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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주 / 빼앗긴 세월
흔히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사진은 결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관람객들은 사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특히 포토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사진은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참여를 유도한다. 한 여성 포토저널리스트의 사진전이 후지 포토 살롱에서 전시 중이다.
그녀의 사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진 삶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세계의 이목 속에서 월드컵을 치러내는 동안에도 할머니들의 고통은 계속되었지만 '대~한민국' 이라는 구호는 너무나도 컸다. 그 함성에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묻혀졌고 미군 장갑차에 의한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또한 묻혀졌었다.
사진의 힘은 무엇인가?
포토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한열 군의 사진을 기억하는가?
여기 또 하나의 기억될 사진이 있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빼앗겨 버린 아니 삶 자체를 빼앗겨 버린 그래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고통이 담긴 사진. 바로 그것이다.
정신대 할머님들의 모습이 매우 힘들고 슬퍼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이분들이 정신대는 아닙니다. 정신대는 근로정신대라는 용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분들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강제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입니다. 사실 위안부라는 말도 안돼요. 왜냐하면 이분들은 본인의 의지에 의해 성을 판 분들이 아니고 일본군들에 의해 속아서 간 분들이거든요. 어떤 분들은 길거리에서 납치되신 분들도 있어요.
동기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 여년 전 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고, 미국 뉴욕에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지부가 생기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정대협 뉴욕지부를 찾았지만 학업 때문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시라큐스 대학원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거든요. 96년 말에 한국에 오면서 부터 조금씩 촬영을 하다가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훨씬 쉽고 여자로서 여자를 보는 눈이 남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와는 다를 것이다 라는 생각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의 눈으로 보는 사진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들은 연세가 75세에서 85세 입니다. 어떤 할머니는 정신을 가끔 잃기도 하고 치매현상이 서서히 오시는 분도 있고 하루에 드시는 약도 한줌씩이에요. 이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분들에 대한 글 기록이 있을지언정 할머니들에 대한 사진 기록이 없을 거 같았어요. 사진이 없으면 일본이나 외국 작가에게 의뢰를 해야 한답니다. 외국인의 눈에 맡길 수는 없죠.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편적이긴 하지만 사진으로 여성사를 써보고 싶었어요.
작업을 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빨리 해결된다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입니다. 일본의 위안부들에게는 3억에서 5억 정도의 배상이 주어졌는데 이 분들에게는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도 해줄 수 없다고 하고 배상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몇 십 만원의 생계 보조비와 임대 아파트가 전부예요. 10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가슴에서도 잊혀지고 있어요. 너무나 가슴 아파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90년 초 정부에 신고된 생존 위안부 할머니 수가 총 205명이었는데, 지금은 140명 뿐이에요. 그렇게 해마다 숫자가 줄고 있는데,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있어요. 할머니들은 경기도 광주시 “나눔에 집”에 아홉 분이 사시고요. 나머지 131 분들은 가족과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11평 임대 아파트에 삽니다. 노인정 다니시는 분도 있고.. 정부에 신고는 하셨지만 주위에 알리지 않는 분도 계시고.. 힘들게 살고 계세요.
포토 저널리스트 또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자기의 주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진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진하시는 분들이 사진들을 보고 무척이나 스트레이트 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광각 렌즈를 사용하긴 했지만 이미지의 왜곡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수요집회에서 투쟁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화인더를 가린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름대로 솔직하게 보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작업 노트를 보면 투쟁, 나눔, 한의 시선으로 표현된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부터 그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촬영한 것은 아닙니다. 프린트를 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남편과 함께 의논을 해서 세 부분으로 나눈 것입니다. 10년 이라는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식상할 정도로 집회 관련된 것이 보여 졌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잊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투쟁은 할머니들의 삶이거든요.
나눔은 할머님들 주변의 사람들(할머니들, 자원봉사자, 정대협이나 나눔의 집 식구들 또는 방문객들)과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정이 표현된 사진이고, 한의 시선은 지금까지 만났던 할머니들의 포트레이트(portrait)로 구성하였다.
나눔의 집, 수요집회는 할머니들에게 어떤 장소인가요?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이 사시는 곳이에요. 그리고 수요집회는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할머니들이 모여서 당신들에 인권 회복을 위해서 투쟁하는 곳입니다. 나눔에 집에는 능광스님이 원장님으로 계시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오세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수요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개인전 사진도 입양아이들에 관한 사진이었죠?
모습은 한국아이 정신은 미국아이인 입양아들에 관한 사진이었어요. 사실 입양아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그들이 불행할꺼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양면을 다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선입관을 없애주는 것이 포토저널리스트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저널리스트로서 힘들지 않은가요?
힘든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떻게 보면 여자이기 때문에 쉬울 수도 있어요. 우선 남자들보다 작으니까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고(웃음) 자리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섬세함을 이점으로 할 수도 있죠.
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하셨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진을 시작했어요. 아버지께서 사진을 좋아하셔서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셨어요. 그래서 사진학과에 진학을 했고 이명동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는 이 길이 내 길임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다큐멘터리 사진이 좀더 크겠죠. 포토 저널리즘은 매체를 통해서 전달된 사진을 포토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포토저널리즘은 다큐멘터리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자체는 장르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관점입니다. 보는 관점, 대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관점일 따름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는 사진가의 감정이 들어가도 되지만 포토저널리즘은 되도록 객관적으로 접근해야하는 차이점이 있죠.
포토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되기 위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회의 흐름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방면에 지식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책도 많이 보고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나보고 여러 경험들을 쌓아야 합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어떤 결과를 바라나요?
이번 전시로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 문제가 공론화 되고 많은 사람들이 수요집회에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을 받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사진을 하는 분보다는 일반 대중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이 이렇구나 한번씩만 더 생각하면 일본정부의 사과도 그만큼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입양아에 관한 것은 저에 평생 작업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머니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요..(웃음)
취재 및 정리/ 김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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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주 Heo, Hyun Joo
빼앗긴 세월
허현주
허현주 개인전 Yes, We are – 우리도 행복한 한국인입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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