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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 사진史의 `大家`들의 전시러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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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Area.Park (사진가)
전설, 불멸, 신화...
최근 상업화랑계는 몇 달새 경쟁이라도 하듯 유명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얼마전에 있었던 베허부부를 시작으로 으젠느 앗제, 안셀아담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토마스 루프, 헬무트 뉴튼 등 그 이름만으로도 어느정도의 흥행은 보장이 되는 -작품의 판매 여부를 떠나 관람 입장객의 수-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십여년 전만해도 이러한 전시를 우리땅에서 직접 본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을 뿐 아니라, 필자의 기억으론 당시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직접보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외국을 다녀오던 일부 동료들을 부러운 심정으로 바라 보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사회 문화 예술계의 실정으로 볼때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대받았던 사진이라는 분야가 최근 상업화랑계의 전시 주류로 자리매김 하는데에는 이미 예전에 롤랑 바르트를 위시한 많은 이들에 의해 예견되었던 것처럼 사진이라는 매체는 역사적 흐름과 시대정신을 담아내기에 가장 근접한 도구으로서의 그 효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인간사에서 예술이라는 덩어리는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발 맞춰 다양하게 진화되어 왔었고, 예술계 흐름속에서도 그 주류는 숱한 도전과 응전에 의해 다양한 사조와 ism을 명멸시켰으며, 이윽고 당대에 이르러서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이미지 시대의 문화현상과 어우러져 사진의 예술적 가치가 최전선에 위치하는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사진이 일반 대중들에게 문화적 상품으로서의 평가를 온당하게 받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서구 사회에서는 사진 한점의 가격이 20만불이 넘는 작가가 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이 팔리고 있다.. ‘검증된 브랜드’에 물불 안가리는 우리사회
최근 시작되지 얼마 안 된 한 전시회에서 전시 사진의 대부분이 팔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흔히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는 시점에서도 좋은 기획과 상품의 전시는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는 점과 불특정 관람대중에 의한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면밀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 화랑 관계자에 따르면 빈티지 프린트(Vintage print:작가가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자신이 직접 프린트한 작품) 몇장을 제외하고 모던프린트(Modern print:작가사후 타인에 의해 제작된 작품)는 모두 팔렸다고 한다. 가격의 차이는 작가에 따라 작품에 따라 틀리지만 통상적으로 빈티지프린트가 3-10배 정도 비싸게 매겨진다. 그 전시에서는 빈티지프린트는 450만원, 모던프린트는 14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백만원이 훨씬 넘는 사진 작품(8*10크기)이 70여점이나 팔렸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화랑대표의 안목과 큐레이터의 마케팅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업화랑의 특성상 비싼 임대료와 화랑의 운영경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가장 우선시 된다는 점에서 볼때 생긴지 일년 남짓한 화랑의 생산적인 자생력에 박수를 보낸다. 전시가 끝나고 나면 자신의 작품들로 작업실이 채워지는 젊은 작가들이 볼 때 그러한 화랑과의 조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 하다. 비단 이 전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최근에 와서 사진이 작품으로서 거래가 되는 데에는 주택구조의 변화에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 비추어보면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아파트나 사무실의 벽면들은 이미 사진적인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특정한 분위기의 코드나 용도에 따라 그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최근에 이르러 일반적인 건물에 서양화나 한국화가 있는 것보다 사진이 걸려있을때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러한 경험을 필자만이 한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도 사진의 예술적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밝다고 보여진다.
청담동 뤼미에르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최근 거장들의 전시가 순수한 예술작품의 감상과 그에 따른 감동의 유발보다는 다분히 판매중심의 전시 구성과 논리로 진행됨으로서 느껴지는 일반인들의 아쉬움들이다. 상업화랑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 필자가 어러한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우스운 이야기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시내용의 알찬 구성과 국제적 추세에 따른 투명한 가격의 책정이야말로 높아진 관람대중들의 지적수준에 대한 배려와 일반 가정에서의 예술품 소장이 시작되고 있는 이 시점에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예컨데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의 사진들을 초대해서 전시를 한다면 역사적으로 잔더를 대표할 수 있는 사진들 뿐만아니라, 그의 초기작업과 전성기의 작업 그리고 말년의 작업..당시의 시대상을 가늠할 수 있는 작업들과 작가만의 앞서 가던 혜안(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작업등..우리가 관련 서적이나 자료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채취와 시각들을 감지할 수 있는 사진들을 봄으로써 감동을 받고 다시 전시장을 찾게 만드는 순환고리가 형성될때 사진을 통한 전시문화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화랑이든 이러한 걸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히 작가의 이름만 믿고 전시를 기획, 유치한다면 그 화랑의 존폐는 관람객에 의해 서서히 결정지어 지는 것이다.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헤뮬트 뉴튼의 작품
작가의 이름만으로 관람대중을 끌어 모으는 시기는 지났다.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와 ‘실미도’(감독 강우석)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젊은 감독 박찬욱이 연출한 영화 ‘올드보이’의 칸느에서의 뜨거운 호평은 우리 영상 문화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몇 년간 헐리우드 영화가 죽을 쑤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몇(한국,인도,프랑스) 안된다고 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영화라는 분야의 시장은 사진 시장과는 비교당하는 것 조차 거부할 지 모른다. 거대한 상업적 자본을 모태로 철저한 계산과 수요예측후 제작하는 영화라는 장르와 작가 개개인의 역량에 모든걸 맡기는 사진이라는 장르의 단순 비교는 그 자체의 출발 선상에서부터 잘못된 비교란 것을 필자는 잘 안다. 아울러 근세에 이르러서 영화는 하나의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실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인 측면이 강한 문화 컨텐츠란걸 감안할 때 아직 순수 예술의 울타리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사진과의 비교는 무리가 있다는걸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관람자의 입장에서 일정한 가치(입장료)를 지불하고 보는 시각적 매체로서의 두 장르를 비교한다면 사진계는 보완되어 마땅한 점이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요즘 상업화랑계에서 巨匠들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전시들은 대부분 영화보다는 저렴하지만 4000-5000원 정도의 입장료(일반기준)를 받고 있다. 공간의 비싼 임대료와 화랑 유지비, 전시 기획을 위해 화랑측에서 외국을 백방으로 다니며 이름난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돈이 들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러므로 입장료는 상업 화랑의 운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며, 관람자의 작품에 대한 감상에 대한 대가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가치의 지불을 관람대중에게 요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어느정도는 그들에게 시각적 만족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무는 분명히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거장들의 전시가 단지 작가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보는 것에 그친다면 전시를 통한 사진의 유통은 우리사회의 열악한 사진 문화에 그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는 것 아닌가..
