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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현대사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Ⅲ
현대적인 미술매체로서의 사진
중국은 지금 모든 면에서 역동적인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규모를 키워가는 경제와 정치외교 무대에서의 국제적 위상, 대대적인 도시개발…, 어느 것 하나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와 경제뿐만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서도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국제적인 현대미술에서 중국의 현대사진이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은 앞서도 말했다. 그 주역은 문화대혁명과 천안문사태라고 하는 과격한 시대를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은 3, 40대의 젊은 세대들로, 어느 점에 있어서나 이전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미술의 아티스트 가운데는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나 조각가나 화가로 훈련 받은 사람도 많고, 인스톨레이션이나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같은 매체와 사진을 함께 구사한 작품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매체 자체가 아니라 그 표현이 어떤 내용과 수준을 담고 있으며, 이 시대에 상응하는 것인가다. 실제로 사진가로 불리는 아티스트 가운데에는 자신을 사진가로 한정해서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그들 모두가 전통적인 사진의 논리나 디지털 사진기술에 숙련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저작권에 관한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기는 하지만, 가령 왕 킹송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작품 제작과정에서 디랙터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다른 사진가나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중국의 화가들이 사진을 밑그림으로 활용해온 지는 오래 된다. 컨셉추얼 포토그래피는 대학 미술교육의 모델로서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사진의 즉물성과 표면성, 간편성 같은 사진의 특질과 미술에서의 효용성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사진이 쌓아온 170여 년의 전통적인 목록은 앞으로도 그 수를 늘려갈 것이다. 모든 조형예술과 공연예술까지도 현대미술의 확장된 영역 가운데로 편입된 지금, 사진의 정통성이나 순수성에 대한 질문은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미술무대의 중심을 향한 질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구미의 주요 도시들에서 중국의 현대사진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2004년,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 “Alors Chine? (What about China?)”라는 타이틀의 큰 전시가 열렸고, 같은 해 산디에고주립대학과 덴버의 아트뮤지엄, 일본의 오코하마미술관에서도 중국의 현대사진을 소개하는 대대적인 그룹전이 개최되었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China Now’전에는 사진가와 비디오 작가를 포함한 20여 명의 중국 아티스트들이 참가했다. 또 ICP와 시카고의 스마트뮤지엄이 공동으로 기획한 ‘New Photography from China’에서는 모두 45명의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대거 소개되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작년 11부터 한 달 가까이 열린 ‘중국현대미술 특별전’에 사진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었다. 지금 중국의 사진이 국제적인 미술의 장면에서 뜨고 있다.
중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이래 추진된 시장경제제도 도입과 대외 투자, 외국 문화의 유입과 개방개혁정책은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그 정책의 효과가 각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진 분야의 발전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성공을 노리는 많은 아티스트들은 대규모 미술행사가 치러지고, 국제적인 아트 마케트가 형성되고 있는 베이징이나 샹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로 들어선지 몇 해도 되지 않았지만, 예술상품으로서의 작품의 판매와 가격 체계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해외 전시가 잦은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국내외의 상업화랑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아방가르드한 예술의 경향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포용력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몇 차례의 도전적인 사진예술 운동에 대해서 기성세대들이 보였던 경직된 반응과는 다르다. 그런 관대함이 그들의 자유로운 창작 의욕을 고무하고 지금의 활기와 국제적인 평가를 만들어낸 큰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미술에 관한 한 사진을 미술로부터 따로 분류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중국의 사진이 이처럼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매체에 억매이지 않는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태도에도 기인한다. 그들은 다양한 미디어와 표현기법을 구사해서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의 변화, 도시개발, 대중문화의 확산, 일상생활과 의식의 변화와 같은 문제들을 표현한 매력적인 작품들을 국제적인 아트 마케트에서 상품화시키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인다. 해외로부터 이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중국의 고미술품 대신 따끈따끈한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을 구입하기 위해서 베이징과 샹하이 같은 대도시에 화랑을 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문화개방 정책이 시행되는 90년대 이후, 국제적인 미술시장에 소개되는 중국 현대작가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도입이라고 하는 낯선 자본주의 시스템을 그들이 빠르게 이해하고 잘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국의 눈에 벗어난 전시는 예고 없이 중지되거나, 아티스트가 공개적으로 비난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사진작품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당국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현대미술을 이용하려는 의도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우선 정부의 검열이 완화되는 동시에 지원이 대폭 확대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개최된 전시들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중국 정부는 베니스비엔날레나 상파울로비엔날레 같은 국제적인 미술 이벤트에 작가들이 정기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로 진출하는 작가들은 국제무대에서의 중국 미술의 위상을 부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자칫하면 이른바 어용작가라는 딱지가 붙을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말 무렵부터 샹하이, 광조우 등 중국의 대도시에서 시작된 대규모의 미술 이벤트는 이제 완전히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대도시에서는 사진을 비롯한 현대미술을 취급하는 화랑의 숫자도 늘고 있다.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몇 개의 미술 이벤트와 국내의 화랑들을 소개하도록 한다.
