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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 / 충돌과 반동
우리가 어릴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들 중에 이제는 사라진 것들은 한 둘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며 사용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 문명국들의 문화는 거의 획일화 되어 가는 게 현실이다. 산업의 발달로 일어난 규격화는 단지 산업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적용되었으며 교통과 무역의 발달은 세계의 문화를 뒤 엉키게 하였으며 대체로 서구의 문화가 다른 나라로 흘러가 그 나라 문화와의 접목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도 우리의 고유한 문화가 서구의 문화랑 혼제되어 나타나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는 많은 수가 사라지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특히나 우리의 서민적인 문화는 그 자체가 보존이 대상에서마저 제외된 듯하다.
이갑철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작업에 있어서 단순히 기록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뭔가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돈다. 어떻게 말하면 신기(神氣)라고나 할까? 그 자신은 그것이 우리 고유의 모습이라 말하며 그런 우리의 토속적인 모습을 오랜 기간 카메라로 담아 자기만의 독특한 색체로 한국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개인전 이후 오랜 공백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 단체전은 2000년이 마지막이었고 개인전은 1988년이 마지막이었으니 좀 오래 되긴 했네요.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일상에 치이다 보니 그렇게 된거죠. 마지막 개인전을 했던 88년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니 자연히 그렇게 되더군요.
계속 전시회의 필요성은 생각하고 있었고 작년 여름에 전시를 하려다 전시장과 일정을 조절하다보니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인 충돌과 반동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 충돌과 반동이라는 말은 육명심 선생님께서 써 주신 글 중에서 한 단락을 인용한 것입니다. 전시를 설명하자면 한국의 정체성 중 한(恨), 내속에 내제되어 폭발 할 것 같지만 안으로 삭히기만 하는 한이라는 것에 대해 사진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형식의 틀을 넘어 표현해 보고 싶었죠.
작품에선 토속적 색체가 강하고 또한 뭔가 말할 수 없는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런 바탕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 이 작업들은 주로 제가 90년대 중반에 주로 우리의 토속적 모습에 중심을 두고 촬영한 것이지만 그 전에는 우리의 가까운 현실적인 이야기를 촬영했었어요. 제 관심이 90년대에는 우리의 토속적인 모습에 강하게 끌렸고 이렇게 토속적인 주제로 갔다는 건 제 몸 속에 흐르는 피 때문인지도 모르죠. 아마 제 자신도 한국인이고 그 바탕에는 샤머니즘적인 영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해요.
많은 관객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로 작가의 작품을 생각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 사진의 장르는 어떤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다큐멘터리 사진은 아닙니다. 물론 제 작업이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해 왔지만 다큐멘터리적인 시각으로 작업을 해 온건 아니니깐요.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개인적 시각에 입각한 휴먼인터레스트라고나 할까요?
꼭 스트레이트한 사진으로만 표현하지 않아도 여러가지 표현 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존재할텐데요?
- 저 역시 여러가지 매체에 관심은 많았지만 사진으로도 충분히 표현 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몇 년전 메이킹포토가 유행했을 때는 그런 작업도 해 봤지만 역시 스트레이트 한 사진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제 생각을 표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사라져 가는 토속적인 모습을 촬영하다 보면 사진적 기록이라는 사진가의 의무에 대한 부담감은 느끼시지 않나요?
- 저 말고도 이런 토속적 주제를 가지고 기록을 하는 작가는 많아요. 저까지 하지는 않아도 충분한듯 싶습니다.
작품의 프레임에 있어서 피사체가 정상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거기다 흔들리고 콘트라스트는 강하고 입자는 거칩니다. 그렇게 표현한 의도는 어떤것인가요?
- 우선 제 사진은 인물사진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인물이 중앙에 위치하고 카메라를 직시하면 그것은 인물사진이 되어 버리는 거죠. 인물이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또 흔들림은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거나 제 사진의 상당수가 스냅샷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빠른 촬영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점이 현장감을 부각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죠. 그리고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입자가 거친 것은 그것이 가진 꾸며지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은 담백한 느낌이 좋아서 그런 것 입니다.
이번 전시에 작품들을 모두 디지털 프린트로 하셨는데 주제와 조금 상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디지털의 무한 복사의 가능때문에 어쩌면 수집가들의 전시물에 값어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 이것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작용했어요. 우선 전시 공간이 넓어 큰 프린트가 필요 했는데 요즘 큰 인화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작은 프린트들은 제가 직접하려고 했으나 비용적이나 시간적으로 넉넉치 않았구요. 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하죠. 그리고 제가 전시를 하는 목적은 한국의 모습을 정확하게 제현한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느껴서지요. 특별히 작품 판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아서 디지털 프린트의 값어치에 대해선 잘 모르겠네요.
이번 전시에서 남는 아쉬움이라면, 그리고 다음 작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이번 전시에 대해 미련은 없습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고 모자라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해도 그냥 순리대로 받아 들이고 싶습니다. 우선 제 스스로 더욱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해서 내적으로 심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다음 작업은 제가 먼저 전시 했던 현재,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 전시한 과거, 토속적 이야기의 중간을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쉽지 않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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