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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우의 이론 / 평론가와의 대화 1편 - 신수진
사진 이론 그리고 비평의 위기 이후
- Interview 1, 신 수 진
- 신수진 Profile
신수진은 사진심리학 박사이며, 사진 관련 기초 이론 연구, 외부 기고 및 전시기획 활동을 한다. 1994년 이후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상명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사진의 역사, 조형론, 영상예술론, 색채심리학, 광고 속 문화 읽기 등을 강의해왔다. 계원조형예술대학 사진예술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고,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서 ‘심미적 인상의 양식적 기초-사진예술을 중심으로’라는 과제를 수행 중에 있으며, 한국사진학회의 학술출판 담당이사이고, 연세대학교 학부대학과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序
배남우
: 실제로 만나 뵙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사진 비평 그리고 이론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먼저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침체기에 빠져 있는 사진 이론과 비평의 현실부터 얘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비평문을 읽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신수진
: 물론 저를 통해 한국 사진계, 그 중 비평계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 을 수는 있겠지만, 저한테 있어서는 한 사람의 이론가,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저는 평론가 혹은 비평가라는 직함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이론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에 맞추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비평이 처해 있는 현실을 얘기함에 있어서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평이 가능한 그룹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비평보다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이론을 얘기할 수 있겠고, 이론가의 입장에서 비평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일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다만 저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과 저널의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필요.
학계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 학술대회와 학술지 발행의 중요성 인식해야.
배
:
한때는 예술이 텍스트로 이해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예술이 이미지와 담론(이야기)을 통해 이해되는 시대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론 그리고 비평이 대중에게 읽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언어적인 소통보다는 시각적인 소통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신
: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소통의 형식이 바뀌는 것은 매체의 총체적인 환경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두고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던 시대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는 분명 다른 시대이고, 사진이 지금과 같은 영상시대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적 기능을 발휘 했다고 한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 으로써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어적인 소통과 시각적인 소통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시각적인 소통에 좀 더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보량 자체가 늘어났다고 했을 때, 시각적인 소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이지, 그렇다고 언어적인 소통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그것이 언어적인 것이던 시각적인 것이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정보 제공자(생산자) 역할을 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네트워크 안에서 주고받는 소통을 활발히 하여 정보량이 풍부해진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과거보다 매체는 늘어났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났다고 봅니다. 매체에서 제게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 글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단순히 매체를 키우기 위해 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
: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 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진관련 인쇄 매체에서조차 사진 이론이나 비평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어떠한 사건이 “있을 예정이다.” 혹은 “있었다.” 라는 식의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고 있지요.
신
: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수요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측면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말씀하신 문제가 매체를 만드는 발행인이나 편집자의 책임이냐? 그것이 아니라는 얘기에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잡지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봐야하고, 또 많이 팔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담게 되어 있고 - 물론 그러면서 선도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특히 전문지 같은 경우에는) - 수요자가 요구하는 내용, 정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비평이 인쇄 매체에 많이 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비평이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내용을 못 담고 있던지, 형식을 못 갖추고 있던지 하는 문제인거죠. 그렇다면 왜 인쇄 매체에 비평이 실리지 않느냐고 했을 때, 잡지에 실리는 비평은 논문 형식의 글과는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그 두 가지를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고, 글을 읽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심각한 독자들은 잡지를 읽으면서 논문 수준의 글을 원합니다. 그리고는 요즘 잡지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똑같은 잡지를 읽는 어떤 독자들은 비평 비슷한 글만 나와도 머리가 아파서 못 읽겠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논문처럼 딱딱하게 썼거나, 읽는 사람의 기대 수준이 그보다 훨씬 가벼운 글을 원하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바로 그 접점, 독자의 요구와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바로 그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글을 쓰는 사람, 에디터, 발행인)의 과제인 것입니다. 비평이 활발하게 쓰여 지고 또 읽혀지기를 바란다면, 우선 이 두 가지에 대한 균형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배
: 남과 비교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모 미술잡지에서는 매달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형식을 갖춘 장문의 이론 관련 글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실천이 사진 쪽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부 사진 이론 및 비평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기도 하고요.