현대미술의 또 하나의 중심지
1. 샹하이비엔날레(International Shanghai Biennale)
1930년대 중국과 서양의 문화 접점이었던 샹하이시의 재건과 함께 199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표적인 미술축제다. 2004년도에는 예술과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조망하기 위한 ‘Technics of the Visible’라는 테마로 개최되었다. 중국의 최초, 최대의 미술 이벤트인 동시에 현대미술의 국제적인 쇼 케이스인 이 비엔날레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평론가, 예술 서포터들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치러지는 최대 규모의 이벤트다. 지난 2004년 사진작품으로 이 비엔날레에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 세계 각국의 역사적인 기념과 자신을 함께 넣어서 찍는 퍼포먼스 작품을 출품한 쳉 쿠오치, 롱 롱 부부, 후 졔밍 등이 참가했다. 6회 째인 2006년 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두 달간 개최될 예정이다.
HU Jieming (b.1957), Raft of the Medusa, 125 x 177 cm, 2002
2. 광조우 트리엔날레(Guangzhou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1999년에 시작되어 3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 이 행사는 2002년 ‘an extroardinary space of experimentation for modernization’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한 달 동안 개최된 제3회 트리엔날레의 테마는 ‘Cities on the Move’였다. 국내외로부터의 대량의 투기자본의 유입과 수많은 농민들의 도시 이주로 인한 인구 팽창, 도시개발에 따른 환경 악화 등이 지적되고 있는 광조우 시에서 열리는 행사의 테마를 잘 짚었다. 지난 번에는 첸 샤오시옹, 시 용, 카오 훼이, 쟝 지, 양 용, 왕 지안웨이, 젱 구오구, 량 유에, 슈 젱 등, 주로 디지털 테크널러지를 이용한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Chen Shaoxiong, Street, 1999, mixed media on paper, serie of 8, 61 x 95 cm
YANG Zhenzhong, Light and Easy, Computer - c-print, 120 * 80 cm, 2002
3. 핑야오국제사진페스티벌(Pingyao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지난 1987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핑야오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국제사진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중국에서 개최된 최초의 사진축제다. 지금은 세계의 어느 사진축제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와 내용을 갖추고 금년 9월에 다섯 번째 축제가 열린다. 중앙정부와 샨시 성에서 우리 돈으로 약 50억 원을 지원한 지난 해의 축제에는 중국과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미국, 한국, 일본 등 11개국에서 약 800여명의 사진가들이 참가했다. 주위 6km인 핑야오 토성 안의 옛 방직공장들과 사찰, 사당, 성벽과 건물의 외벽 등 8군데의 전시장과 행사장 등을 이용해서 수만 장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강의와 세미나, 워크숍, 심포지엄, 포트폴리오 리뷰, 오디오비디오 쇼 등 연일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세계 대학생 사진전에는 경성대학교 학생들의 작품도 참가했다. 규모나 내용도 그렇지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 축제행사를 통해서 많은 중국의 사진가들이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부터 핑야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프랑스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중국의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도 만들어주고 있다. 2003년에는 파리에서 발간되는 대표적인 사진잡지 PHOTO에서 핑야오 사진축제를 특집으로 꾸몄으며, 이 축제에 깊숙하게 관계해 오고 있는 알랭 줄리앙은 핑야오에서 큐레이터들이 최고 작가로 선정한 송 차오를 비롯해서 2002년 동강사진상을 수상한 왕 유밍, 헤이 밍, 루 구앙, 양 챤쟝, 왕 후춘, 쟝 쟝 등 모두 13명의 사진가들의 작품을 아를르사진축제 (Les Rencontres D’Arles Photographie) 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또 이 전시는 2004년 2월 6일부터 3월 28일까지 ‘Pingyao in Paris’라는 타이틀로 파리 MK2 Bibliotheque에서도 열렸다.
