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보면 나라 안팎으로 불황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사실 정말 불황의 끝은 어디인지 보이지 않고 사회 전분야에 걸쳐 잔뜩 오그라진 현실을 볼 때 마다 현 시점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선 이런 현실이 매우 고통스럽기도 하다. 더구나 이런 불황은 전시문화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나름대로 갤러리들은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갖게 되고 잘 불황을 견디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갤러리 즉 중간층 문화를 대변하는 갤러리들은 우리의 중산층 붕괴와 맞물려 상당히 어려운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난 4월에 사진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포토아이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그 포토아이갤러리의 고명진 운영위원께 그와 포토아이갤러리에 대해서 들어봤다.
<고명진 인터뷰>
처음에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셨나요?
- 중학교 때 매형이 수도여고 사진반 지도교사였어 우연히 매형을 쫓아 암실에 들어 갔는데 그때 처음 상이 떠 오르는 것을 보고 막연한 동경심이 가더라구 그 후에 학교신문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를 하면서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때는 당연히 사진을 전공할 것을 마음 굳혔지…
그럼 처음서부터 보도사진을 전공하시기로 해셨나요?
- 그렇지, 딴 분야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해봤어
아무래도 선생님께서는 80년대 우리나라 보도사진계의 스타였는데 그 이후 그런 스타가 없어진 이유는 뭔가요?
- 왜 스타가 없어? 안 찾고 안 만드니깐 그런 거지… 사실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분야나 그 분야의 스타가 있어야 해. 하지만 우리현실은 스타가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나 봐 처음부터 뛰어나고 실력 있는 스타가 있나? 사람들이 만들어 줘야 스타야. 나 자신도 그래,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았어 하지만 내가 그 시대와 잘 맞아 떨어지고 상도 타면서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 주고… 사실 상 탄 것도 그래 왜 사람들은 고명진을 생각 할 때 그것만 생각하는지… 그 전후의 작업들이 더 중요한 건데… 아무튼 그런 주변 제반의 모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가 나오는 건데 요즘엔 그런 스타 만들어 주기가 인색한 거 같아.
어찌 보면 시대적 배경차도 많은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는 한국 역사의 격변기에 활동을 하셨지만 지금의 보도사진가들은 그런 기회가 적은 건 사실인데요?
- 그건 나도 어느 정도 동감해. 나는 내 자신이 보도 사진가로서 엄청난 행운아라 생각해 역사의 격변기 한 가운데 서서 기록을 할 수 있었다는게… 물론 지금은 그런 역사적인 격변은 없지만 보도사진가로서 기록을 해야 하는 일들은 지금도 많다고 생각해. 아직 우리 주변엔 불우한 이웃이나 환경은 여전히 많아. IMF 때문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도 그 예지. 하지만 지금 그런 현실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기록할 종류가 달라서지 아직도 우리에겐 사진으로 기록할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럼 보도사진가의 가장 큰 덕목도 기록인가요?
- 그럼 현실의 기록이지. 본인이 기록자의 입장으로 최대한의 객관적 사실을 타인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본인의 재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상에 대한 이해와 중립적인 바른 인식을 느끼게 해 주는 게 중요해. 내 자신도 보도사진작가 고명진이 아니야. 기록자 고명진이지…
보도사진가로서 어떤 자세가 가장 중요할까요?
- 조금 내 얘기를 하자면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이 주간지였어 뭐 그 시절 주간지가 그렇듯이 대부분 연애기사나 가쉽을 다루기 때문에 사진도 당연히 그런 것만 찍게 되었지 그때가 5.18광주민주항쟁이 있을 때 였는데 그때 그 사건들을 기록 못했다는 게 지금도 아쉬워… 그 이후 지금의 한국일보로 옮긴 다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사실 그때는 기자들이 어용이다 뭐다 하며 욕도 많이 먹기도 했었어, 그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난 많은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어, 그 당시 그런 사진들은 신문에 절대로 쓰이지 못할 사진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이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에 찍었어, 그때 내가 사진에 대한 근본적인 열정이 없었다면 그런 작업들을 할 수 있었을까? 쓰이지도 않을 사진들을… 바로 좋아하는 사람과 그냥 직업이니깐 하고 일하는 사람은 틀리게 마련이야 일에 대한 애정이 중요해.
하지만 현실은 TV 등 기타 대체 매체의 활성화와 많은 신문사나 기업들이 보도사진가 채용을 기피하는 등 보도사진가에 대한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데요?
- 어렵지. 정말 비참하게 전개되는 거 같아. 물론 보도사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그래 양극화가 되어 버렸어 중간이 없어, 어느 분야든 중간층이 두터워야 안정적이고 발전이 되는 것인데…
그런걸 보면 왜 일간지 같은 보도사진가를 쓸 수 있는 선두 기업들은 사진을 전공한 사람들을 쓰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 않나요?
