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이웃 간에도 여간해서 인사를 나누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찍으시는 골목 안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거주공간, 말하자면 골목이나 동네라고 하는 공동체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 같고, 선생님께서도 그들 주민의 일부로 동화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요. 그들에게 있어서 '골목'이라는 공간은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마당이며 정원이고 놀이터이자 서로 모여 앉아 정보를 나누기도 하는 그런 공유의 공간입니다. 아파트와는 다르지요. 시골 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경들을 서울이라고 하는 대도시 한복판에 남아있는 이 골목길 안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곳 주민들은 한 달에 2, 3만 원씩 계를 부어서 얼마쯤 모아지면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답니다. 늦가을이 되면 김장거리를 공동구매해서 함께 김장을 담그기도 하구요. 거짓말로라도 풍족한 생활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공동체 생활의 좋은 풍습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들이 남아있습니다.
7. 이번 여섯 번 째 사진집을 마지막으로 「골목안 풍경」시리즈를 끝내시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 이유를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사실 내 사진의 주제인 골목안 동네는 급속한 도시화에 밀려 사라져가고 거의 찾아볼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평생을 찍기로 마음먹었던 장소인 골목 동네가 이젠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이전의 사진집에 찍혔던 사람들을 찾아서 다시 찍게 된 동기도 그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1. 젊은 사진가들에게 들려주실 말씀은요? 사진 작업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상황이고 흐름이고 패션(유행)이겠지만, 사진의 본질이 기록에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젊은 사진가들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인내와 지속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