루슌대학 Sun tao의 작품
루슌대학 Liu Jiaxiang의 작품
한국에서는 2003년 제2회 때부터 이윤진, 박경택, 김낙균, 김우영, 문형민, 이중근, 파야, 이지원, 김용우, 전민수, 최재경, 아조, 인효진, 김낙균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이 축제에 참가했고, 지난 해에는 김옥선, 송상희 등 3명의 여성 작가가 참가했다.
김옥선, Happy Together, 2004
4. 랸조우 사진주간(Lianzhou International Photoweek)
주변에 소수민족이 많은 랸조우 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광동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2005년 11월부터 1주일간 개최된 사진축제다. 사진을 중심으로 비디오와 설치미술을 포함, 80개 이상의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었다. 아마추어 작가들과 관광객을 위한 대중적인 프로그램 위주인 이 행사도 실질적으로는 핑야오국제사진페스티벌의 산파역인 알랭 주리앙의 작품이다. 사진의 종주국 프랑스와 중국 사진계와의 단단한 결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무대에서 폭발하는 힘
중국 현대미술은 앞서 말한 것처럼 1990년대 말 이후, 현대미술의 진원지 뉴욕에서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를 비롯해서 호주 시드니 비엔날레, 브라질의 상파울로 비엔날레, 이태리 베니스비엔날레, 독일에서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 스위스의 아트 바젤, 터키 이스탄불 비엔날레, 일본 요코하마 비엔날레 등 세계의 주요 미술 이벤트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손님이 되어있다. 이런 미술 이벤트에서도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것이 사진이다. 중국의 현대미술은 2006년 들어 독일의 함부르크 쿤스탈레와 하우스 델베르트, 뉴욕의 맥스 프로탯치 갤러리, 파리의 걀레리에 로프트,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핀란드의 시티 아트 뮤지엄, 스위스의 쿤스트무제움 베른 등 세계 각지의 주요 미술관과 화랑들에서 그룹전들이 개최되고 있거나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작년 8월에 개최된 베니스비엔날레(The Venice Biennale)에서는 자오 반디, 하이 보, 장 달리, 싱 단웬, 구 덱신, 송 동, 카오 훼이,웽 휀, 휑 휑, 양 후동, 가오 형제(Zhen & Qiang), 왕 공신, 젱 구오구, 홍 하오, 안 홍, 장 후안, 주앙 휘, 왕 지안웨이, 후 지에밍, 왕 진, 왕 진송, 레옹 체층, 자오 리앙, 첸 링양, 류 지앙, 마 리우밍, 휑 맹보, 주오 밍, 솅 키, 왕 킹송, 롱 롱, 자오 샤오루오, 첸 샤오밍, 스이 쟝구오, 린 티안먀오, 리 티안유안, 류 웨이, 리 웨이, 왕 웨이, 시옹 웬윤, 먀오 샤오춘, 조우 샤오후, 캉 신, 퀴 시우웬, 인 시우젠, 황 얀, 모 이, 바이 이루오, 양 용, 루오 용진, 왕 요우셴, 순 유안, 슈 젠, 류 젱, 양 젠죵, 쟝 지, 키우 지졔 등 사진을 매체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가한 중국 특별전이 열렸다. 그것만 보아도 중국의 현대사진에 대한 국제적인 미술계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Zheng Guogu, Puzzle, 2003
중국의 현대사진을 조명한 그룹전 몇 개를 더 살펴보자.
