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김규동의 우리가 보아야 할 사진 책 이야기 - “진실된 이야기(Des histoires varies)”
진실된 이야기의 프랑스 판 표지와 한국판 표지
만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 않은 것을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사진
을 찍을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린다.”
설치, 개념 미술가인 동시에 사진작가이기도 한 소피 칼의 다양한 작업들은 일상적인 주제접근으로 인해 어렵지 않으며 이해도 빠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음적 성격의 주제들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나 사진분야에서는 사진과 소설을 서로 주고받고 공유하는 형식과 함께 표현 장르의 경계를 자유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를 카메라로 추적, 쟝 보드리야르의 설명 글과 함께 한 “베니스에서의 미행”.
알고 지내는 친구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심지어는 얼굴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로 부탁한 사람들을 1979년 4월 1일 오후 5시부터 4월 9일 오전 10시까지 그녀 집으로 와서 교대로 그녀의 침대에서 잠자는 모습을 촬영 하고, 그 과정에서의 대화내용과 느낌을 사진과 함께 전시한 “잠자는 사람들 Les dormeurs”
1980년 파리 비엔날레에 전시된 이 작업은 곧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소피 칼을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 “잠자는 사람들Les dormeurs” 전시장 이미지 (탁자와 의자를 놓아 글과 사진을 차분하게 감상하도록 했다.)
연이어 그녀는 1년 동안 공들여 승낙 받은 허가요청을 거쳐 그녀의 프로젝트를 위해 베니스의 호텔 객실 여종업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호텔 L’hotel”
이 작업은 호텔 4층 12개의 객실 청소를 하며 그들이 남긴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친구나 가족, 연인 들에게 써놓았다가 찢어버린 엽서 등을 촬영하여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게다가 그들이 여행에 함께한 책이나 거울, 빗, 기념품, 여행가방 속 다양한 물건, 속옷과 먹고 버린 과일껍질 등의 쓰레기도 함께 보여주어 객실 속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텔” 작업 이미지.
또한, 길 위에서 우연히 주운 전화번호 수첩의 주인을 추적하기 위해 그 속에 적힌 인물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한 “전화번호 수첩 Le carnet d’adresses” 이라는 작업도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리베라시용’ 지에 한 달간 연재되었다.
평범함과 지루함을 떨쳐버린 그녀의 작업은 새롭고 창의적이며 인간의 호기심과 그에 따른 관음적 성향을 넘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자극을 준다.
그녀의 자유로운 상상과 창조적인 개념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신을 추적하여 그 자신이 관음증의 대상화가 되는 “미행 la filature” 이라는 작업도 진행하게 한다.
이 작업은 사설탐정으로부터 사진과 자료를 받아 진행되었다.
그리고 올 초 한국에도 번역된 1994년의 “진실된 이야기 Des histories vraies”.
현실과 허구의 관계를 가지고 노는 “이중게임 doubles-jeux”, 2000년에는 도난 당한 이미지나 대여된 그림이 있는 미술관을 다니며 “사라진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부재 L’absence”, 1980년 부터 1993년까지 자신의 생일에 초대된 친구나 손님들이 선물해준 오브제들을 모아서 진열한 작업 “생일 의식 Le ritual d’anniversaire”, 맹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les Aveugles” 등 많은 흥미로운 작업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3년, 프랑스 예술을 대표하는 퐁피두 센터에서 생존작가로 드물게 회고전을 열었을 뿐 아니라 200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랑스 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 이다. 그녀의 작업은 이미 여러 권의 짤막한 단편집으로 여러 종이 출판되었고, 될 예정이다.
“진실된 이야기”의 전시장 모습. 그녀의 글과 감각적인 이미지, 세련된 배치가 인상적이다.
현재 필자가 가지고 있는 것은 소피칼의 사진소설집(?)은 “진실된 또는 사실 이야기+10 Des histoires vraies +dix” (출판 ACTES SUD. -이 책은 인기가 있어서 1994년 첫 에디션 이후 2002년 출간된 두 번째 에디션이다.-)과 퐁피두 회고전과 함께 출간된 Sophie Calle “넌 날 보았니? M’as-tu vue?” 라는 두 권의 책이다.
