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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 & Mike Starn : 두사람이 한사람
■ 두 사람이 한 사람 - 더그와 마이크 스탄 형제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에서 플라스틱과 쇠파이프 등을 이용한 설치작업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스탄 형제의 비교적 많은 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개인전은 1995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첫 전시에서 보여준
는 영원한 불변성과 생성을 상징하는 태양을 중심에 두고, 고귀한 그러나 차가운 느낌을 주는 여인(르네상스 화가 패트류스 크리스투스의 '젊은 부인')의 얼굴 부분을 중앙에 배치한 작품으로, 다양한 재료들의 조합과 화면 전체를 뒤덮고 있는 세피아 조의 색채로 인해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의 한국에서의 첫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테라스(天照)>는 출품되지 않았지만, <사막>이나 <三十三間堂>,
, <예수(Head detail)> 같은 작품들이 출품되었고, 한결 같이 보는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시키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힘을 가진 작품들이었다. 같은 박영덕 화랑에서 열린 이번의 두 번 째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차분하면서 세련된 장식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말하자면, 벽에 걸어놓고 내내 보고 있어도 좋은 그런 작품들이다.
인터뷰는 4월 17일, 전시의 오프닝 행사가 열리기 직전, 박영덕 화랑에서 진행되었다. 나이로 하면 40을 갓 넘겼지만, 그들이 세계 정상급의 작가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터뷰가 다소 까다로울 것이라는 처음 염려와는 달리, 그들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막 비행기에서 내린 그들은 긴 여행과 시차 때문에 피곤할 것임에도, 시종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경주 선재미술관을 포함해서 이번이 한국에서의 세 번째 전시지요? 첫 방한 때와 달라진 느낌은 있습니까?
- 아, 이번이 두 번 째 전시입니다. 95년의 선재미술관에서의 전시는 박영덕 화랑에서 했던 전시와 같은 때 이루어진 같은 내용의 전시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지요.
사실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워낙에 짧은 기간 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숙소 근처를 제외하고는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많이 여행하셨겠지요?
- 한국말고는 일본을 네 차례 방문했습니다. 전부터 아시아권의 문화에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동아시아는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서구의 문화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느낌들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를 받으셨을 텐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싶어 하더군요.(웃음)
네, 역시 그렇군요. 사실 저도 그 질문을 준비했는데요.(웃음) 두 분께서는 언제나 함께 작업하시는가요? 두 분이 같이 작업하는 이점은 어떤 것입니까? 불편한 것은 없습니까?
- 네 우리는 모든 작업을 항상 함께 합니다. 그것도 각자 역할을 나누어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어울려서 업합니다.
언제나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가진 생각들을 나눕니다. 아무리 같이 태어났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개성이나 생각들이 서로 다른 것도 많고, 다른 종류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 생각들을 나누고 발전시키면서 함께 작업을 합니다. 한쪽에서 어떤 생각을 내어놓으면, 다른 한쪽은 주어진 다른 역할을 맡거나 또는 작품의 전반 작업과 후반 작업을 분업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들을 수정해 가면서 함께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지요.
서로 의견 충돌 같은 것은 없나요? 논쟁도하고그럴 것 같은데….
- 글쎄요. 초기에는 논쟁도 좀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거의 안 해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고,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모든 문제를 함께 접근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하고 계신데, 페인팅이 아니라 주로 사진이미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는 13살 때부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암실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과 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지요. 굳이 매체를 한정시키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사진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어떤 생각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뛰어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비디오나 컴퓨터 같은 새로운 미디어를 작업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음악과 소설은 표현매체가 전혀 다르지요. 그래서 음악가, 소설가 하는 식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는데요. 두 분은 자신들이 어떤 예술 장르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술입니까? 아니면 사진입니까?
- 굳이 분류를 하자면 우리는 예술가나 미술가artist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진가로서보다는 미술가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무나 낙엽 같은 소재를 찍을 때는 사진가이지만, 그건 작품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 잠시 동안 이루어지는 행위이고, 궁극적으로는 미술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사진을 이용하는 미술가 artist'라고나 할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다루고 있는 소재도 방법도 다른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아시다시피 「빛의 흡수(Absorption of Light)」입니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작업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두 마디 단어로 이번 전시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의 키워드가 아니라 서너 장쯤의 긴 설명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사진은 빛의 반사와 흡수, 굴절 등 광선과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성립됩니다.
음악과 소설은 표현매체가 전혀 다르지요. 그래서 음악가, 소설가 하는 식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는데요. 두 분은 자신들이 어떤 예술 장르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술입니까? 아니면 사진입니까?