Strange Heaven
- Made by China : 2004년 10월, 파리 엔리코 나바라 화랑에서는 현대 중국에서 재구축되고 있는 문화 정치 사회 경제적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왕 킹송, 샤오 이농, 웽 펜, 후 지에밍, 우 티엥창, 칭 친와이, 홍 레이, 조우 샤오후, 홍 하오, 캉 신, 첸 링양, 류 웨이 키우 지지에, 송 용핑, 자오 반디, 젱 구오구, 양 후동 등이 참가한 이 그룹전은 작년 2월 시애틀 아트 뮤지엄에서도 순회전으로 개최되었다. 중국의 전통적인 회화를 소재로 한 매체 실험과 대중문화, 첨단 테크널러지, 중국의 아이덴티티, 도시경관의 빠른 변화 등 과거와 근미래의 중국의 모습들을 담은 이들 작품에서는 중국사회의 변화와 함께 중국사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잘 보여주는 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Over One Billion Served
: 덴버의 Asian Art Coordinating Council in Denver의 기획으로 덴버 현대미술관에서 2004년1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열린 전시로, 이 전시 역시 1990년대 중국에서 일어난 현대사진의 변화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11명의 아티스트 가운데에는 왕 징송, 장 달리, 우 샤오준, 주 화동, 왕 킹송 등 사진을 표현매체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Wang Qingsong, Commercial War, 170 x 300 cm, 2004
이 전시에 참가한 대표급 아티스트 가운데 한 사람인 왕 킹송의 ‘Commercial War’는 높이 14m에 폭 40m에 이르는 벽을 설치하고, 그 벽에 600여장의 작품(각 작품의 크기는 110x90cm)을 붙인 거대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쯤 되면 전시라기보다 하나의 이벤트다. 먹물을 묻힌 붓과 마커 펜으로 그린 슬로건, 맥도널드 등 패스트 후드, 스타벅스, 명품들, 론 스타, 화장품, 약품, 자동차 등 외국 제품광고 이미지와 같은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쏟아져 들어오는 자본주의 정보의 홍수를 소재로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과거 정치적 슬로건으로 메워졌던 벽이 자본주의의 선전과 광고에 이용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Between Reality & Memory
: 2004년 4월부터 두 달 동안, 뉴욕 뉴스쿨 칼릿지의 티쉬만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로, 중국 후단대학 저널리즘학과 구 젱 교수가 기획한 그룹전으로 우 시이, 안 게, 두 잉난, 키안 유, 샤오 이농, 왕 닝더, 조우 하이 등 7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포스에서도 작품이 전시된 왕 닝더는 사진과 함께 현대미술의 뼈대를 확실하게 갖춘 아티스트다. 그는 작품의 컨셉은 물론 무대장치, 모델의 선정과 연출에서 의상과 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과정에 자신이 직접 개입한다. 그의 사진에서 모델들은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한결 같이 침묵한 채 눈을 감고 있다. 세계 각지의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그는 가장 주목할만한 30대의 젊은 사진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Wang Ninde,
Focus – Chinese Contemporary Art, from the photo, installation and video collection of Haudenschild
: 2003년 샌디애고대학 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카오 훼이, 첸 샤오시옹, 휑 멩보, 홍 하오, 양 용, 시 용, 웽 휀, 샹 리킹, 슈 젠, 양 후동, 양 젠종, 자오 반디, 젱 구오구 등 주로 사진과 회화, 비디오, 설치 등을 매체로 사용하는 3, 40대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 5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시를 위해서 소장작품들을 내놓은 호덴스차일드 부부는 중국현대작가들의 알짜 작품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저명한 콜랙터다. 비디오와 사진의 강력한 아트워크를 소개한 이 전시는 중국 현대미술의 국제적인 평가를 단숨에 몇 단계 올려놓은 전시로 평가되었다.
