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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하「인물도감 - 圖鑑殿」
대안Alternative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 주변에 많이 들렸을까? 뭘 그렇게 대안을 제시할게 많은지 몰라도 언젠가부터 대안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긴 했다.
아마 곰곰히 생각해 보니 90년대 초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얼터너티브락Alternative Rock이라는 장르가 크게 유행하면서 우리나라 문화계에도 '대안'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게 되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얼터너티브락의 시초를 따지자면 그 시작을 따지기 어려워지지만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미국 대중음악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애틀에서 이제까지 락의 기본정신을 잃고 상업주의에 편승하고 많이 변질된 락에 반기를 들면서부터이고 그것이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하게 되는데 그 당시 대표적인 밴드가 펄잼Perl Jam과 너바나Nirvana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밴드는 상당히 라이벌적인 모습도 보여 줬는데 두 밴드다 몇장의 앨범을 내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너바나는 리더가 갑자기 따른 부와 상업적 성공에 중압감을 못이기고 자살(그것이 자살에 대한 그럴싸한 이유를 주면서 미화시킨 것 같지만…)을 하면서 밴드가 해체되었다. 아무튼 죽은 사람은 신화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은 결과라 생각치 않는다. 아마 너바나가 아직까지 계속 유지되었다면 미국 대중음악계가 지금쯤 어떻게 변해 있을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또 어떻게 보면 죽는다는 것은 자기의 중압감을 못이긴 가장 치사한 방법이지 않은가? 반면에 펄잼은 돈도 많이 벌고 지금이야 예전과 같은 인기는 없지만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펄잼이 돈맛을 알아버린 변절자라고 하기도 무리다. 나름대로 사회문제에 대한 노래를 꾸준히 해왔으며 티켓마스터 같은 거대기업과 대항도 했었고 새로운 음악을 많이 만들어내 이후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냥개에 있어 어떤 사냥꾼은 순수혈통의 사냥개보다 잘 훈련된 잡종개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혈통이 좋은 사냥개는 사냥감이 나타나면 사냥감이 맹수건 아니건 용맹하게 달려들어 싸우다 부상을 입고 죽기 쉽상이란다. 하지만 잡종개는 어느 정도 겁이 많아 용맹하게 덤비지는 못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냥감을 괴롭혀서 결국 사냥감이 힘이 빠지게 만들어 사냥을 돕는다고 한다. 결국 용맹한 사냥개 보다는 약간은 비겁한 잡종개가 훌륭히 자기의 본분을 다한 것이다. 간단하게 만용과 용기의 차이라고나 할까?
2월 28일 충무로에 새로 사진의 새로운 대안공간으로 개관한 스페이스사진'에서 본인 표현에 의하면 '차라리 치사하겠다.'라는 말 한마디로 전시공간의 오랜 지속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준 스페이스사진'의 디렉터이신 사진가 정주하 교수님을 모시고 간단한 이야기 몇마디를 들어 봤다.
위의 각설 두 가지가 적절치 않은 비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짧고 굵게…' 이거 별로 좋은 거 같진 않다. 세상 사람들이 조폭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만용이 진정한 용기인양 착각이 많은 듯하다.
갤러리 설립의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그린아트의 유재한 사장님께서 평소 사진을 위해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는데 저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요. 저 역시 사진에 대한 지식을 유사장님께 알려드려 신뢰를 쌓았고요. 그래서 제가 이 전시 공간의 관리를 맞게 되었지요.
대안공간을 표방하신다고 하셨는데 갤러리의 성격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기성작가들이 주도하는 갤러리 문화는 결국 갤러리 운영 때문에 상업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었어요. 갤러리의 생존을 위해 갤러리는 작품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만큼 작품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죠. 이미 성공한 기성작가의 작품이나 장식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만을 찾게 되고… 사진에 대한 대안적 모색은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사진의 사회성, 역사성에 대해 논할 수 없었어요. 예를 들면 이미 낸 골딘 같은 사진가는 해외에서 작품이 전시장에서 전시되고 또 팔릴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작품을 팔기는커녕 전시조차 힘들죠. 이런 사진현실에 대안을 쥐어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또 현실적인 바람에서라면 문화관광부에서 매년 지원하는 대안공간지원 시스템 때문이죠.
하지만 개관전은 결국 사진계의 떠오르는 중견들이 모인 기획전이 되어 버렸는데, 조금은 모순적이지 않습니까?
- 달리 말한다면 꼼수를 둔거죠. 어떻게든 1~2년을 살아 남아야 합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면 그 운영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운영비를 운영자가 지고 가기도 힘들고요. 결국 운영비를 마련하려면 대관을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죠. 또한 이제 시작인 공간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선 유명 작가들의 전시도 필요하고요.
개관 때 말씀하신 '차라리 치사하겠다.'라는 말과 연결되는 것인가요?
