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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 사진을 통한 보다 나은 내일
▣ 전시기간 :
2003년 5월 6일 - 2003년 5월 11일
▣ 전시장소 :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 제1전시실 : 석정리역의 어머니들
▣ 제2전시실 : 아아 … 지뢰 - 캄보디아의 어느 장애인 마을
"사진을 통해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사진작가 윤주영선생의 개인전이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5월 6일부터 열리고 있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 왕성한 사진작업으로 사진계에 귀범이 되고 있는 윤주영선생을 포테이토닷컴이 만나보았다.
*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연로하신데도, 아직 정열적인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계시는데, 많이 힘드시죠? 이번이 몇 번째 전시회인가요? 사진집도 많이 펴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아직 힘든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이것이 몇 번째 전시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방 전시와 일본 전시까지 다 합한다면 아마 20회가 넘을 겁니다. 그 중에는 겹쳐지는 전시회도 있습니다만... 이번 함께 전시하는 '캄보디아…'는 출판사가 나서지 않아서(웃음) 아직 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석정리'를 넣어서 사진집은 지금까지 모두 13권이 나왔습니다.
* 이번 전시는 시골 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시골의 행상 아주머니들과, 캄보디아의 지뢰 피해자들의 생활상을 찍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두 작업 사이에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함께 전시를 하게 되셨는지요?
- 연관성이 있습니다. '석정리 역의 어머니들'의 경우, 우리 어머니들의 근검절약과 자립의 정신이 나타나있습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는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들 우리 어머니들의 스스로 일어서려는 강한 자립의 의지와 협동심 등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만들어냈다고 믿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지뢰를 밟아 신체의 일부를 잃은 캄보디아의 장애인들에게 자립해서 나갈 수 있는 길을 가르치기 위해서 일본의 NGO가 만든 지원사업센터를 촬영한 것입니다. 우리도 전쟁을 치른 직후에는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오늘날의 사회를 이룩한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자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오늘의 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캄보디아는 30여 년 동안 이어진 긴 전쟁과 학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숨지거나 불구가 되었고 지금 아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러주겠다는 꿋꿋한 자립의 의지와 목적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들도 우리가 성취한 발전을 이룩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근로와 근검, 나를 내 자신의 힘으로 일으키려는 자조의 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 같은 경우에 놓인 사람들끼리 더불어 협력하는 자세가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번 사진전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두 가지 주제의 사진들은 찍혀진 장소나 사람들도 다르고, 또 그들이 놓인 환경도 서로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같은 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삶의 목표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는 사진의 기술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확고한 역사관과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사진이 휴머니즘과 같은 어떤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그럼요. 좀 심한 말로 한다면 그런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진을 통해서 보다 살기 좋은 내일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의 메시지는 현실에서 분명 실현되고 있습니다. 작은 예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몇 년 전 사할린에 남아있는 우리 교포들의 생활상을 찍은 사진들을 일본에서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한 페이지 전면을 할애해서 그 문제에 대한 특집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 일 수도 있지만, 그 이후 일본 외무성이 한국 정부에 공동조사를 나가자는 제의를 하고, 나중에는 일본 적십자를 통해서 사할린 동포들의 귀국 경비 등에 대한 지원까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예를 보더라도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그런 힘을 갖고 있습니다.
* '동토의 민들레'였지요? 역사책에서 잠깐 배우긴 했지만, 불행한 역사에 희생된 우리 동포들의 현실을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주신 사진은 한국에서도 많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흑백프린트를 고집하고 계시는데, 사진의 추세가 컬러나 디지털로 전환되어가고 있는 시기에 흑백작업을 고집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흑백 은염사진만을 하실 건가요?
-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공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나 시대가 받아들여야 할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이지요. 그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흑백을 고집하는 이유는 컬러의 화려하고 직설적인 느낌보다도, 단순하면서 깊은 흑백의 느낌이 메시지를 더욱 깊고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눈앞의 어떤 정경보다도 인간의 진정한 마음과 거기서 받는 감동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현혹스런 색채보다는 흑백으로 단순화된 영상이 인간의 그런 감동을 더 잘 표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직 흑백프린트를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 나이에 기술 하나를 더 배워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디지털기술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10년만 젊었더라면 나도 시작했을지 모르죠. (웃음)
* 이번 작품들을 촬영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 캄보디아에 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정리도 여러 해 동안 찍으셨는데, 작업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으시겠지요?
- 글쎄,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없습니다만 굳이 얘기를 하자면, 나는 내가 찍으려고 하는 대상과 얼굴 터놓고 마음이 통할 정도가 되기 전에는 카메라를 들여대지 않습니다. 충분히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이 나의 작업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나 카메라에 대해서 저항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을 때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가면서 적당한 피사체를 보면 찍는 것보다 작업하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 대신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어서인지, 캄보디아 사람들이나 석정리 아주머니 할머니들과도 인간적으로 아주 친해졌습니다. 지금도 그런 인간관계가 줄곧 이어져가고 있구요.
* 선생님께서는 우리 사진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진가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좋은 작업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취재 : 전경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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