Weng Fen, Sitting on the Wall, Guangzhou (2), 2002
이 전시에 참가한 있는 작가들은 베니스 비엔날레, 샹하이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요코하마 비엔날레, 뉴욕 근대미술관, 모리 미술관, 그밖에 수많은 도시의 주요 미술관과 미술 이벤트에서 작품이 소개되었으며, 뉴욕 타임즈, 아트 포럼 같은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전문지에서도 크게 다루어졌다. 베이징과 샹하이, 광조우, 셴졘 같은 대도시의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호덴스차일드 부부의 컬렉션은 미국과 그 밖의 여러 나라들을 순회하며 전시되었는데, 이는 국제적인 미술 커뮤니티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몇 단계고 높여준 것은 물론, 중국 내의 작가들에게도 커다란 자극과 고무를 주었다
SHI Yong, Keynote: 70%red, 20%yellow,10%blue, Photo – lightbox, 2002
Documenting China: Contemporary Photography and Social Change
: 중국에서는 매년 한국 전체 인구의 2배인 9000만 명 이상의 농촌출신 노동자들이 대도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구가하는 경제발전과 관계 없이 이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기획자 팽 보위와 스미소니언박물관, 베이츠 칼리지 뮤지엄 주최로 열린 이 전시는 2004년 1월부터 3개월간 체이스홀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류 샤오디, 지앙 지앙, 장 신민, 루오 용진, 조우 하이, 루 유안민, 조우 밍 등 7명의 사진가들이 참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삶과 노도처럼 밀려오는 산업사회가 빚어내는 심각한 문제들을 주제로 한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57점이 출품되었다. 이 사진들은 사람들이 들끓는 대도시 서민들의 일상, 지하철의 붐비는 승객들, 노동자, 정신이상자, 도시민, 그들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제복을 입은 군인과 경찰들, 모형 비행기에 쫓겨서 달아나는 나체의 남성, 얼굴에 페인트 칠을 하고 손에 비커를 든 채 거위를 먹기 위해서 앉아있는 청년들, 문화대혁명과 홍위병, 옛 남경시대의 오래된 자료 사진… 이런 역사적인 사건과 어두운 현실을 소재로, 중국이 겪고 있는 혼란과 좌절, 무력감, 고통 같은 것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는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과 그에 적응하려는 농민들의 삶이라고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아니라 과거의 관습,과 정서,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 정치, 경제적인 변화에 적응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려져 있다. 뉴욕 타임즈가 ‘지적(profound)이고 영웅적(heroic)’인 전시라고 상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Zhang Xinmin, Besiege the City by the Country, Guangdong, 1996
Jiang Jian, Master of the House, Zhao Weidong, 16, Jiyvan County, Henan, 1999
Lu Yuanmin, Shanghailanders (series), 1992-1995, Untitled (no. 1)
Luo Yongjin, Cityscape, 2002
능한 큐레이터들
중국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몇 사람의 유능한 기획자가 있다. 중국 국내에 샹하이의 구 젱과 베이징의 펭 보위가 있다면, 미국에는 시카고대학에서 예술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우 훙이 있다.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도 기획자로 참가한 우는 중국의 현대사진을 전파하는 전도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우 홍과 스마트미술관의 큐레이터인 크리스토퍼 필립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Between Past and Future: New Photography and Video from China’ 전은 회화와 사진, 비디오 등 중국의 현대미술 분야의 제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60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은 사진과 함께 비디오 아트에 있어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사진과 비디오 아트의 수준을 본격적으로 미국에 소개하는 이 최초의 대규모 전시는 2004년 6월부터 뉴욕 ICP와 아시아협회, 시카고대학 스마트 뮤지엄, 시카고 현대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등에서 잇달아 개최되었다. 베를린의 하우스 오브 월드 컬쳐에서 현재 전시 중인 작품들은 그대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금년 8월 바바라 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중국의 현대미술이 급부상하게 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제작된 60여 명의 야심적인 아티스트들의 130여 점의 전위적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미디어 쪽에서는 첸 샤오시옹, 휑 맹보, 류 젱, 루오 용진, 먀오 샤오춘, 롱 롱, 왕 킹송, 슈 젠, 양 후동, 양 용, 자오 반디, 젱 구오구 등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이 이 전시에 참가하고 있다.
