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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 2004년 한국 사진계를 회고 하면서... 전시회를 중심으로
인효진
박진영
김영태
(사진가, 현대사진포럼대표)
2004년 한국 사진계는 과거와는 달라진 사진의 위상을 실감 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특히 화랑가의 비수기에 몰려서 개최되던 사진전시회가 이제는 연중무휴로 의미 있는 기획전과 개인전으로 열리고 해외 유명사진가들의 전시회가 줄을 이어 개최되는 것은 사회, 문화적으로 달라진 한국사진계의 위상을 반영하는 듯 하다.
지난 2003년 12월3일 오픈하여 2월까지 계속된 선 아트센터에서의 '매그넘 풍경'전을 시작으로 최근에 열린 룩스 갤러리의 ‘믹 윌리엄슨’ 개인전 까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외국사진가들의 전시회가 있었다. 국내 사진가들의 개인전과 그룹전, 젊은 사진가와 원로 사진가들의 전시회부터 29일에 열리는 중견 사진가들의 그룹전인 '대동산수'전까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개성적인 전시회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젊은 사진가로서는 인효진의 ‘One Sunday Afternoon 천국의 섬’ 전과 박진영의 ‘서울.. 간격의 사회’전 이다. 그리고 중견 사진가의 전시회로는 김영수의 '떠도는 섬' 전과 조문호의 '「 땅ㅣ사람ㅣ생명 」 - 두메산골 사람들에 대하여 '전이다. 그리고 원로 사진가의 전시회로는 갤러리 인 Gallery IHN 에서의 '황규태 사진전'이다. 마지막으로 일민 미술관에서 최민식 사진전 '사람만이 희망이다‘전도 또 다른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회이다.
인효진은 일산 호수 공원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다큐먼트 하였는데,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평화롭고 한가롭게 휴일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에게 동시대인들의 삶과 문화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박진영은 오랫동안 서울에서의 여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상황들을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기록하려고 노력 하였다.
그는 서울에서 일어난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의 모습을 한발자국 물러서서 중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였고, 여러 종류의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 하였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거대한 유기체 같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서울을 자세히 바라보고 파악하게 되면 한국의 모든 사회, 문화적인 상황들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그의 작품은 서울의 모든 것, 아니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냉철하게 보여 주고 있다.
중견 사진가 김영수는 한 시대를 뜨겁고 치열하게 살아온 풍운아이다. 그는 한국 사진계 전체가 시대적인 상황을 외면하고 예술사진과 유미주의적인 사진에 몰두하면서 제도권에 안주하고 있을 때, 이 땅의 어두운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면서 한 시대의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뜨겁게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50대 후반의 나이에 서정적인 '섬' 풍경사진을 들고 나타났다. 필자에게는 전시장소가 가장 상업적인 전시장인 가나아트센터라는 것도 의외이고 풍경 사진을 발표한 것도 뜻밖이었다.
필자는 1987년 그가 대구현대미술관에서 '사람' 사진전을 할 때 그의 작품과 그를 처음 보았다. 당시 한국사진계는 공모전 사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사진을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은 필자에게 그의 사진은 큰 충격으로 다가 왔다.
인물사진을 롤지에 실물크기 이상으로 인화하였는데 아직도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아무런 테크닉없이 평범한 인물들을 촬영하여 대형사이즈로 인화하였는데 그때의 사진적지식과 안목으로는 이렇게 촬영해서 이렇게 전시회를 할 수도 있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에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의 첫 인상은 시커먼 얼굴과 긴 머리에 험상궂은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로부터 4년 후에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대구의 여러 중견 사진가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고 민사협이 만들어지면서 93년부터 94까지는 가끔씩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후 올 1월에 그의 작업실에서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외견상으로는 건강이 나빠져서 좀 더 살이 빠져 보였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고, 약간은 차분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이번 전시회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진가의 감성과 사고도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치열함은 여전 하였다.
조문호는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진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1990년도에 발표한 전농동 588번지 홍등가 사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가 2년 만에 덕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작품의 내용이 몹시 궁금하였다.
