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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ude - 누드사진의 새로운 경향 -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몸의 현상학
레슬리 리용즈 Leslie Lyons
_<SuanⅠ>
《Black and White》,《Time Out New York》등 유명한 잡지에 소개가 되었던 신세대 작가로 다양한 그룹전에 참가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누드 뿐만 아니라 재치와 유머가 담긴 일상의 모습을 주로 찍는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몸의 현상학
서동진
(문화평론가)
몸의 만화경
지난해 대중음악의 가장 큰 이슈는 아마 이효리의 컴백이었을 것이다. 이효리가 들고 나온 음반이 대단해서 그랬던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녀가 들고 나온 음악은 브리트니 스피어즈의 조야한 아류에 불과한 그저 그런 댄스 팝이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올해 이효리가 대중음악의 가장 커다란 뉴스가 된 이유는 그녀의 몸에 쏟아진 폭발적인 열광과 숭배,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인기 때문이었다. 한편 올 한 해에 가장 히트한 문화상품을 꼽자면 뭐니뭐니 해도 '핸드폰 누드'일 것이다. 성현아의 누드를 시작하여 김완선, 이주현, 이혜영, 함소원 등 연예인들이 다투어 누드를 내놓았다. 이 누드 사진들은 모두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었고, 모두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가장 예쁠 때를 기억하고 싶어 벗었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이런 새로운 알리바이 역시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지난해에 부쩍 주목받은 문화적 트렌드를 꼽아본다면 '화장하는 남자'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미용성형수술을 하는 남자도 늘어나고 있다지만 화장은 아주 흔한 우리 시대의 몸의 풍속으로 정착한 듯하다.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컬러 로션'이라는 제품을 내놓은 기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서구에서 유행하던 용어인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란 용어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사용어로 등장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지난해 대중문화 어디에서나 몸이란 용어가 바닥에 깔려 있다.
몸과 대중문화
그렇지만 대중문화가 몸에 열광하고 탐닉한다는 점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중문화의 유행은 곧 몸의 수사학의 변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을 상상할 때 그들의 몸은 노래를 연주하는 신체가 아니라 그들의 음악 자체를 상징한다. 창백한 낯에 퇴폐적인 화장을 하고 도발적인 의상(굴착기 모양의 브래지어와 코르셋, 백치 같은 금발 따위)이 없는 마돈나를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돌연변이 같은 몸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주제화하는 마이클 잭슨은 우리 시대의 몸의 아이콘 그 자체일 것이다. 그의 그로테스크한 얼굴 없이 그의 음악을 듣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몸에 대한 가장 소박한 금욕주의적 태도를 과시하는 힙합조차 몸과 떼어놓을 수 없다. 힙합 역시 나이키 같은 브랜드 운동화와 싸구려 금목걸이, 모피코트, 번쩍이는 컨버터블 자동차와 바니 걸을 방불케 하는 수영복을 입은 흑인 미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무엇보다 힙합을 잘 하기 위해 우리는 힙합의 음악적 형식에 숙달되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리드미컬하게 들썩이고 팔을 내젓는 몸으로 우리의 몸을 갈아입어야 한다. 몸에 필(feel)이 '꽂히지' 않은 채 힙합을 한다는 것은 팔세토 창법으로 힙합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몸의 끊임없는 상징적인 변이는 몸의 미학화라는 최근의 담론에서 반향된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의 몸이 사회의 상징적 질서와 규범을 전달하고 지탱하는 외적인 도구이자 수단이라는 관점을 비난한다. 그것은 근대의 몸에 매달린 진부한 이데올로기적 환상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는 상투어구가 되다시피한 들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법을 빌리자면 '기관 없는 신체', 즉 어떤 규범에 따라 질서가 부여된, 따라서 몸을 의미화하는 외부의 틀에 따라 몸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몸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텔로스 혹은 합목적성을 향해 자신의 기능이 고정된 몸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돌연변이로 만드는 몸을 가져야 한다. 다시 들뢰즈를 끌어들이자면 우리는 먹는 기관으로서의 입이 아니라 타인의 성기를 빨 때는 애무하는 기계로서, 나팔을 불 때는 연주하는 기계로서의 입을 갖는다. 이처럼 몸에 각인된 본질적인 내용의 거부, 몸의 순전한 형식적 변형을 사랑하는 태도는 고급 미술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자신의 몸을 거듭해서 성형수술하는 프랑스의 유명한 여성 미술가나 자신의 오줌과 똥, 체모, 나신,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촬영한 몸을 전시하는 흔해빠진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은 몸 자체가 미술의 주제이자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굳이 고급 미술로 갈 것도 없다. 몸과 예술의 관계에 관하여 골치 아픈 주장들을 참고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소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피어싱이나 문신을 둘러싼 논쟁이다. 피어싱과 문신이 범죄성의 표시인지 아니면 신체예술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시비는 우리 시대의 몸의 문화정치학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군 입대를 면제받기 위해 문신을 시술했던 사이비 의료인(혹은 예술가)의 사법적 처벌은 문신을 의학적인 범죄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를 비난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피어싱이나 문신이 자신의 개성의 표현이자 곧 몸을 예술적 대상처럼 변용하고 창작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결국 몸의 의료적 사법화라는 담론과 몸의 미학화라는 담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이다. 이 대립은 물론 우리 시대의 몸의 문화정치학의 결정적인 변화를 알려주는 징후이며, 탈근대적인 자본주의의 몸 담론이 어떻게 대중문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또한 지배적인 담론으로 정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탈근대 자본주의와 몸의 미학화