XU Zhen, www.okmyclub.com-Fought Xiaoquan in Oct., 2005
Liu Zheng, 幸存者,
Miao Xiaochun , Celebration, 2004
Luo Yongjin
중국 현대미술의 엔진 – 갤러리들
베이징이나 샹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독립적인 젊은 큐레이터들이 이곳 저곳의 화랑과 함께 전시를 조직해서 역량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해외에도 소개하고 있다. 복합건물이나 해체 직전의 건물, 오래된 공장건물을 리노베이트한 올터너티브 스페이스들에서 흥미로운 그룹전들이 열리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활기에 차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현대미술 시장은 현재로서는 외국인 미술투자가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시장경제 도입과 함께 새로 등장한 부유계층의 콜랙터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중국의 전통예술이나 고미술품을 사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외 유학을 통해서 현대미술품의 경제적인 투자가치에 대한 인식을 키워온 중국의 부유층 세대들이 중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제성장 곡선이 급하게 상승하고 있고, 또 최근 공립 미술관들에서도 현대미술부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미술시장은 의외로 빨리 활성화될 지도 모른다. 사진작품을 취급하는 화랑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1. 베이징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이 바로 베이징의 다샨 지구에 있는 이른바 798지역이다. 이전에 전자제품을 만들던 이 일대의 국영 공장지대를 2002년 정부가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개방해서 문화기관들에 임대해주고 있다. 원래의 건물구조를 살려서 화랑과 살롱, 서점, 스튜디오, 디자인회사,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국제적인 명소가 되었다. 역사적인 기억을 가진 현대미술과 건축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센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화랑 밀집 지역인 베이징 다샨(大山)지구의 일각
베이징에 있는 갤러리로는 2004년에 798 지구에 오픈된 Chinese Contemporary Art Gallery가 있다. 이 갤러리는 런던에도 있다. 자금성 동문 근처에 1996년 오픈한 CourtYard Gallery, 주로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독일계 갤러리인 L.A. Gallery Beijing, Red Gate Gallery가 있다. 1991년에 문을 연 이 호주 계 갤러리는 주로 미디어 계의 작품을 취급하며 외국 작가들도 중국에 소개하고 있다.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Wan Fung Art Gallery, 798 지구에 들어 있는 독일계 화랑인 White Space Beijing이 있다. 베를린의 Alexader Ochs Gallery와 같은 화랑으로 현재 먀오샤춘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798 Space. 오래된 공장 건물을 바우하우스 식으로 개조한 상업화랑으로 2003년에 차오양 지구에 오픈했다. 작품 판매와 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행사와 상업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징에는 중앙미술학원 근처에 원래 공장지대였던 자리에 새롭게 세워지는 고층건물 사이에 낡고 작은 규모의 빈 공장들이 늘어서 있는데, 여기에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서고 아티스트들이 입주해서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업들이 이곳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이름은 갤러리지만 중국의 현대사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술관급 갤러리다.
※ 포테이토 웹진에 실린 798에 관한 현지 특파원의 탐방 기사 참조. (http://www.fotato.com/webzine/features/features_step03.asp?ins_no=249&cpage=1&fe_type=&lrg_no=1&menu=01&cmbsearch=&txtsearch=)
이밖에 A&Y Studio, Art Mystere, Beijing Art Now Beijing, Beijing Tokyo Art Projects, China Art Archives & Warehouse(베이징), Continua Beijing, Creation Beijing, Imagine Beijing, New
Millenium, Alexander Ochs, Pickled Art Centre 등이 있다.