신
: 저는 매체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이냐 저널이냐.. 이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이 저널처럼 보이려하면 안되고, 저널이 매거진처럼 보이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현대 예술과 관련된 저널(학술지)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똑같이 사진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이는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비평을 하고, 어떤 이는 이론을 한다고 했을 때, 학계를 구성하는 인적 구성에 있어서 실제로 이론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생산되는 텍스트들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음악, 영화, 무용등과 같은 다른 장르에서도 똑같습니다. 실제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보다, 음악이론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저널의 수가 적고, 거기에 대해서 질적으로 훌륭하냐 훌륭하지 않느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런 한계가 있는 것이죠. 그럼 그렇다고 저널에 실어야 할 글을 매거진에 실어야 하느냐? 제 개인적인 견해를 물으신다고 한다면 저는 반대합니다.
배
: 저널(학술지)에 대한 말씀을 잠시 해주셨는데, 그 구체적인 시스템과 역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
: 저널 즉 학술지는 저서와 함께 학문적 업적이 발표되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계는 대학 내외의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며, 크게 연구 중심의 체계와 교육 중심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 속에서 저처럼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학문적인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여기서 학문적인 연구 결과물이라 함은 저널, 즉 학술지에 논문 형식의 글을 기고하거나 저술을 남기는 것을 말합니다.(물론 이론가가 독립적으로 평생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하고, 저작물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박사 과정에 있을 때만해도 한국 사진계는 학계라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학술지를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제가 연구소 안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연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바로 사진 쪽에는 탑(Top) 저널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이 저로 하여금 한국사진계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결핍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표이기도 했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제대로 된 학술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노력에 의해, 지금은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인정하는 내용과 형식을 갖춘 학술지가 한국사진학회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계 시스템도 하나하나씩 갖추어지고 있습니다.
배
: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이론이나 비평의 글은 매거진 보다는 저널에 실려야 하며, 먼저 그와 같은 시스템이 좀 더 확실하게 자리 잡아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신듯 합니다만, 그럴 경우 이론과 비평이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신
: 심도 있는 이론이나 비평을 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저널에 관심을 가지고 저널을 통해 이론과 비평을 접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저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창구는 모든 학문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학술대회와 학술지여야 한다는 학계의 통념을 체화한 것일 뿐입니다. 때문에 그와 같은 시스템이 먼저 확고하게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진지한 비평문을 싣지 않는다고 매거진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심각한 글이 대중에게 읽히기 어려운 것은 출판계 전체가 안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비평문에 있어서는 분명한 자기 관점과 명료한 분석의 틀이 중요함.
배
: 서점에 가보아도 이론적인 연구 결과가 담긴 저작물 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수필 형식의 글이 조합된 책들이 더 많이 보이고, 팔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경우와 대중적인 경우가 실제로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지요.
신
: 실제로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들은 이론가가 쓴 책들이 아닙니다. 이론 관련 책들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따라서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합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국내의 경우 독자층이 두텁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원인이겠지요. 어찌 보면 최근의 한국사진은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는 듯 보입니다. 수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나고 인터넷에는 엄청난 규모의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유수의 화랑과 미술관은 앞을 다투어 유명 사진가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사진의 대중적 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이론가나 작가가 아니라, 카메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입니다. 이것이 사진 대중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오래된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기초 이론을 탄탄히 다져가는 연구를 매거진에 실어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학문적 연구 성과는 저널 즉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는 기본 절차를 밟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배
: 기초 이론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분명한 자기 색깔의 글을 쓸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신
: 평문을 쓸 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평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볼 것인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론적인 배경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이론적인 백그라운드가 뒷받침이 되고, 여기에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관점이 있을수록 그 비평문은 빛이 나는 것이죠. 제일 힘없고, 뜬구름 잡는 것처럼 읽혀지는 비평문 그리고 읽기 힘든 비평문의 특징은 저기 멀리 있는 이론을 끌어다, 자기 자신도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고, 이야기의 초점을 어디에다 맞춰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쓴 글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봤을 때, 비평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을 때에는, 한 사람이 여러 사진들을 설명해야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제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제는 당장 이론 및 비평을 하는 분들을 꼽으라 했을 때, 10여명 정도는 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만큼 다양한 이론적인 배경과 비평적 관점이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똑같은 작가의 사진에 대해서 말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관점이 분명하면 분명할수록 읽는 사람은 무엇인가 새로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겠죠. 자기 관점이 분명한 다양한 비평문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사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개인의 비평가가 가지고 있는 분석의 틀이 명료할수록 말입니다.
