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갤러리 1019
예전 논과 밭 그리고 중심부에서 점점 밀려난 사람들이 판자촌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던 상계동 지역엔 지금은 아파트, 백화점, 은행…. 주거에 필요한 편의 시설만이 가득하다. 이런 지역에 갤러리가 있다는 것은 매우 의아하다.
장마비가 부슬부슬 오는 약간은 스산한 날씨에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간 곳은 바로 '갤러리 1019', 흔히 볼 수 있는 집 가까운 동네 상가 같은 곳 2층에 위치한 '갤러리 1019'는 우리에게 '가족' 시리즈 등 일련의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으로 잘 알려진 최광호를 주축으로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열린 작업 공간 겸 전시 공간이다.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엔 현재 작품들이 전시중이었지만 전시만 하는 공간이라 하기엔 빈약함이 느껴진다. 사진 전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위치였고, 작업실 개념이 강해서 외부인의 접근이 어렵게도 느껴질 것 같았다. 역시 시설면에서도 많이 열악한 점이 보였는데….
그곳에서 아직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사진가 '최광호'를 만날 수 있었다.
갤러리 1019의 입구
- 동네서 흔히 보이는 간판이지 않은가?
물론 갤러리 간판만 빼놓구...
<최광호 인터뷰>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위치가 너무 의외인데 어떻게 이런 곳에 갤러리를 만들게 되었습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몇몇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계획 하고 있었지만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란 현실에 부닥치게 되더군요. 돈 없으니깐… 여기도 좋아요. 이제 이 근처 주민들도 호기심에 한번씩 들리고…
대관 기준 등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한달에 2회를 기준으로 잡고 있어요. 항상 한번은 제(최광호) 작품을 전시하고 한번은 이곳 맴버들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심사, 대관을 해 주고 있어요. 대관은 무료이며 포스터, 엽서 등 인쇄물도 갤러리 1019에서 해 주고 있지요.
갤러리 1019란 이름이 무슨 뜻인지요?
처음에 지인과 함께 이름을 생각하다가 생일이 10월 19일이라고 하니깐 그것으로 하자고 해서 결정 했는데 나중에 제 아내가 제 생일이 10월 17일이라고….(웃음) 그런데 어느 동양학 학자가 그러더군요. 1019(십십구)는 10(十)과 1+9=10(十), 그러니까 두개의 십(十)은 즉 쌍십은 가장 길한 숫자래요.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편인데 오늘은 책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고 한다.
전시장 한켠의 어항. 아마도 이 어항이 갤러리 1019의 분위기를 잘 대변 해 주는 듯 싶다.
갤러리 1019의 특징이라면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같이 작업하고, 전시회도 하고, 모일 수 있고….
그럼 갤러리 1019는 또 하나의 대안 공간인가요?
대안공간 심사에서 떨어졌어요. 문예진흥원에 신청했는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는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또 신청했다가 만약 떨어지면 항의 해야지….
이런 전시공간을 만드신걸 보면 기존 전시공간에 대한 생각도 있을 텐데요?
생각이라면… 사진계의 큰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곳들은 좀 문제가 있어요. 큰 기업들이 사진으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사진계에 돌린다는 생각이 부족한 거 같아요. 일례로 대관비를 받는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가요.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도 거의 모두가 무료 대관이죠. 그리고 전시공간이 우리의 생활과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되요.
선생님께서는 꾸준하게 흑백, 강렬한 이미지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오셨는데 좀 우매한 질문인지는 몰라도 본인 작업의 주 장르는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음…우선 제가 꼭 흑백의 스트레이트한 다큐멘터리 작업만 하는 건 아니어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많은 작업을 칼라로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끝마치고 온 한국 사진계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기존에 사진만이 가지고 있던 순수한 속성이 보여지는 사진 보다는 주로 만들어진 사진이 유행하던 시기였어요. 그때 난 '아! 이건 뭔가 잘못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이런 스트레이트한 작업을 주로 보여 주었던 것이죠. 또 굳이 제 작업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제가 처음 사진을 배우던 시기에도 다큐멘터리로 시작 했었으니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땅을 기록하기 위한….
(그날 아직은 발표되지 않은 최광호의 작품 몇 가지를 보았는데 '최광호 작품 맞아?' 할 정도로 색 다른 작업들이었다.)
사진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인 기록성은 이젠 새로운 매체의 탄생으로 인해 많이 희석된 감이 많습니다. 더구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면 사진의 기록성이라는 측면을 가장 많이 이용하시는데 여타 더 기록적 능률이 좋은 매체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나 시도는 없었습니까?
