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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우의 Art Report - Maggie & Jerry`s Press Interview
Maggie & Jerry's Press Interview
2007년 4월 2일 오후 2시 ~ 3시
한미사진미술관 20층 라운지
취재 및 정리 / 배 남 우(아이포스 웹진)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3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아날로그 합성사진의 거장인 제리 율스만과(Jerry N. Uelsmann) 그의 아내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은 총 157점(제리 율스만 : 95점, 매기 테일러 : 62점)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데, 2006년 9월 한미사진미술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한한 제리 율스만이 당시 한국을 소재로 작업했던 10점(한 점은 디스 플레이에서 제외)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특히 이번 한미사진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부부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올해 우리 나이로 74세인 제리 율스만의 전시가 19층에서 대규모 회고전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포스 웹진은 4월 2일(월요일) 있었던 매기 테일러와 제리 율스만의 프레스 인터뷰를 시작으로, 4월 3일(화요일) 진행된 두 작가의 초청 강연회, 5월로 예정된 최봉림과 김영신의 강연회까지 총 4회에 걸쳐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관련 세미나를 취재할 예정이다.
Jerry Uelsmann (1934 - )
1934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출생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제리 율스만이 처음부터 합성 작업을 했던 건 아니었다. 당시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그러했듯이, 제리 율스만도 작업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이트 사진 작업을 했으나, 1950년대 후반부터 암실에서의 합성 사진 작업으로 작업 스타일을 바꾸게 된다. 제리 율스만은 뛰어난 사진가이자 암실에서의 테크니션이기도 했지만,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1960년 인디애나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그의 실제 전공은 ‘예술사’였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사진가이자 교육자로서 활동해 왔다. 제리 율스만은 지난 30년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100여 차례 이상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의 작품들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Maggie Taylor (1961 - )
1961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출생했다. 본래는 예일대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제리 율스만이 플로리다 주립 대학에서 사진을 강의할 때,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다. 현재는 제리 율스만과 부부의 연을 맺어 플로리다에서 함께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브제를 위주로 한 정물 작업을 해오다가, 1997년부터 디지털 툴을 사용해 합성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메기 테일러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컬러는 동화적이고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고, 하나의 작업 속에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존재한다.(그래서 제리 율스만의 작업보다 더 많은 이미지 source가 작업에 동원됨) 그래서 어떤 이들은 사진 속 이미지를 작가가 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작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들은 실제의 사진들 혹은 오브제 들이며, 작가가 작업에 필요한 개개의 이미지들을 직접 촬영(메기 테일러는 300만 화소 정도의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다.) 및 스캔하여 포토샵에서 작업한 결과라고 한다.
제리 율스만 & 메기 테일러 프레스 인터뷰
통역 _ 박기호(사진가)
- 메기 테일러씨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포토샵(Photo Shop)을 사용하여 디지털 합성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경우, 빛바랜 종이와 같은 느낌을 준다거나 프레임의 가장 자리 부분에 종이를 태운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프로세스는 디지털이지만 감성적으로는 아날로그 적인 느낌을 주려는 작업들이 많습니다. 이번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전시 되고 있는 메기 테일러씨의 작업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보이는데, 그러한 스타일로 작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moth dancer, Maggie Taylor
inkjet print
메기 테일러
: 제가 작업하는데 사용하는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19세기 중, 후반 그리고 20세기 초반의 이미지들인데, 워낙 오래된 사진들이라 처음부터 자연적으로 테두리에 상처가 있다거나, 찢어진 흔적이 있다거나, 검게 그을려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들을 좋아 하기에 작업을 하면서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많고, 비네팅이 약할 경우에는 제가 인위적으로 강하게 비네팅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프레임 가장 자리를 어둡게 함으로써, 이미지의 중앙 부분으로 시선을 집중 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 제리 율스만과 메기 테일러 두 사람의 작업은 미술관에서 전시 되고 또 컬렉션되는 등 유명 작가로써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디지털 합성 사진은 암실에서의 작업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합성 작업을 진행해 왔던 작가로써,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메기 테일러
: 미국에서도 5,6년 전에는 디지털 작업을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디지털 작업들이 전시 및 수용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작업 또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변용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미술관에서 컬렉션 되어 있음을 볼 때, 디지털 작업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 예술계 안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제리 율스만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작업 중에는 ‘구(sphere)’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untitled, 1992, Jerry N. Uelsmann
gelatin silver print
제리 율스만
: 제가 작업하는데 사용한 구(sphere) 이미지의 의미를 모두 똑같이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매 작업에서 ‘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없으면서도 있는’ 느낌 일 것 같고, 일반화 시켜 말한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 즉 우주 공간(universe)으로서의 의미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제리 율스만 작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암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얼마든지 같은 형식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굳이 계속해서 암실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제리 율스만
: 저는 제 사진 작업을 오늘날처럼 컴퓨터가 보급화 되기 이전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암실에서 이루어지는 과정, 즉 현상, 합성, 인화를 포함한 모든 과정이 제게 있어서는 ‘명상’을 하는 과정과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좀 더 젊었다면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수용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암실에서의 작업이 너무나 편하고 익숙했기에 디지털 툴에 대한 특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능동적이지 못했던 점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디지털 기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암실에서의 작업에 비해 포토샵이 갖는 장점이 있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포토샵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가도 좋지 않기 때문이지요.