배 : 좁은 인프라의 한계로 인한 너 좋고 나 좋은 식의 얼굴 비평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신 : 비평을 하기 이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배
: 화제를 조금 돌려 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반 관객들 중에는 전시와 관련된 텍스트(예를 들어 전시 서문 혹은 전시 소개 글 및 기사)를 마치 전시 비평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특히 전시와 글이 따로 국밥일수록 답답해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
: 국내의 경우 특히 말씀하신 부분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뮤지엄에서 하는 전시야 비영리가 목적이니 덜하지만,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영리가 목적인 상업 전시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어 모든 가능한 요소들이 동원 되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전시 관련 글들도 그러한 요소들 중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현대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중들 이라면, 이제는 스스로 분별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평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 많은 정보와 체계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다양한 층위의 분석을 제공할 수 있는 저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여,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기능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배
: 물론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특히 사진계의 경우에는 좁은 인프라가 제대로 된 비평을 불가능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신
: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가지 일을 해오면서, 또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자신이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일들을 그렇게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압니다. 따라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 수 있는 머리와 재주만 가지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열악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전 세대의 희생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여건도 주어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배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론과 비평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며, 선생님 말씀처럼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쓰고자 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까지 참고할만한 뚜렷한 모델과 시스템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턱대고 외국 유학을 다녀 온다고 해서 뚜렷한 기반이나 여건이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고요.
신
: 순수하게 국내 학계 시스템 안에서, 사진 이론과 관련해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제가 첫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불과 4년 전의 일이었지요. 제가 십여 년 전에 사진학과에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석사를 받고 나서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뚜렷한 Role Model(역할 모델)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박사학위과정을 시작했던 건 그러한 불안정성을 이기기 위한 방안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저는 학술계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구성하는 체계 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훈련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사진계도 장기적으로 그러한 체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 사진 전공 박사 과정을 개설하였거나 개설을 준비하는 학교가 점차로 늘어가고 있고, 인접 학문의 학위 과정에서도 다수의 사진 전공자 분들이 공부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과 십년 남짓 동안 학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은 훨씬 풍부해진 것이고, 이에 걸 맞는 시스템도 점차로 확고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배
: 작가가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이야 주위에 참고할 만한 여러 작가들의 사례가 있지만, 이론의 경우에는 결국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결론 밖에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가 작업을 함에 있어서도 물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이론과 비평의 경우에는 좀 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
: 앞으로도 사진 이론이라는 분야는 의학이나 법학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소수에 의해 유지되어야 하는 분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평생을 자기가 가야할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며 독립군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이 분야에 속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저 뿐만이 아니라, 이론을 하시는 다른 분들도 자신을 추스르는 힘을 외부의 울타리에서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이런 상황일수록 현실을 도외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며 기회를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개발 분야의 활동 영역이 범학문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요사이의 추세이므로, 사진도 전통적인 학문의 틀 외에 다른 장면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연구의 유연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진 이론가들 간의 학문적인 교류가 필요함.
또한 사진의 사회적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시의성 있는 발언을 해야.
배
:시스템 속에서 어떤 형식으로 텍스트가 생산되던지, 결국은 누군가에게 읽혀져야 하고 피드백을 얻어야 글 쓴 사람 입장에서도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 혹은 공개 강의시간에도 질문이 없는 것처럼, 비평가가 대중들로부터 피드백을 얻는 것도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
: 저 같은 경우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 학술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편입니다. 학술대회에 가서 발표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참고하여 연구를 보충하고 난 후 최종적으로 학술지에 싣습니다. 논문을 발표 했던, 저서를 냈던 읽는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만큼 허무한 건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오고가야 스스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욕을 먹는 과정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작가가 전시를 하는데 갤러리를 찾는 관객이 없을 때 느끼는 허무함과, 이론가가 저작을 통해 동료 학자나 독자들의 피드백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허무함은 똑같겠죠. 제가 연구소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서로 연구 분야가 다르더라도 그 속에서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서로 Co-Work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진 이론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런 교류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배