2. 샹하이
상업과 경제, 국제적인 미술교류의 거점으로 자리잡은 샹하이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화랑들이 많다. 특히 이들 화랑이 개설한 웹사이트는 중국 현대미술과 작가들에 대한 충실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Art Scene China는 1997년 인터넷 갤러리로 오픈, 중국 전역의 갤러리들과 웹사이트로 연결되어 있다. 2000년에 문을 연 Aura Art는 주로 젊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갤러리로 옹 닝더, 양 얀캉, 루오 용진 등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진가들이 계약되어 있다.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대안공간 BizArt에서는 주로 중국 현대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이외에 다양한 미술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ShanghART는 샹하이에서 최초로 생긴 화랑으로, 이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는 아티스트와 전시소식 등 중국의 현대미술에서 일어나는 가장 충실한 내용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주로 중견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Yibo Gallery, China Art Archives & Warehouse(샹하이), 스위스의 파트너 갤러리인 GALERIE URS MEILE, shanghartgallery, Shanghai Art Museu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화랑들은 대부분 중국의 현대미술이 두드러진 활황을 보이기 시작하는 1990년대 말 무렵에 문을 열었다. 또 외국계 자본과 화랑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적인 화랑에 계약된 아티스트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작품을 팔아주는 갤러리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들도 아직은 많다. 그러나 최근 모든 분야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아티스트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화랑과 계약을 맺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멋대로 가격을 정하지 않고, 또 작품에 에디션 번호를 붙이는 등 국제적인 룰에 따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작품가격도 작가의 지명도나 매체 노출도, 판매 경력, 소장처, 개인전 경력, 국제 규모의 미술이벤트 참가경력, 사진집, 매체와 기법, 작품규격 등 화랑에서 정하는 평가기준을 적용시킨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서 비영리 전시기관이나 상업화랑은 수적으로 아직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화랑들은 국내외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화제가 될만한 아티스트들을 해외에 내보내는 등 작가 홍보와 작품 판매 기회를 얻기 위해서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가격도 작가의 수준도 아직은 일정하지 않지만, 외국인 사업가들과, 예를 들어 뉴욕의 아서 월서와 하워드 엘로이자, 샌디애고의 크리스 하우덴스촤일드 같은 유명한 콜랙터들은 남보다 일찍 움직이기 시작해서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과 비디오 작품의 훌륭한 콜랙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더욱 많은 외국계 화랑들이 앞다투어 미개척의 중국 미술시장에 뛰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에서도 작년에 아라리요가 베이징으로 진출한 것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다.
잠에서 깨어난 거인
1803년 나폴레옹은 지도에서 중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은 병들고 잠들어 있는 거인이다. 그러나 그가 눈을 뜨는 날에는 세계가 떨게 될 것이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는 중국에 떨고 있다. 요즘 케이블 TV에서는 문자와 과학기술, 건축, 예술 등 중국의 문화적 업적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1839년의 아편전쟁을 빌미로 시작된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착취, 1894년부터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일본의 지배, 1949년 마오 쩌동의 공산정권 수립과,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대외 폐쇄정책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았으나, 개혁 개방정책의 실시로 중국은 2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다시 세계 최강국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어느 면에서나 중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나라임에 틀림 없다.
1970년대 문화혁명이 종식되고, 1980년대 초 덩 샤오핑의 개방정책이 실시된 이후, 그 동안 닫혀 있었던 서양의 문화와 정보의 개방과 유입은 중국의 사회와 문화 예술의 수준을 단숨에 반 세기도 더 앞당겨놓았다. 높아진 경제수준에 따른 소비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몸에 벤 젊음 세대의 등장은 중국미술에 대한 개념과 전망을 한꺼번에 뒤바꿔놓고 있다. 적어도 예술의 분야에서는 터부는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사진과 회화, 목판, 조각,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의 장르의 와해, 미디어와 테마, 표현형태의 다양성, 젊은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예술형식의 개발에 대한 욕구, 개성적이고 대담한 실험정신, 고정관념의 탈피, 그리고 새로운 경제개념…. 우리가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동안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매력적인 나라로 변신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사진이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부쩍 힘을 키운 경제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표현과 현대미술에 대한 대응, 그리고 미술의 문화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인식도 한몫을 한다. 사진에 있어서는 우선 검열이 완화되었고 그대신 지원이 대폭 확대되었다. 이전에는 정부 당국의 눈에 벗어난 전시는 예고 없이 중지되거나 아티스트가 인민회의 같은 기관에서 공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진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문화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사진을 이용하려는 의도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사진은 오래 동안 맡아온 프로패건더로서의 역할 대신, 높은 경쟁력을 갖춘 문화 첨병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정부의 그런 문화 예술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사진의 분야에서의 변화와 발전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규모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전시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정부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정기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을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도장을 