사진을 하시는 분들, 특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시는 분이면 많은 분들이 영화작업을 생각하신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여타의 작업에 대해 흥미를 느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흑백의 작업에서만 작업의 성취욕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칼라 작업에서도 그런 것을 느끼기 힘들지요. 제 개인적인 체질적인 습관이라고나 할까요. 또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얼마전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어요. 작품의 양이 많아지다 보니깐 분류, 보관이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어요. 날짜 등 인덱스도 들어가고 필름 소모도 없고… 엄청 수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매일매일 제 얼굴을 기록해요. 조금씩 변해가는 내 얼굴을 죽는날 까지 매일 기록하는 겁니다. 아마 이런 것도 필름이라면 거추장스럽고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동생의 죽음> 중에서, 1996
선생님의 작업 중 대표적인 것이라면 '가족' 시리즈를 들 수 있을 텐데 그 가족에 대한 의미는 무얼까요?
제가 저희 가족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었어요. 단지 내 옆에는 항상 카메라와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특별히 작업의 의미를 두고 촬영한 것은 동생의 죽음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언젠가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 보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작업의 기술적인 면 이를 테면 현상, 프린트의 질에 대해선 중요치 않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예, 그래요. 전 학생들이 프린트나 현상이 아주 엉망이 아닌 이전에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진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프린트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얼마나 낭비가 심합니까? 그 낭비되는 시간에 좀 더 촬영에 열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됩니다. 유명 사진가들도 직접 프린트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작품은 그 작업의 완성도에 따른 값어치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전 작품의 오리지날리티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이란 타인이 이 작품은 누구누구의 작품이구나 알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가 스스로 자기 작품에 스스로 감동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기 만족을 위해 작업을 한다면 대중과의 격리가 생길 수 있을텐데요?
예술은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통하는 사람들만이라도 공유하면 되는 것입니다. 더욱 더 자기 자신의 얘기만을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보면 연출되거나 혹은 현실의 일상이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 무슨 유행을 타는 것 같이 많은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선생님께서는 이런 시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사진계가 너무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요. 미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탄생한 배경엔 그만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있습니다. 어디서 툭 튀어 나온 게 아니죠.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받아 들일 때는 그런 배경마저 가지고 올 수 없는 거죠. 결국 남의 것을 배끼는 수준에서 멈출 수 밖에 없어요. 어디까지나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조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 들이는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요. 어느 나라 어느 분야건 다른 나라의 선진 사조가 들어오면 따라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흉내내기를 극복하려면 자기화 할 수 있어야 해요. 일본은 우리보다 더 따라하기가 심하지만 결국 그것을 일본화 합니다. 우리에겐 이런 자기화하는 작업이 부족합니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것을 들여와 마냥 따라하죠. 그게 전부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럼 이런 현실 속에서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아직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매달 첫번째 일요일에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참가 할 수 있는 워크샵을 지난 3월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또 여름엔 해안선 일주 촬영 여행도 3년째 하고 있고요.
사실 말이 전시 공간이지 사실 사설 갤러리치곤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그 허를 찔리는 것 같은 위치며 전시에 집중하기엔 작은 공간, 실내집기 등 너무 방해 요인이 많다. 확실히 갤러리라는 느낌 보다는 작업실이란 명칭이 어울릴 분위기이다. 과연 이 공간을 여러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전시장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이 생기기도 했지만 좀 더 일반 대중에 가까이 하고 그들과 거부감 없이 자유롭게 소통을 하며 누구나 진정한 사진가로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좋은 전시 환경 -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위치에 넉넉한 공간이 있고 전시물에 집중 할 수 있는 조명이 있으며 관람객의 동선을 해치지 않는 구조 - 그런 요인은 분명히 전시장에서 작품을 부각시키고 관람객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반대로 어떤이에겐 숨이 막힐거 같은 거북함을 줄 수도 있을것이다.
고구마가 한 가득한 바구니가 있는 탁자도 있고 앉은뱅이 꼬마의자에 흰색 문조 한쌍, 눈이 튀어나온 금붕어가 있는 어항이 있는 전시장 풍경이 아마 우리에겐 더욱 살갑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곳 갤러리 1019는 '예술가 최광호'보다는 '사진가 최광호'로 남고 싶은 그의 사진 전시공간에 대한 대안의 답일지도 모른다.
전시장이 꼭 부유한 동네, 상권이 형성된 곳에 있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
갤러리 1019 전경
갤러리 1019 입구에 붙어 있는그 동안의 전시 포스터
자, 그 어느 갤러리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인가?
●
약 도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출판 ]
갤러리 1019의 아트무크지 -《악》제5호 : <동행>
2004.01.27
[ 출판 ]
갤러리 1019의 아트무크지 -《악》제4호 : <우리>
2003.06.17
[ 행사&세미나 ]
갤러리 1019 공모전 및 사진 워크샵 안내
2001.01.04
등록된 관련갤러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