전시회의 관람형태 특성상 전문가가 아니라면 몇몇씩 모여서 전시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전시를 접했던 적지 않은 이들의 말로는 입장료가 아깝다는 불만을 많이 토로하였고, 그 돈으로 2시간동안 영화를 볼 걸하는 후회섞인 말들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단체로 전시장을 찾았던 학생들의 반응 역시 차갑다 못해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아직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진은 돈 주고 보기엔 아깝다’는 풍조는 단순히 관람자의 그릇된 생각도 일부 있지만,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업화랑의 안일한 전시기획의 책임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다행히 몇몇 화랑에서는 전시와 아울러 사진계 전문가를 초빙해 관람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관람자들이 평소 관련 자료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웠던 작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앗제 세미나
좋은 전시는 우리 주위에 분명히 있다.
요즘 필자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전시를 보는데만 투자한다고 말한다면 혹자는 나를 보고 오해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돈과 시간이 남는 행복한 사람이랄 것이란 추측과 그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어 전시나 보러 다니며 理想을 찾아 헤메이는 좀 맛이 간 사람..? 이 둘다 아니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진행된 사진으로 표현되는 전시 중 단연 압권은 ‘다큐먼트’展(서울 시립미술관)이라고 생각된다. 김학량씨가 총괄기획을 맡았고, 3개층을 각 객원 큐레이터(1층 이경민,2층 최봉림,3층 이영준)에 일임해서 전시되고 있는 ‘다큐먼트’展은 각층별로 특색있는 사진 구성으로 완성도 있는 전시를 이끌어 내고 있다. 기획자가 내심 각 객원 큐레이터들간의 경쟁심리를 유발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각 층별로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 전시였다. 이런 전시라면 700원을 주고 보기에는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각 개개인 작가의 특색을 언급하며 리뷰를 해서 전시를 보지못한 이들에게 이해를 돕고 싶지만, 필자 역시 이제 막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일천한 작가로서 전시중인 동료작가들의 작업을 평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며 더욱이 그럴 만한 지식수준과 안목의 함량이 지극히 모자라는 바 내가 느낀 간략한 소감을 적는 걸로 대신하려 한다.
30명 가까운 작가들이 참여한 본 전시는 이미 반열에 오른 작가들과 한창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죄송한 표현) 이름과 경력의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누구의 작품인지 모를 정도로 작업들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전시로 저력있는 신인 작가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후에 접한 정보로는 작가중 몇몇은 나이가 지긋한 아마추어(굳이 구분을 짓자면 사진의 전공여부)로 이번 전시가 첫 전시였다는 점에서 우리사진의 저변과 가능성을 확인한 유쾌한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다큐먼트展 모습
좋은 전시는 서울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구에선 6월에 ‘젊은 사진가’展이 열렸다.
구성수씨가 새롭게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번 전시는 그간 지속적인 행사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그저그런 전시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일신해 버린 참신한 전시였다. 서울,부산,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모인 작가들과 10여명의 일본작가들이 함께 한 이번 ‘젊은 사진가전’은 지방 사진행사의 고정관념을 깬 전시내용과 각종 세미나, 토론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 역시 몇 명의 아마추어 출신 작가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고 신진작가들의 참신한 시도들이 다채롭게 펼쳐진 전시였다.
비단 이번 전시가 아니더라도 필자는 평소 몇몇 동호회 싸이트(레이소다,디카뷰)를 가끔 들러 사진을 감상하곤 하는데 그 수준에 놀란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은 분명 필요한 것인데 최근에 그들에게서 받은 자극은 나로선 그걸 뛰어 넘는 그 무엇이었다. 그 무엇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어린 학생시절부터 학부와 대학원까지 소위 말하는 정규 사진교육을 받은 사람의 시선과 자신이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작업해왔던 사람의 시선은 둘다 보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느정도 통한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은 남녀노소, 지식과 취향의 차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사진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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