그는 최민식의 '휴먼'시리즈 작품집을 받고 사진을 시작하였다는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랫동안 이 땅의 사람들을 찍어왔고 한편으로는 불교와 관련된 사진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1987년 민주화 운동 과정을 촬영하여 발표하기도 하였고 동강 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는 아예 그때부터 강원도 정선에 살면서 강원도 산골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최민식의 '휴먼'시리즈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언젠가는 사라지고말 산골사람들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게 한다. 그가 아니더라도 사진가라면 누군가가해야 할 일을 그가 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전 한국사진계는 여러 가지로 열악하고 세계적인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었고 그 위상도 미약하였지만 도약할 수 있는 징후들과 토대들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원로 사진가 황규태의 컨템포러리한 사진작업이다. 그는 한국사진사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현대사진연구회 출신이다. 사진사에 등장할만한 연배의 사진가가 한국에서 가장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한다는 것이 경이롭기조차 하다.
그는 국내에서는 미술관에서만 전시회를 하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갤러리 인에서 새로운 작업들을 발표 하였다. 그의 작업은 항상 새롭고 매체 실험적이다. 그는 사진가에 국한되기 보다는 아티스트이다.
옷차림부터 청바지에 야구모자가 트레이드마크인 것처럼 젊고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매체를 어느 젊은 사진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는 젊은 사진가들에게 또 다른 우상이다. 그 만큼 젊은 사진가들에 인기 있는 사진가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그의 성품과 감성의 산물이다.
최민식은 에드워드 슈타이켄이 기획한 '인간가족'전 작품집을 우연히 접하고 평생을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을 기록한 사진가이다. 1950년대부터 거의 반세기동안 오직 사람만이 그의 작업의 표현 대상이었다. 한국의 사회적인 상황과 환경이 달라져서 최근에는 해외촬영도 많이 다닌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의 관심은 이 땅의 민중들이다.
지난 가을 일민미술관에서 그의 사진전이 개최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절 항상 감시의 눈길 속에서 사진작업을 하여야 했다. 이 땅의 치부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진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한국에 '인간가족'전이 유치되어 사회적인 관심을 유발하자 사람을 표현 대상으로 삼으려는 사진가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외형적으로 자극적이거나 정형화된 틀과 형식에 치중된 구호뿐인 '생활주의 사진'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애정을 가지고 이 땅의 민중들을 고집스럽게 기록하였다. 그 결과 광화문 네거리 일민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1990년 이전까지 한국사진계는 오랫동안 공모전 사진에 치중한 아마추어리즘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초기 한국의 사진가들이 진지하게 개인전을 통하여 사진 활동을 한 것은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다. 거의 70여년 만에 한국사진계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된 것이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자기만의 사진세계를 가꾸어온 사진가들의 노력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환경의 변화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기획전으로서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김남진 기획의 '신체와 의식'전과 여성사진가협회의 임안나 기획의 '新 가花만사성'전 이었다.
‘신체’전은 여러해 동안 개최되어온 기획전이지만 해마다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여 계속되어져 왔는데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 금기시하고 있는 신체와 성에 대한 담론들을 작품화하여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젊은 세대들의 달라진 성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성사진가협회의 과거 전시회들은 주제가 지나치게 페미니즘에 국한되고 표현방법과 양식에 과격한 면이 있어서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어려움점이 있었지만 '新 가花만사성'전 은 주제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표현방법들도 유연해지고 다양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외국사진가들의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영섭 사진화랑에서의 '앗제'전과 '로버트 프랭크'전이다.
앗제 사진전은 그의 빈티지 프린트와 모던 프린트를 직접 본다는 것도 기쁨이었지만, 전시기간 중 멀리 목포와 군산에서 그의 작품을 관람하러온 중년부인들의 열성 또한 나를 감동시켰다.
로버트 프랭크는 국내 30대 중반이상의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학교에서 사진을 배울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진가일 것이다. 그러한 사진가의 프린트를 직접 본다는 것은 90년대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외사진가들의 전시회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것은 달라진 한국사진계의 상황을 반영하는 일이다.
이제 한국사진계는 지난 10여 년간의 국제화, 현대화라는 노력의 결실로 작품생산의 문제는 해결되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유통과 소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사진비평가들과 상업화랑들에 의해서 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좀 더 분명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진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과 사진전문화랑과 미술관 그리고 사진전문 잡지를 비롯한 매체, 사진관련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회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사진계가 발전하고 성숙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작품 유통과 소비의 문제이다. 그것의 해결 없이는 한국사진계는 여전히 기형의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
유통과 소비 없는 생산은 공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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