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남우의 Art Report - 제105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
제105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경매 일시 _ Part I : 2007년 3월 9일(금) 오후 5:00 / Part II : 2007년 3월 9일(금) 오후 6:30
장소 _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http://www.seoulauction.com)
지난 3월 9일 금요일,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제105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가 열렸다. 서울옥션에서 주관한 2007년의 첫 번째 공식 경매여서인지 경매가 진행됐던 서울옥션센터 1층에는 총 300개의 좌석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이 부족하여 입석으로 참관해야 했을 만큼 많은 참관객들이 몰려 경매의 열기를 더했다.
경매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경매는 저녁 8시 40분경에 마무리 되어 총 3시간 40분 동안(중간 휴식시간 15분포함) 진행되었다. 1부는 크게 국내 근현대 미술품, 해외미술품, 한국화 및 고미술품 이렇게 3부분으로 구성되었고, 2부는 특별한 구분 없이 국내 근현대 미술품, 해외미술품, 한국화 및 고미술품이 모두 섞여 총체적으로 경매가 진행되었다.
제105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Part I
3월 9일(금) 오후 5:00 ~ 6:30
경매 도록에는 총 123개의 작품이 등록되어 있으나 앞부분에 순서가 잘 못 정렬된 부분이 있어(5번 김형근의 작품과 7번 최영림의 작품 사이에 6번이 생략되어 있음), 실제로는 총 122개의 작품이 경매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 중 4개 작품의 위탁이 취소되어, 1부에서 진행된 총 경매 작품의 개수는 119개였다. 그리고 그 중 32개 작품의 경매가 유찰되어 1부 경매는 73.1%의 낙찰률로 마무리 되었다. 사진의 경우에는 배병우와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작품 2개만이 경매에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가 모두 지금까지 서울옥션에서 진행된 경매 중 가장 높은 가격에 작품이 낙찰되었다는 점인데(또한 토마스 루프의 사진은 처음으로 경매가 성사된 경우이기도 하다), 배병우의 <소나무, Pine tree>는 경매 시작가가 3,400만원부터 출발해 100만원 단위로 진행되어 최종 낙찰가 4,500만원에 마무리 되었다. 토마스 루프의 는 7,40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하여 200만원 단위로 진행되었으며, 8,000만원에 최종 낙찰되었다. 그러나 토마스 루프 작품의 경우 실제로는 가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경매 도록과 서울옥션의 홈페이지, 그리고 당일 경매도중 스크린 상에도 모두 세로 사진으로 나와 작품에 대한 주최 측의 부족한 이해를 드러냈다. 작품이 상하 좌우의 구분이 명확하지 작품이라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프리뷰(Preview)를 통해서는 작품을 가로로 걸어놨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정보전달은 경매를 주최하는 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된다. 배병우의 경우에도 그의 사진 제목인 ‘소나무’는 영어로 ‘Pine tree’지만, 경매의 도록에는 엉뚱하게 ‘Fine Tree’로 개제되어 있었다. 이런 작은 실수들이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꼼꼼하지 못한 만듦새는 결국 경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으니 이런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도입된 해외미술품 경매는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중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그 숫자가 17개에 불과했기에 이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작가의 경우 평정지예(Feng Zheng Jie)와 양사오빈(Yang Shao-Bin)을 비롯해 총 7개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고 모두 낙찰 되었으나, 국내 경매에 처음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도날드 저드(Donald Judd)의 작품은 유찰되었으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작업 또한 모두 유찰되었다.
이날 1부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박수근의 <농악(A Farm Music)>(1960) 이었다.(또한 이는 당일 경매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좀처럼 예술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그의 <농악>시리즈는, 서울옥션에서 이번 경매를 통해 가장 야심차게 선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지난 7일 K옥션에서 그의 작품 <시장의 사람들>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25억원에 낙찰되어 화재가 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별도문의’로 제시된 경매 시작가가 16억원이라는 얘기에 경매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경매는 5,000만원 단위로 이루어졌는데 <시장의 사람들>을 넘어선 금액에 낙찰되지는 못했지만 당일 경매 최고가인 20억원에 낙찰되었다.