빛은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러한 빛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우리가 사진에서 다루고자 하는 중심적인 컨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그런 의도나 관심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의 작품에서는 '관조 (觀照)'나 명상 (冥想)'과 같은, 동양적인 인상이 강하게 느껴지는데요, 동양문화에 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 네,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개인적인 철학과 생각이 불교의 그것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애니미즘 animism과도 얼마쯤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우리들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 습니다.
두 분께서는 동양의 감성이나 정신성의 특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서구의 특징을 공간을 채움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동양의 경우는 재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미술표현이나 건축양식 등에서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양적인 감성이나 정신성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미니멀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구의 특징이 남는 공간 없이 가득 채워 넣는 거라면, 동양의 특징은 감정 같은 것이 최소한의 표현으로 나타나고, 보다 자연스럽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양의 젊은 예술가들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그런 서구적 특성과 동양적인 특성이 많이 뒤섞여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Ganjin (2000 - 2001)
재작년에 일본의 나라(奈良)에서 '간진(鑑眞和上)'을 찍으셨는데, 불상이라고 하는 종교적 상징물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가요? 그때의 작업 결과에는 만족하시는지요.
- '간진' 불상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검은 색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간진'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고, 장님이었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세상은 그 불상의 색처럼 까만 암흑이었을 것입니다. 인간이, 그것도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 불상으로 조각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를 검정 색으로 표현한 것이 우연이었는지 어떤 분명한 의도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간진'이 알고 있는 유일한 색인 검정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흥미를 뛰어넘는 강렬한 인상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작품에서도 '간진'이라고 하는 인간과 그가 눈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을 검은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일본의 불교가 한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많은 승려가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는가요?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 '간진'은 당나라 사람이고, '교오키'가 백제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교오키'의 경우, 작업을 하고 나서 그가 백제인이라는 사실을 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가 백제 도래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교오키'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어시스탄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그에게 각별한 친근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Gyoki (2001)
일본에서는 사찰 같은 건축물은 물론, 가부키나 스모우 같은 전통적인 피사체들은 사진으로 찍기 어렵고, 또 그것을 발표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발표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 아닙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작업은 일본 정부기관의 초청으로 전 세계로부터 저명한 10명의 사진가가 모여서 복원사업이 이루어진 그 사찰을 찍은 것이었고, 정부기관 요청으로 작업을 한 것이어서 발표하는데 아무런 제약이나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두 분의 작품에서는 동양적인 사상이나 종교 같은 정신성과 함께, 동양화적인 기법이라고 할까, 예를 들면 병풍이나 족자 같은 전통적인 예술형태와도 근사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분이 영향을 받은 동양의 철학자나 종교가,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특별히 영향을 준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 우리의 작품들이 동양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철학이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동양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동양의 사상이나 미술 등에 대해서는 박물관 같은 데에서 동양화 등을 몇 차례 본 적은 있지만, 어떤 특별한 것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작업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예정하고 계시는지요?
- 이번 전시에서 보시는 작업들이 지금하고 있는 작업들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비디오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몇 편의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할 작업에 대해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것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사실 우리는 미리 계획을 세워서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것과 함께 앞으로는 아마 비디오 작업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뉴욕에 스튜디오를 둔 쌍둥이 사진가 마이크와 다그 스탄 형제는 13살 때부터 함께 생활해오고 있다. 일란성 쌍생아인 이들은 작업을 하면서 자신들이 놀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한다.그들의 작품은 사진이나 인쇄물 등을 사진으로 찍고, 그 프린트를 다시 자르거나 겹치게 하거나 짜 맞추거나 해서 만드는 평면적인 것도 있지만, 종이나 셀룰로이드, 낡은 판자 조각 같은 폐 자재나 금속 파이프 같은 소재들을 조합한 크기가 몇 미터나 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작품 형태나 크기도 다양하다. 그런 그들의 작품은 사진이라고 하는 평면적인 소재들을 '가공'해서 입체적인 작품으로 재생산해낸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사진이라보다는 오히려 조각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시간성'에 있다. 말하자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거나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목록 가운데에서 소재를 선택해서 그들에게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들의 작품은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하게 찢겨져 있거나, 틈새를 보이며 거칠게 이어져 있거나 한다. 이것은 그런 인위적인 흔적들을 통해서 시간과, 물리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행위의 의미를 작품에 짜 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두 분은 하나 더하기 하나를 더해서 둘 이 되지 않고, 훨씬 큰 하나가 된 것 같다."는 기자의 농담에 두 사람은 좋은 표현이라며 크게 웃었다. 앞으로 자기들을 소개할 때 참고하겠노라고도 했다. 전시장을 나오며, 기자는 스탄 형제가 서로 다른 두 명의 개체가 아니라, 두 개의의 분신으로 갈라진 한 사람의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 전경헌 팀장 (contents@fotat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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