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런 어려운 문제가 있군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드려도 좋을 지 모르겠는데, 다른 한국인 가정과 비교했을 때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신다는 것이 어떤가요. 장단점이 있겠죠.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가정을 이끌어 가는 책임을 가장인 남편 혼자만 갖는 게 아니라는 거죠. 부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여자도 경제적인 책임의 반을 져야 하고, 남자도 육아에 대해서 50%의 책임을 지는 겁니다. 의사결정 등의 모든 권리나 의무 같은 것을 부부가 50%씩 나눠 갖는 거죠. 가령 그릇 하나를 사는 사소한 경우에도 주부인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 혼자 쇼핑을 하면 남편은 섭섭해하다 못해, 그렇게 하는 것이 독선적인 일이라고까지 생각하죠. 대학 다닐 때 어머니께서 시집갈 때 가져가라고 그릇을 사놓으셨는데, 남편이 맘에 안 든다는 거예요. 앞으로 매일매일 하루에 세 번씩 그 그릇들을 봐야 하는데 맘에 들지 않는 그릇은 쓸 수가 없다고요. 내가 생각했던 한국의 보통 남편들과 너무 차이가 나서 어떨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하죠. 첫 부부싸움도 그릇 때문에 싸웠거든요.
그릇은 주부 소관이 아닌가요? 한국에서는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따지는 남편은 없지만, 섬세하다고나 할까 듣고 보니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네요. 정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그릇을 밥 먹을 때마다 들여다보는 것도 고역이겠지요. 그런데 한국여자가 국제결혼을 했을 때와 한국남자가 외국인과 결혼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요? 외국인이 겪어야 하는 불평등과 지나친 호기심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법률상으로는 아무래도 여자 쪽이 불리하고, 또 사회통념상으로도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해요. 결혼한 후에 남편과 지리산으로 놀러 가서 저녁에 숙소를 잡고 산책하러 나섰는데, 산 위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혀를 끌끌 차는 거예요. 그래서 누구를 보고 저러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거예요. 결국 나를 보고 혀를 찬 거죠. 외국인 남자를 관광시켜 주려고 따라온 여자 정도로 보는 거죠. 국제결혼 한 커플에게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 집은 어떻게 사나?’하면서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불편으로 다가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