제105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Part II
3월 9일(금) 저녁 6:45 ~ 8:40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몰려있었던 1부 경매에 비해, 2부 경매의 집중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듯 했다. 이는 경매 끝부분의 30개 작품의 경매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총 30개의 작품 중 21개 작품의 경매가 유찰되었고 오직 9개의 작품만이 낙찰되어 30%에 불과한 초라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서울옥션 측에서는 서양의 유명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의 드로잉 작업과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도자기 작업을 경매의 후반부에 배치해 경매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려 했으나, 두 작가의 작업이 모두 유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실패한 꼴이 되었다. 이렇듯 저조한 낙찰률을 보이자 즉흥적으로 제시된 역경매를 통해 낙찰된 작품도 등장했다. 박고석(Park Ko Seok)의 판화 15장이 그것인데, 내정가에 못미처 유찰되었으나 최저 추정가로부터(500만원) -30만원씩 역경매가 이루어져 결국은 350만원에 낙찰되었다.
사진의 경우 1부처럼 유명 작가의 작품이 경매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황순원, 염상섭, 나도향, 박목월을 비롯한 16인의 문인사진 83장이 담겨있는 <문인사진첩>, <육영수여사 서명엽서 및 사진3점 일괄>, 이승만과 박정희의 사진이 주로 담겨있는 <대통령 사진첩>과 같은 개인 컬렉션이 경매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문인사진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찰되었다.
2부 경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날 1, 2부 경매를 통틀어 최연소 작가의 작품이 등장해, 추정가의 4배를 웃도는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점이었다. 1980년생으로 올해 28살인 최소영(Choi So Young)이 청바지의 천으로 작업한 <풍경(City Landscape)>은 5,000,000 - 8,000,000의 추정가보다 높은 3,200만원에 최종 낙찰되었다.
흔히들 백남준을 그 명성에 비해 예술 시장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한 예술가라 얘기하곤 한다. 서양의 유명 옥션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경매 결과를 찾아보더라도 백남준의 낙찰률은 그리 높지 않은데, 서울옥션의 86회, 94회 경매에서 유찰된 백남준의 작품 두 점이 이날 경매에서는 모두 낙찰되었다. 1부에 등장한 'Phiber Optik'(1995)은 94회 경매에 나왔으나 유찰되었다가 이날 경매에서 추정가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되었고, 2부에 등장한 '소통(Communication)'은 86회 경매에서는 유찰되었으나 이날 경매에서는 적정 추정가 선에서 낙찰되었다.
경매장을 나서며
그것이 서양에서 이루어진 경매이던 국내에서 이루어진 경매이던 간에, 경매 결과의 핵심은 ‘누구의’ ‘어떤 작품’이 ‘얼마’나 비싸게 팔렸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경매만 끝났다 하면 언론에서는 연일 ‘억’, ‘억’하고 외쳐대며 예술 시장의 호황을 점친다.(그런 면에서 이번 경매의 주인공은 박수근이었다.) 따라서 그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림자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쉽게 가려질 때가 많다. 사실 우리의 경우에는 경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현대 예술의 폭이 너무나 한정적이다. 특히 사진의 경우에는 그 폭이 협소하다 못해 마치 종이처럼 얇게 느껴질 정도인데, 이러한 사실은 312개의 작품들 중 사진은 단 두 개에 불과했던 이번 경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기념사진 및 사진첩은 제외) 국내에서는 사진이 경매보다 상업 갤러리를 통해 조용히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지, 경매를 통해 사진이 거래되기에는 경매장의 문턱이 높아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사진 가격의 정당한 산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며 가격에 대한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어떤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 사람은 작품의 값을 조금 더 받기 위해, 아직 첫 번째 에디션이 팔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에디션 넘버를 후반부로 적어 판 적이 있다고 했다. 합리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래서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 가격을 내정하는 한 그와 같은 불합리한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른다. 물론 경매를 통한 거래의 활성화가 합리적인 시장 형성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한 경매를 통해 사진이 소화되기에는 경매에 참여하는 컬렉터의 층이 두텁지 못하므로,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그 폭을 넓혀나가다 보면 분명 합리적인 시정 형성을 위한 중요한 한 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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