- 얼마 전 하우아트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사진계에 남은 전시공간은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전시공간이 필요합니다. 예술은 전시를 통해 보여져야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에 대한 제 자신의 의무감이 있습니다. 1년도 못하고 망한다면 안 그래도 사진계에 팽배한 '사진은 안돼…'라는 패배감만 강해질 뿐입니다. 누군가가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작품이 전시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사실 현재 사진 전시문화는 대중과 철저히 격리되어 있습니다. 사진 갤러리가 생존을 못하는 건 이런 것이 큰 이유라 생각되는데 전시장을 맡고 있으신 분으로서 그런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 디킨이 말한 예술의 성격은 인공적, 전시성, 비전시적 성격인데 비전시적 성격 즉 의미부여를 넘어선 의미의 코드, 그 안으로 들어 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우리가 가운데 손가락을 쳐드는 모양이 욕이 되는 걸 학습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손가락의 코드를 배워야 의미의 코드를 이해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대중을 움직일 때는 대중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대중을 학습시켜야 하는 것은 전시장이 아니라 매스미디어가 할 일이죠. 우리는 메타포를 가진 사람들에서 좀 더 확장되어 있는 영역 안에서 의미의 코드를 전달하는 것이죠.
갤러리가 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디렉터의 개인적 취향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 저희 갤러리 이름을 생각해 보세요. 스페이스사진' 입니다. 왜 그냥 스페이스사진이 아니라 스페이스사진' 일까요? '(어퍼스트로피)는 소유격을 표시하거나 동사를 줄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진'이 아니라 '사진의', '사진으로 인한', '사진에서' 등 다양한 포용성을 말해 주는 것이죠. 물론 제 개인적 취향이라면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같은 것이지만 그것을 고집하진 않아요. 프리오프닝 때도 참여자들이 비디오나 디지털 등 여러 매체로 참가 했었지요.
간혹 기획전을 보다 보면 기획자와 작가 사이의 견해차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는데요.
- 뭔가 잘못 아시는 거 같은데 저는 전시 기획자가 아닙니다. 이 공간에 대한 디렉터이지요.
사진가, 교수, 전시장 디렉터… 너무나 많은 일을 하시는데 어느 한쪽에 소홀지기 쉬울텐데요. 힘드시진 않습니까?
- 분명히 제 직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는 일은 제 평생의 일이긴 하지요. 저는 이 전시장을 돕는 일이 봉사라고 생각해요. 왜 사회봉사를 하는 게 꼭 직업과 일치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대부분이 직업과 봉사는 다른거지요. 제가 아마 두가지의 직업을 가졌다면 저 역시 중압감과 바쁨에 견디기 힘들었겠지만 저는 이 일을 봉사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어요.
새로운 얼굴의 발굴은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 꼭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두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전시관과 작가 모두 새로운 작품을 보여줄 당위성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공모전 등으로 새로운 얼굴을 찾을 것이고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저는 이곳이 그런 사진의 새로운 시도들의 작은 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대 남자'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셔서 작품화 하셨는지요?
- 20대는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지만 그것을 바꿀 수 있을 만한 힘이 없죠. 반항적이지만 제대로 반항 한번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해요. 포즈가 비슷하고 머리를 삭발한 이유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도감전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준비가 완벽치 않아서… 저 역시 그런 양면성을 보여주네요…
"요즘 어린 학생들이 자기 주장이 그렇게 뚜렷한지 지난 워크프리젠테이션에서 알았어요. 보통 요즘 학생들은 자기개성이 뚜렷하지 못하고 나서질 않는다고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자기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지…"
"사실, 학생들이 자꾸 자기들을 내 앞에서 젊은 세대라고 할 때는 이제 저도 나이가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할 때의 심각하고 진지하던 표정이 어느새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뀐다. 훤칠한 키에 호리한 외모,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정주하는 사진계의 재주꾼으로도 통한다. 항상 넓은 사진적 지식과 직설적 화법으로 기성 사진계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를 외쳤던 분 중 한명이다.
58개띠, 유난히도 1958년생에게는 개띠라는 수식어가 꼭 붙는다. 혹자는 예전 대통령의 아들이 58년생이라 그 동갑내기들이 여러 가지로 사회적으로 얼떨결에 많은 특해를 봐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유신말기 한국 역사의 격동의 시기를 대학생의 신분으로 몸으로 느끼며 뚫고 나오며 그 결집력과 추진력이 강해져서 그런 것이라고도 한다. 아마도 그 괄괄함이 개라는 단어적 뉘앙스랑 결합되어 긍정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어 버린거 같다. 아무튼 58년 개띠 정주하, 그의 말처럼 "절실히 바라면 꼭 이루어 진다."는 신념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보여줘 왔듯이 시원스럽게 답답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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