: 얼마 전 인터넷에 공개된 김인규 교사의 누드 사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현재 판결에 대항하는 몇몇 움직임들도 보이고 있는데, 제가 의아스러웠던 것은 논란의 핵심에 결국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이론을 하시는 분들의 어떠한 의견도 접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를 표현하려는 이론가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신
: 비슷한 예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개똥녀 사건>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학계의 의견이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진 쪽에서는 침묵했었던 반면 사회학이나 심리학 관련 이론가들에 의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개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사진 이론 쪽에서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럼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 “말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 이론가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의견을 구할 때 정작 다른 학계를 찾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사진 이론가와 비평가도 사회적인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그와 관련하여 기본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사진들은 어떻게 보면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우리 주위에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진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제가 연구하는 분야의 비평적 응용으로써, 시의성이 있는 사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結
배
: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이번 인터뷰의 중심 테마로 잡았던 인쇄 매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첫 인터뷰가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정리하는 의미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신
: 방금 앞에서 비평적 응용으로써 주위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동시에 그런 이야기들이 글을 쓴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는 기초교육여건을 확립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예술가의 이름과 그 사람의 대표작을 떠올릴 때, 예를 들면 피카소의 경우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게르니카를 떠올리지만 사진은 누가 있으며 또 어떤 작품을 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사진을 접하고 소통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진도 일종의 시각 언어라고 한다면, 시각 언어의 기초 문법이 어느 정도 확립되어야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느껴라.” 라고만 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것이니까요. 또한 그와 같은 기초 교육이 있어야, 단순히 “좋다”, “나쁘다”와 같은 인상비평에서 벗어나 좋으면 무엇이 왜 좋고, 나쁘면 무엇이 왜 나쁜지 말할 수 있고 또 표현할 수 있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배
: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outro
1.
필자가 자주 가는 서점에는 사진관련 책들이 정리되어 있는 코너가 사람들이 찾기 힘든 외진 곳에 위치해있다. 대형서점 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한 사람만 같이 책을 골라도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간이 비좁고 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한국사진학회에서 출간되는 학술지 AURA는 이 공간에서 허리를 90도 정도 아래로 굽혀야만 꺼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반면 사진관련 전문 잡지는 서점의 정문 바로 옆, 조명도 가장 환하고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언급됐었던, 매거진과 저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서로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나 다르고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작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전시를 하고 있는 갤러리나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면 된다. 똑같이 이론가들도 그들의 연구실을 찾아가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론가가 자신만의 연구 공간을 갖기 까지는 넘어야 할 벽들이 너무도 많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자신이 속해 있는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신수진의 태도에는 내내 여유로움이 묻어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문뜩, 예전에 어떤 이론가가 내게 농담처럼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자신의 연구 공간은 도서관 아니면 인사동의 조용한 찻집이라고... 웃으며 넘기기에는 너무나 마음 아픈 얘기였다.
- 인터뷰 관련 보충 자료
1. 저널
한국사진학회, http://www.sopho.or.kr
자세한 것은 직접 한국사진학회에서 나오는 학술지 AURA를 읽어볼 것을 권하고, 이곳에서는
의 발행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짤막하게 발췌해 옮겨 싣는다.
가. 한국사진학회 학술지 AURA는 연1회 이상 발행을 기준으로 하며, 발행 시기는 매년 정기 총회 이전 발행을 원칙으로 하고, 발행일은 매년 2월 20일로 한다.
나. 학술지에 개재할 논문/작품은 한국사진학회 논문/작품 심사 규정에 의거하여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 그 외 한국사진학회 편집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자에 한하여 학술지에 특별 기고를 할 수 있다.
2. 매거진
사진예술, http://www.photoart.co.kr/
월간사진, http://www.monthlyphoto.com/
포토넷, http://www.4to.net/
글쓴이 배남우는 현재 상명대학교 예술, 디자인 대학원 순수사진학과 휴학 중이며, 제 7회 사진비평상 평론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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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10. 드러나는 것과 가리워진 것
2004.03.23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9. 몰입의 즐거움
2004.02.13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8. 영원한 이방인의 눈으로
2004.01.14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7. 향기나는 나무꽃
2003.12.19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6. 시각적 사고
2003.11.07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5. 시간의 유산
2003.10.19
[ 사진관련협회지(AURA) ]
AURA 2001 No.8 - 사진의 표현 양식과 리얼리티 (신수진 / 계원조형예술대학)
2000.01.01
[ 사진관련협회지(AURA) ]
AURA 2002 No.9 - 조리개 구경과 렌즈의 초점길이가 깊이 지각에 미치는 효과 (신수진 / 계원조형예술대학)
2000.01.01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3. 기억의 선물
2000.01.01
[ 연재 ]
신수진의 즐거운 책보기 - 02. 뒷모습
20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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