문신이 범죄성의 표시라는 점은 서구 사회의 범죄학이나 위생학, 우생학적 담론이 고안해낸 몸의 담론으로부터 유래한다. 다른 세계로부터의 몸-선교사와 탐험가, 인류학자, 식민지 개척자들이 보고하고 제시한 다른 사회의 몸-을 구분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몸에 언제나 주목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신체의 시각적인 재현은 언제나 몸의 이상을 염두에 둔다. 그 몸의 이상이란 서구의 백인 부르주아 남성의 이상적인 몸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문신이나 피어싱을 범죄성의 표현이자 퇴행성, 야만성의 표시로 간주하길 거부한다. 그것은 몸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몸을 특정한 사회적 규범에 따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억압적인 근대 사회의 낡은 전통일 뿐이라고 고발한다. 건강하고 바람직하며 유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익히고 몸을 언제나 청결하게 관리하며 바른 자세를 지키는 등의 규범은 이제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억압적인 명령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사회질서 안에 개별적인 주체들을 통합시키기 위해 강압적으로 요구된 훈육적 절차이자 원리였다고 고발한다. 또한 인종과 성별, 나이의 위계에 따라 다양한 개별적인 주체들을 균질적인 시민의 몸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적 전략으로 비난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몸을 즐겨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본주의적 사회질서가 만들어놓은 몸의 기계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배경에 따라 다른 몸이 있을 수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새로운 명령의 부름을 받고 있다. 문신은 개성의 표현이자 몸의 예술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효리의 몸, 함소원의 누드의 몸, 남자들의 화장하는 몸은 이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은 몸의 미학화라는 새로운 몸의 담론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것은 그저 한철 유행하다 지나가는 일시적인 변덕이 아닐까. 여기에서는 누드에 관해 생각해보자. 누드를 그저 이성애자 남성이 상품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올해 여성 누드의 폭발적인 인기는 벗은 여성의 몸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음적인 충동이 아닌 다른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좀 과격한 주장을 하자면 그것은 성적 매력을 상징화하는 신비로운 대상인 여성의 몸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 범람하는 성적 보조기구, 다양한 오르가즘의 테크닉에 대한 지침서와 처방, 섹스의 만족과 쾌락에 관련된 넘쳐나는 심리적인 조언과 치료 등은 여성의 몸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한다. 여성의 몸은 욕망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대상, 한결같은 기원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는 성적인 쾌락에 대한 자신의 부단한 발견과 추구,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우리의 냉소적인 자기 의식에도 불구하고 왜 벌거벗은 여성의 몸에 애면글면 집착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답변은 누드야말로 욕망의 무한한 추구와 계발만이 존재할 뿐 완벽한 성적 만족이란 불가능하다는 우리의 절망을 가려주는 덮개라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누드를 소비함으로써 우리는 욕망의 만족이 존재하고 욕망의 진정한 대상이 존재한다는 환상을 유지한다. 즉 우리는 욕망의 대상으로 누드를 응시하지만 결국 우리가 그 대상에서 찾아내는 즐거움은 우리의 쾌락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고통스러운 사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란 점이다.
노동하는 몸과 욕망하는 몸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몸의 문화적 징후들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몸의 전략이 보여준 직접적인 결과가 아닐까. 최근의 '냉소적인' 누드 선풍은 곧 후기 자본주의의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반적인 흐름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산업 노동자는 이제 유연한 탈근대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흔히 우리가 자조적으로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평생 직장에, 임금이라고 부르는 급여소득을 통해 자신의 평생의 삶을 예상하고 계획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점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 자리를 대신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며, 평생 동안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지식 노동자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 대유행을 일으켰다는 '아침형 인간'은 시간관리라는 후기 자본주의적인 노동관리의 전략과 자기계발이라는 새로운 노동 주체의 담론을 결합한 돌연변이 그러나 후기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표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몸 담론의 출현은 유연해진 자본주의적 질서, 우리가 탈근대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회가 요구하는 몸의 전략과 연관되어 있다. 올해 우리가 대중문화를 살펴보며 찾아낸 몸의 “트렌드”는 또한 탈근대 자본주의, 구조조정과 유연화, 지구화라는 급격한 변동과 더불어 등장한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의 몸의 전략이기도 하다. 외식산업, 접대산업, 관광업의 전례 없는 변화와 성장,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한 다양한 몸의 관리와 연계된 서비스 산업의 변화, 취향과 소비의 규범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마케팅과 광고의 지배는 모두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가 겪는 변화의 단면들이다. 그것은 역시 몸을 어떻게 전유할 것인가, 어떻게 소비하고 규정할 것인가를 지배하는 핵심적인 힘이다. 따라서 지난해 대중문화의 풍경 안에 점점이 박힌 몸의 '트렌드'는 후기 자본주의가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유연한 전략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장차 우리는 한국형 '섹스 앤 시티'의 유행을 목격할 수도 있고, 새로운 대체 비아그라가 등장하여 히트상품이 되는 현상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또한 청교도적인 관습의 유행과 새로운 가족적 가치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생활양식이 추앙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몸을 둘러싼 보수적 가치와 자유주의적 가치, 엄숙한 교조적인 가부장제 옹호자와 자유의지론적인 퇴폐적인 성의 실험가들 사이의 대립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모두 트렌드화된 라이프 스타일의 종류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시대는 종말을 거두었다. 혹은 사악한 극우 이데올로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몸이라는 역사적 현실, 사회적 현상이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차이를 고정하고 환원시킬 수 있는 원칙과 이상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없이 다양한 구체적 노동을 노동의 시간과 그에 따라 평가되는 임금으로 측정하던 산업자본주의 시대가 사라졌듯이, 무한정한 몸의 차이를 남성과 여성의 몸, 생식과 쾌락의 몸으로 환원하던 전 시대의 욕망하는 몸 역시 사라지고 있다. 몸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만화경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대체되고 변화하는 트렌드로서의 몸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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