- 사실 내가 처음 일하던 때와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지금은 흔히 언론고시라 할만큼 언론사에 입사하는 건 매우 힘들어 그러다 보니 사진기자직에도 많은 엘리트들이 모이지. 사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paperwork에는 약하잖아? 그러다 보니 밀려서 요즘은 중앙일간지에는 사진전공자가 드물어 물론 이런 것들이 사회적 흐름이라 어쩔 수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진교육의 문제도 커, 대학 사진교육이 아카데믹한 면만을 강조하고 현실적인 면을 간과해. 특히 직업적으로 안정 될 수 있는 사진기자 배출에 너무들 신경을 안쓰는거 같아. 뭐 다들 졸업하면 작가할껀가? 먹고들 살아야지. 왜 대학교수들은 학생들 취업엔 신경을 잘 안쓰는지… 되려 교수들이 여러곳을 찾아 다니며 자기의 학생들을 홍보하고 취업에 앞장서야 될 때가 아니야? 요즘은 학교간에도 경쟁이 심해져서 학과의 존폐도 달린 문제일텐데…
그런 사진가들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은 없을까요?
- 사진시장은 너무 난립 되있어. 사진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야 그 사진의 질이나 업무에 따른 분화가 안되있는게 현실이지. 과거보다 지금이 되려 사진값이 더 싸.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거야. 이런 문제들에 적절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선 사진인의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해. 모든 사진을 막론하고… 물론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공적인적은 없었어. 각 단체들 마다 반목의 골이 깊었었지. 이제까지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이 없었어 충분한 토론을 걸쳐 해결될 문제들이었는데 토론을 할 매개체가 없었으니… 그래서 포토아이갤러리가 생긴 이유이기도 고…
지금 운영은 어떠세요? 많은 갤러리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거 같은데…
- 물론 우리도 느끼지. 아직 문 연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한국사회에서 구미의 선진국처럼 갤러리를 운영하는 건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해. 그래서 포토아이갤러리도 새로운 이벤트나 전시 이외의 부가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보다 또 다른 큰 어려움은 사진인들이 사진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 크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 초청장을 발송하면 그 중 찾아 오는 사람이 5% 미만이야. 정말 운영하면서 사진인의 사진문화에 대한 인식부재를 크게 느꼈어.
포토아이갤러리는 단순히 전시를 위한 공간만은 아니겠네요?
- 그럼 전시뿐만 아니라 사진문화공간으로서 여러 가지로 활용 될 수 있는 공간 이를 테면 세미나, 토론 등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 거야. 사실 어디서 좀 모여서 애기 할 수 있는 장소도 적당치 않잖아?
이용료도 있나요?
- 그럼 있지. 최소한 이익은 못 내더라도 운영이 가능해야 될거아냐? 하지만 이용료라고 해서 부담 가는 그런 금액은 아니고 아주 저렴한 액수로 가능하게 만들 꺼야. 그래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
그럼 전시 이외에 계획된 것들은요?
- 몇 가지 계획된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목요경매야. 매주 목요일 갤러리 2층에서 경매를 할거야. 사진에 관계되는 물건이면 뭐든지 경매 할 수 있지만 주로 아주 저렴한 것들을 주 대상으로 할 꺼야. 주로 책이나 액세서리들… 학생들이 사진을 공부하다 보면 책이나 기타 사진악세사리 등이 필요한데 새로 구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반대로 사진을 현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자기가 공부할 때 썼던 그런 것들이 대부분 집에서 잠자고 있어. 바로 그런 것들을 저렴한 가격에 경매를 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자 이거지 또 거기서 생기는 갤러리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쓸꺼고…
그럼 대관계획은 없나요?
- 물론 대관계획은 잡혀 있지. 하지만 포토아이갤러리는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갤러리는 아냐. 요즘 작가들 중엔 몇번의 전시경력으로 자기과신이 너무 커져 있어서 대중과 호흡하는 법을 잃어 버린 작가가 많아. 인기있는 작가라면 팬이 있을 텐데 그런 본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조차 투자가 안돼 그들은 작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자기과신에 빠진 나머지 그런 중요함을 잊어버려. 국한된 몇몇 작가들의 컬렉션문화는 지양되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해. 그래서 대관에는 많은 신경을 못써 앞으로 많은 사진인들이 자유롭게 포토아이갤러리를 이용해 주길 바랄 뿐이야.
개관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포토아이갤러리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작가의 전시회를 한적이 없다. 이 공간은 유명 작가보다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언제나 우리의 현실에서 괴리되지 않는 살아 숨쉬는 갤러리가 되고 싶어한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꾸준히 자기소명을 하고 있는 고명진의 바람은 포토아이갤러리가 언제나 사진 곁에서 사람들이 느끼고 호흡 할 수 있는 장소로 남기를 원할 따름이다.
(포토아이갤러리에서는 1회용 꽃이나 화환을 대신하여 '사랑의 쌀'을 대신받기를 권유한다. 그 쌀은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관련기사의 데이터가 없습니다.
등록된 관련갤러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23명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