받은 이런 작가들의 해외 진출은 중국의 사진을 급격히 부상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어용작가라는 딱지가 붙을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사진의 급부상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1990년대 이후의 중국 사진가들의 작품 가운데는 대도시들에서는 자본주의의 유입이 초래한 급격한 사회 문화적 환경의 변화와 수많은 낡은 건물들이 해체된 자리에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는 등 오래 전부터 익숙한 모습들이 하루 아침에 달라져버리는 긴박한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티스트들의 당혹스러운 경험이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아무리 새롭고 실험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의 작품은 중국의 오랜 정신적 문화적 유산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아티스트들에 의해서 생산되는 사진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그들이 과거의 역사와 문화 콘텐츠의 목록 가운데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가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세련되지 않거나 킷치하게 보이는 일부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서양미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서툰 모방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한 그네들 나름의 방식이라는 점도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적인 현대미술에서 신기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반화된 디지털 환경도 한 몫을 한다. 작년 핑야오 사진축제에 참가한 외국의 사진가들은 데이터를 중국으로 보내서 출력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디지털 프린트에 관한 한 가격과 품질 면에서는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지도 모른다. 최신식 디지털 스캐너와 시스템을 갖춘 출력소들은 때로는 10m가 넘는 초대형의 컬러 프린트를 만들어 준다. 이제 중국의 사진가들에게 있어서 대형 프린트는 큰 스케일의 상상력을 실현시켜주는 이상적인 매체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의 사진과 사진을 매체로 한 현대미슬의 전체적인 상황을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보았다. 이제 대충 정리해볼 차례다. 지금까지 보아온 것처럼 중국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아티스트들이 미술과 철학적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크로스오버 시켜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거의 정보가 없었던 중국 작가들의 그런 경향의 작품들은 국제적인 미술계에 활기찬 매력으로 비쳤고, 비엔날레 등 해외 전시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티스트들 자체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에 대해서 관대한 포용력을 갖고 있고, 페스티벌이나 비엔날레 등 국내에서 치러지는 큰 미술행사의 주최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큐레이터를 고용하는 것도 그네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들의 상업화랑과의 유대와 정부의 지원, 국내외의 우수한 큐레이터, 디랙터, 커미셔너 들에 의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부럽다.
그들의 작업은 풍부한 과거의 역사 문화적인 컨텐츠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 세기에 이르는 시간적 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 전략과 실천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과격한 변화와 새로운 환경도 아티스트들에게 자극과 동기를 제공한다. 학력, 경력, 전문분야를 문제삼지 않는 풍조도 그들의 덕목이다. 그들은 서양미술사와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동향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갈증을 느끼고 있다.
아티스트들의 노력
얼마 전 주한 중국 대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GDP는 세계 6위지만 국민 1인당 GDP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잛은 시간에 이룩한 경제발전은 분명 대단한 것이지만, 무려 13억의 인구를 안고 있는 중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문제일지라도 전체 인구를 곱하면 큰 문제가 되고, 또 아무리 큰 성과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전체 인구로 나누면 보잘 것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엄살 섞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유엔에서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시장점유율 1위 수출품은 우리 경제가 피크에 달했던 1980년 12개에서 2003년에는 9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1980년에 세계 1위 수출품을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했던 중국은 2003년에는 116개를 기록, 한국의 12배를 넘었다. 세계 시장점유율 상위 5위 내 수출품도 한국은 1980년 68개에서 2003년에는 62개로 축소된 반면, 중국은 0에서 무려 305개로 늘어났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놀라는 것은 중국 경제발전보다도 중국의 현대사진이 갖고 있는 큰 잠재력이다. 사진에 관한 한 그들은 이미 세계의 중심에 거의 닿아 있다. 2000년에는 중국 전토에 북경 영화대학과 북경 청화대학, 심양 노신예술학원 등 불과 3개교에 불과했던 대학 사진학과가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400여 개교로 수가 늘어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한 해에만 국내의 다섯 군데에서 개최된 국제규모의 미술축제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중국의 작가들은 세계의 주요 미술 이벤트와 미술시장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것은 중국의 현대사진이 사진의 순수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의 크로스오버와 디지털 테크널러지 같은 첨단과학과의 결합을 통해서 그 예술적 지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부터 약 한 달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던 ‘중국현대미술 특별전’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갖고 있는 경이로운 역량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우리의 빈약한 예술정책과 재정지원, 부실한 문화인프라, 과도한 사진학과 증설과 시대에 맞지 않는 커리큘럼, 사진가들의 무기력,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풍조, 사진 문화계의 현실에 대한 인식부족과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의 부재…. 이 글을 적어나가면서 중국의 사진이 놀라운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한국 사진이 놓인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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