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의 우리가 보아야 할 사진 책 이야기 - 데지르 돌롱 Desiree Dolron 작품집
데지르 돌롱 Desiree Dolron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는 분야는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어떤 이는 이런 면을 어떤 이는 저런 면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도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이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간직하는 영화도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영화사를 따지자면 너무나 많은 명화들이 있겠지만 서도 말이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치히로의 모험”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이 영화들은 우리들을 정말 놀라게 만든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며 남다른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치히로에서 등장하는 엘리베이터와 기차는 이미 귀신의 세계에 들어가버린 치히로와 함께 우리를 또 다른 예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끌어가는 매개체가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등장인물들과 아이디어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는걸 보면 작가가 보여준 독창적인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생각하게 한다.
다른 모든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진에 있어서도 독창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사진이나 예술에서 이미 이전에 다루어 왔던 비슷한 부류의 작업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서로서로 엇비슷해서 작가를 혼동하게 만드는 작업들. 심지어는 드러내놓고 모방하는 작업, 유행과 경향을 따르는 일련의 작업들은 오히려 작업의 환경이나 정보의 발달 속에서 더욱더 혼란스러워 지는 느낌이다.
특히나 서구에서 시작되고 받아들여져 이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사진은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한편에서는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로 보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작가의 작업이나 현대적 경향을 무시 할 수는 없다. 더구나 현재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들은 대부분이 이미 이전에도 시도되었던 것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모든 작가들이 짊어져야 할 과제인 것이다.
최근 북유럽, 특히 여성 작가들의 독창적인 사진들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목 받는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네델란드의 여성작가 데지르 돌롱 Desiree Dolron 을 소개한다. 리네크 지스트라 RINEKE DIJKSTRA 이후 대중과 사진관련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는 현재까지 “Te di Todos mis suenos” “ Exaltation” “ Gaze” “ Xteriors” 4개의 작업을 발표했다.
“Te di Todos mis suenos” 는 쿠바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많은 인내심과 집중을 통해서 바라보는 이미지를 연출하며 그 안에서 볼수록 새로운 다양한 빛과 형태를 보여준다.
“ Exaltation”은 10년 가까이 작가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작업으로 동양의 극단적인 종교적인 의식을 때로는 경악스럽고 불안하게 때로는 숭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사진은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사진이 보여주는 얕은 앵글이나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닌 마치 정지된 시간 에서 그 안으로 몰입되는 느낌으로 흐르는 이미지를 따라 시각적 의식도 흐르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에 서구의 종교를 바탕으로 동양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의식은 뭐라고 형언 하기 힘든 그들의 표현 형태를 보여준다.
또한 이는 서구인들 그리고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또는 르포르타쥬를 통해서 보는 것과는 다른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사진이 이들과 다른 작가적 역량과 감성을 느끼게도 한다.
두 작업은 우리가 다른 사진가들에 의해서 익숙히 접하던 주제들 이지만 그녀가 바라보는 접근 방식은 오랜 시간과 집중으로 여과되어 농도 짙은 감정으로 다가온다.
“ Gaze”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포츄레이트 사진들 그리고 그녀의 네번째 작업 “ Xteriors” 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Petrus Christus 의 회화에서 본 것과 같은 느낌의 모델을 발견하고, 모델을 그림이 전시돼있는 베를린으로 데리고 가 감상하게 하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오랜 전통의 프랑드르 회와 와 당시의 복장, 여기에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 렘브란트의 빛의 활용, 마네의 투우소 등의 기법과 방식을 부분적으로 인용한 디지털 작업들. 어떤 면에서는 1900년대 픽쳐리얼리즘 기법을 다시 재인용하고 활용하고 있다고도 한다.
모나리자의 그것을 닮은 이마와 여린 눈썹에 디지털로 늘린 높은 귀 그리고 누워있는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별하기 힘든 인물의 엄지 손가락은 이상하리만치 길다.
책 표지에 있는 나무도 그녀의 상상대로 디지털로 길러진 나무로 그녀만의 독특함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한 마디로 작가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명명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이만큼 절제되고 단련된 작가는 무척이나 드물다. 또한 작업적으로 완벽한 절제의 미학 이다.
그 어떤 작업도 그녀와 닮았다고 할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닌다.
사진이 현대 회화를 사물에 대한 묘사라는 의무와 임무에서 벗어나 회화자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게 모르게 인식 시켜주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데지르 돌롱의 작업 “ Exaltation” “ Gaze” “ Xteriors” 를 보면서 이제는 회화가 따라올 수 없는 사진 만의 독특한 영역의 완성 작들 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www.desireedolron.com
*Desiree Dolron 텍스트 Mark Haworth-Booth / Pierre Assoulin 출판 Xavier Barral
*Netherlands Now 출판 Regard
* Desiree Dolron 텍스트 Charlotte Cotton/ Wim van Sinderen 출판 Lannoo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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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규동 (사진가, 아이포스 객원기자)
김규동 씨는 신구대 사진과를 졸업하고 96년말에 프랑스로 유학, 뚤르즈 보자르 4학년 과정과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ENSAD) 사진과를 졸업했다.
2002년 아를르 사진페스티벌 참가했으며, 현재 프랑스 예술가협회 정회원.
프랑스에서 월간 포토넷과 월간 사진, 포테이토와 사진가 넷(sajinga.net) 등 사진매체에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전시 등에 관련된 글을 기고했으며, 파리의 <갤러리 뷰>에 사진가 이갑철 씨를 전속계약 사진가로 소개하는 등 한국과 프랑스의 사진문화의 가교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parislanuit@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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