- 현재 한국에서 마그리트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만, 제리 율스만씨의 작업을 보면 마그리트의 회화 작업을 사진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리 율스만씨의 작업과 마그리트 작업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Untitled, 1969, Jerry N. Uelsmann
gelatin silver print
올마이어의 성, 1951, 르네 마그리트
캔버스에 유채
제리 율스만
: 처음 마그리트의 작업을 봤을 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의 작업을 통해 많은 영향과 아이디어를 받기도 했고요. 물론 마그리트의 회화와 제 사진 작업 사이에 유사한 점도 있지만, 서로 구분되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진의 경우 ‘사실’을 기반으로 두고 있고, 그것을 보는 관객은 눈앞의 사진을 ‘진실’로써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 전반적으로 제리 율스만씨의 작품을 보면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 나가실 것인지, 만약 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untitled, 1997, Jerry N. Uelsmann
gelatin silver print
제리 율스만
: 저는 어떤 특별한 주제를 갖고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때마다 다른 주제를 갖고 작업을 하게 되니까요. 최근에는 제게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 의미 있는 소재가 있다면 보트(boat)일 것 같은데, 보트를 타면 또 다른 세계와 공간을 여행하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고대 이집트인들의 경우에도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보트에 실어 강물에 흘려보내는 풍습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제가 생각하는 보트의 상징은 이처럼 사후 세계의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인생을 살다보면 내일의 삶이 오늘의 삶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제 작업의 주제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한 고정적인 주제는 없다는 것이죠.
제가 작업을 하나 마쳤다고 해서 그 작업이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작업은 5년 후에도 계속되고, 10년 후에도 계속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제 작업의 모든 과정이 사전에(그리고 완벽하게) 제 머릿속에서 ‘사고(思考)’를 통해 완성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오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먼저 작품을 완성하고 난 이후, 작업에 대한 사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어느 정도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하지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변화가 일어날 때도 있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처음 작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시발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중간 과정을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기 테일러
: 저희 부부는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저는 벼룩시장이나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사진이나 물건을 구입해 수집 하고, 제 남편 제리는 카메라로 이미지들을 수집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E-Bay를 통해서 사진을 수집할 때도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이미지들을 수집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완성될 이미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수집한 이미지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작업 하다보면, 처음 예상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완성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리가 한국에 와서 비원, 종묘, 안동을 촬영했을 때에도, 미국으로 돌아가 촬영한 이미지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면서 작업을 진행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 이미지가 현재의 한미사진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죠.
제리 율스만
: 오늘 이곳에 오신 분들 중 사진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너무 철학적인 문제에 집착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사물에 대한 표면적인 평가에만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지기 보다는, 사물을 보는 저만의 관점과 사고를 키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평소 거리를 걸을 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걸을 때가 많지만, 카메라를 가지고 걸을 때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보게 되고 분석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철학적인 문제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사물 속에는 그 사물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제리 율스만씨가 한국을 소재로 작업한 작업 중에는 비원과 은행잎의 형태를 매치시킨 작업이 있는데, 작업을 하실 때 외형적으로 보이는 형태에 끌려 작업을 하시는지, 아니면 그 속에 내재된 상징적인 의미를 염두 해 두고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리 율스만
: 제가 작년 9월 한국을 처음 방한해서 종묘나 비원을 방문했을 때, (무어라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무척 편안했었던 생각이 납니다. 덕분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가 암실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제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은행나무의 곡선적인 형태와 기와의 곡선적인 형태가 서로 동양적인 형태로써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형태로 작업을 완성시킨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형상과 형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물과 공간에 대한 저의 인상과 최종적으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리 율스만
: 현재 한미사진미술관의 19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몇몇 작품들은, 제가 작업한 사진과 메기가 작업한 사진이 함께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테마가 서로의 작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제가 메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할 때도 있고, 메기가 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할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작업을 한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유심히 찾아보시는 것도 저희 부부의 전시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의 작업을 함께 전시하는 것은 이곳 한미사진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일이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일이며 또한 가장 큰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기회를 주신 미술관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쪼록 많은 분들이 즐기실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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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배남우의 Art Report - 제리 율스만과 매기 테일러의 초현실적 세계
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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