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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 일본에서 느낀것들
일본사진협회상 시상식에서 (사진 가장 오른쪽이 윤세영편집장)
4박5일간 일본에 머물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조차 끈질기게 귓전에 맴도는 소리가 그들 특유의 억양으로 발음하는 “아리가도 고자이마(~)스"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으니 그 말이 서울까지 따라온다 하여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서로 유전인자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데 우리나라와 외국을 비교하여 우열을 말한다는 것은 하릴없는 짓이다. 그렇다 해도 은근히 부러웠던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동경 시내 중심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동경도 사진미술관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접근용이성에다 4층짜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야무진 건물, 특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7백 엔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진지하게 사진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만만치 않은 수효와 진지성에 은근히 질투가 났다.
둘째는, 일본사진협회가 주최한 사진상 시상식이었다. 그것도 입장료가 5천 엔인데, 일본의 내노라하는 사진계 인사들이 군말 없이 거금을 내고 들어와 90분간 진행되는 그 지루한(?) 시상식을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간 우리 일행이야 우리나라 김승곤 교수가 자랑스러운 국제상 수상자이니 못 알아듣는 일본어지만 신이 나서 듣고 있는다지만, 하여간 그 식을 지켜본 후 우리끼리 한국말로 나눈 소감은 “솔직히 5만원을 준다고 해도 별 재미없을 시상식에 그 돈을 내고 참석하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놀랍다.”며 농담 반 부러움 반이 섞인 촌평을 나눴다.
셋째, 도쿄에서 가까운 하꼬네 온천에 놀러가서 그곳 안내지도를 살펴보니 산골짜기 온천 동네에 미술관이 20개쯤 되는 게 아닌가. 믿어지지 않는 중에 사진미술관도 한 곳이 있길래 우리 일행은 마치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 물어물어 꼬불거리는 길을 헤매 기어이 하꼬네 사진미술관을 찾아냈다. 그곳의 입장료는 4백 엔. 2층짜리 사설 미술관의 내부가 우리네 안방 크기 정도지만 그 시설만큼은 오목조목 예쁘고 완벽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진가였고 그 자신도 후지산만 찍는 사진가 엔도씨는 조상대대로 살아온 살림집 마당에 작은 갤러리를 지어 자신의 후지산 사진전을 열고 있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더니, 그 깜찍한 규모와 꼼꼼한 공간이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작고 깜찍한 사진미술관을 나오면서 우린 그동안 너무 규모의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큰 도시 서울에 살아야 특별시민의 긍지를 느끼고, 일류학교를 나와야 안심이 되고, 집과 자동차의 크기를 늘리는 일에 좋은 시절 다 보내는 우리의 욕망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드웨어를 늘리는 일에 열중하다가 소프트웨어를 채울 기회를 영영 놓쳐버리고 껍데기로만 남은 삶. 일부러 찾아 가려고 해도 찾기 힘든 궁벽한 곳에 (통 큰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손바닥만한 미술관을 지어놓고 스스로 자족하며 사는 그들의 삶.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그 작은 사진미술관에서 만난 에이꼬 엔도씨의 방문해줘서 고맙다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역시 그들의 ‘아리가도 고자이마스’는 서울까지 따라와 있었다.
<이글은 월간 사진예술 7월호의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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