 미용원을 시작한 후로는 너무 바빠서 집에 돌아갈 시간이 없고 그래서 아예 미용원에서 숙식을 한다. 그러나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즐겁다.” 면서 자신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⑥ 옷장사로 자립한 김영자⁴⁵⁾

1983년 결혼할 당시 19㎡의 작은 집에서 시집식구들과 함께 신혼 방도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한 해림시 해림진 김영자(43세) 여인. 길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가난에서 탈출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결혼당시 시아버지는 중풍으로 누워있었고 남편이 근무하는 완구공장은 불경기로 월급도 지급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 혼자의 월급으로 다섯 식솔을 생활을 지탱해나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결혼 한달 만에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가장 손쉽고 밑천이 들지 않는 짠지장사에 나섰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영기업인 해림백화상점에 취직하였으나 대부분이 한족인 동료들과 언어소통이 어려워 몇 번이나 사직을 생각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동료들과 친근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또 열심히 일을 하여 점차 일터의 주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1989년 해림시 백화상점이 사영기업으로 변하면서 그녀는 정리 해고의 대상에 들어가게 되었다. 성격이 낙천적인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임대 점포를 맡아서 2,000원을 밑천으로 속옷, 양말, 목수건, 등 의 소규모 의류상점을 경영했다. 그녀는 10여년을 하루 같이 알뜰한 봉사와 신용을 바탕으로 많은 단골손님들을 가지게 되었다. 물건을 물리려오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상냥한 모습으로 대해주었으며 색상, 양식에 대한 의견을 듣고 물건을 교환해주었다. 또 직접 연길시에 가서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물품을 골라 들여와 각별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그러게 자리를 잡아 가던 중 6년 전 남편이 한국으로 나간다며 수속을 하다가 3만 여원의 돈을 사기를 당하고 그 것을 자책하던 남편이 설상가상으로 중풍에 걸리게 되어 가정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빨리 돈을 버는 길을 찾다가 한국행도 생각해보았지만 차마 앓고 있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자식을 버리고 나갈 결심이 서지 않았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본지에서 더욱 악착스럽게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반신불수에서 나중엔 운신까지 못하게 되어 고생을 하다가 작년에 세상을 떴다.

장사에 남편시중에 아들딸들도 다른 집 애들처럼 아껴주지 못했지만 그녀의 고생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착실하고 공부 잘하며, 힘든 부모생각도 할 줄 알고, 자립능력도 강하다는 아이들 자랑을 하는 그녀는 좋은 세월 보지 못하고 세상 떠난 남편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무슨 일이나 정성들여 하면 안 될 것이 없어요. 그간 장사를 하느라, 애들 아버지 병시중을 하느라고 고생이 막심했지만 조금도 후회되지 않아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신혼살림에서부터 지금까지 풍파도 많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그녀는 이젠 가계도 두 개로 늘일 수 있었고 작년에는 70여㎡가 되는 아파트도 구입했고 아이들도 자랑스럽게 성장하고 있다.

⁴⁰⁾『흑룡강신문』김홍철 - 2004년 03월 25일.
⁴¹⁾『흑룡강신문』남석 - 2004년 04월 28일.
⁴²⁾『흑룡강신문』2004년 03월 18일.
⁴³⁾『흑룡강신문』김선화- 2004년 04월 30일.
⁴⁴⁾『흑룡강신문』채복숙 - 2004년 04월 21일
⁴⁵⁾『흑룡강신문』신현일 - 200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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