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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자「아이들과 함께 사진 만들기」
5월을 맞이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작업을 한 사진가 정현자씨의 전시장을 방문했습니다.
5월은 바쁘다. 쉬는 날도 많고 챙겨야 하는 날도 많다. 날씨도 좋은 만큼 가족이나 친구들과 소풍이나 여행을 갈 기회도 많아지는 그런 계절이다. 어릴 땐 5월이 오면 마냥 기분이 설레었다. 보통 5월 4일 운동회를 하고 다음날 어린이날을 맞이하였다. 왠지 풍성하고 즐거운 기분이었고 1년 내내 이런 날들이었으면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기억들이 이제는 생활의 피곤 속에 묻혀 특별히 떠올리지 않으면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히 지나간 앨범을 뒤적이다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하면, 그 순수했던 날들의 기억과 감정에 빠져 버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미소가 입가를 맴돌고 아무런 사심이 없던 그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한 장의 사진이 이렇듯 우리의 소중했던 기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이런 기억의 창고를 위해 어린이들을 촬영한 사진가가 있다. 5월의 첫날, 맑은 하늘 아래 사람들로 붐비는 인사동 거리의 룩스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렸다.
의례적 5월이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행사라고 치부하기엔 사진에 드러난 아이들의 미소가 너무 순수하고 아름답다. 아마 사진가의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닮지 않았을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릴 적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면 이번 5월은 또 다른 가치로 다가올 것이다.
전에 하셨던 작업과 달리 대상의 변화가 왔는데(전에는 사물중심이었다) 작업 방향에 변화가 온 이유가 있다면?
- 둘째 아이가 생긴 이후에 아이들의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되었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고, 새로운 작업방향으로 권해주셨으며, 글, 미술, 사진을 하는 사람 모두 다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작업을 해야만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졌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철이 들어서 인지,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고, 매일 매일 바라볼 수 있는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작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되었지요.
아이들과의 작업에 있어 어렵거나 즐거운 점이 있었다면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 아이들의 경우에 숫자가 많아질수록 화면이 잘 채워지지만 많은 아이들을 동시에 계속 집중시키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서로간에 자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해서 토라지기도 하고, 어떤 소품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베란다의 자전거가 타고싶어서 소파에서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아이가 울음이 터져서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되기도 하고, 작은 아이가 큰 아이를 따라서 갑자기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 등, 촬영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더 즉흥적이고, 생동감이 있지요.
아이들은 특히 어떤 일을 스스로 하게 하거나, 참여도를 높일수록 더 즐거워합니다. 머리에 면도크림을 발라보자는 아이디어나, 얼굴에 립스틱을 칠해보자는 아이디어 모두 촬영과정에서 아이들이 제시한 좋은 생각들이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즐거운 경우이겠지요.
어린이들과의 작업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 모든 부모에게 그렇듯이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아이들의 작은 추억거리가 기록되어있기 때문에, 작품성이 다소 떨어져서 전시할 수 없는 사진이라도 소중하겠지요. 게다가 아이들과의 공동작업의 결과로서 작품성까지 갖춘 사진을 얻게된다면 더 의미가 있겠지요. 촬영에 참여한 아이들, 부모님들 모두 결과물에 대하여 무척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저자신도 정물이나 풍경작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보람과 흥미를 느낄 때가 많답니다.
특별히 조색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사진이란 결과물이 촬영의 순간으로부터 시간의 흔적과 추억이 더 켜켜이 쌓일수록, 더 낡고 누런 색으로 변하듯이, 어린 시절의 단면, 단면을 간직한 사진인 경우에, 누런 빛을 띄면 내용과도 더 잘 어울릴 것 같았고, 흑백의 이미지보다는 갈 색 톤의 사진이 더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 사진과 더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아서요.
많은 제목이 ‘~놀이‘로 되어 있는데 혹시 촬영도 그렇게 전개되었나요?
- 아이들이 분장이나 소품을 쓰는 경우에 무척 재미있어 합니다. 즉 촬영과정을 놀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두 딸을 포함하여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저와 무척 친밀하기 때문에 포트레이트를 찍을 경우에조차 촬영놀이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어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한다면 ‘~놀이‘라는 말은 촬영과정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태도를 반영하는 말이겠지요.
촬영시 기획을 어떻게 하며, 때론 우연성도 생길 것 같은데 그 촬영과정이 궁금하군요. 아이들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사항도 있나요?
- 모든 사진은 집에서 촬영되었는데, 아이디어는 주로 생활 속에서 우연히 얻게됩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고 사진이미지로 재미있겠다 싶어, 카메라를 가져와서 촬영에 신경 쓰지 않고 놀이를 계속하도록 하면서 촬영할 때도 있고, 아이가 얼굴에 루즈 칠이나 삐에로 분장을 하고 사진 찍어보고 싶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어떤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을 할 때도 있는데, 사진마다 경우가 매우 다양합니다. 대충 윤곽을 잡고 촬영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어떤 자리나 소품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난 경우도 있고,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이들 행동에 예측 못한 돌발사태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제가 촬영의 결과로써 어떤 이미지를 얻게 될지는 제대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내가 여행을 할 때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시작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 어떤 것들과 만나게 될 지 잘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잠시 잠시 움직이지 말라고 부탁하고, 여러 아이가 모두 선명하게 나와야 할 경우에, 아이들의 얼굴면을 초점면에 오도록 앞 뒤로는 움직이지 말 것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 놀이에 몰두하게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 할 수 있도록 애씁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특히 아이들 사진은 성장 기록적 성격도 같이 지니고 있는데 이런 기록과 표현 사이에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신지?
- 제 작업을 기록적인 성격의 사진과, 포트레이트, ‘삐에로 놀이’처럼 의도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경우의 사진으로 대략 나누어 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러한 구분이 의미 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시작했어도 아이들의 행동에 돌발사태와 변수가 많기때문에 기록적인 특성이 첨부되어 표현되기도 하지요.그리고 사진마다 나름대로의 이야기 거리와 사연도 있고요. 때문에 그러한 구분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작품성)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전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을 포함하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과의 우정, 호감,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로 눈에 보이는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제게는 무척 의미있고, 재미있고, 도전적인 일로 느껴지네요.
이번전시는 5월 1일에 시작해서 5월 7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룩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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