각 작업 별 전체 내용이 실리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소피 칼의 모든 작업을 담고 있는
Sophie Calle/ “ M’as-tu vue 넌 날 보았니?” (2003년 퐁피두 회고전시 발행)는 다양한 주제
와 모험, 진실을 향한 즐거운 여행 등의 재미가 가득하다. 다양한 형식을 다루어 보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는 참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중에 한 권인 “Des histoires vraies 진실된 이야기”가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번역되어서 나온 것을 얼마 전 우연히 아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번역본과 원본의 차이가 있는데 일단 표지가 바뀌었고 책의 크기와 페이지수와 하드 커버 디자인 등 두 책의 다른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게 틀린 점은 일단 표지 부분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점인데 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책 중간중간 우리나라의 미풍양속(그 전에는 사진 출품 기준에 이 단어를 많이 사용했었다) 을 해치는 이미지부분들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설명이 책 뒷부분에 잘나와 있는데…… 이러하다..
“이 책에 있는 몇몇 사진들의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들이 마음에 걸린 나는 출판사와 상의한 후
소피 칼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녀에게 한국적 상황을 설명하고, 이 사진들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면 어떨까 하고. 그녀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감춤’과 ‘부재’ 라고 하는 주제를 사진의 감춰진 부분을 통해서도 새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함께. 작품에 다시 손을 대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녀는 흔쾌히 동의하고, 자신이 직접 사진의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가려 주었다. 여러분도 감춰진 부분을 섭섭히 여기지 말고, 상상의 눈을 통해 보길 바란다. 눈을 감으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보이니까------.”
여기까지가 옮긴이의 이미지가 부분 삭제된 것에 대한 이유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책의 옮긴이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책은 다르게 출간되지 않았을까…… 하는.
작가(소피 칼)의 의도가 정말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진실된 이야기는 허구 속에서 진실을, 진실 속에서 허구를 찾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삭제된 부분은 놀이의 일부분이 없어진 마치 잃어버린 퍼즐조각 같이 여겨진다.
감춰진 부분을 글과 함께 상상하면 번역본 82/83 페이지의 “건망증” 이미지 부분은 대부분
남자의 성기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이미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연인들이던 대부분의 남성들의 눈 색깔이나 성기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이 이미지에서 기억하는, 아니 잊혀질 수 없는 이유는 이미지 속의 남성이 남성이면서도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 기억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표지사진으로 중요하게 사용하고, 67-69페이지(번역본)에 자신의 가슴이야기 이면서도 이미지는 자신의 가슴인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들의 선택 일지는 몰라도 이미지를 부분 삭제한 것은 오히려 글의 의도를 넘어서 기이한 상상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참고로 16/17페이지의 “코”와 106/107 페이지의 “병원에 다녀옴”은 한 가지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14살에 부모의 권유로 코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 했을 때의 이야기인데
코 수술을 위해 병원에 간 그녀는 외과의사를 만나 그로부터 300여종의 질문을 받는다.
따라서 이 글은 질문과 응답의 형태였고 당시 14 살이었던 그녀는 쉽지 않은 무려 300여 개의
의학적 질문들에 답을 해야 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은 그녀가 상상 하지 못했던 전혀 예상 밖
의 질문을 받게 된다. “당신은 슬픈가요?”
이 글을 쓰면서 간호사에게 물어 알게 되었지만 성형외과에서도 수술을 하게 되면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마지막 질문도 기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당시 작가가 14살의 나이고 따라서 의사의 구두 질문이 계속 된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질문이 “당신은 슬픈가요?” 라고 했기에 그녀의 기억에 지울 수 없는 질문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당신은 슬픈가요?” 라는 질문을 던진 그 의사는 그녀가 수술하기 이틀 전에 자살을 한다. 아마도 많은 정신적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당신은 슬픈가요?” 이 질문도 직접 의사가 물어 본 구어체라는 사실을 알아야 작가의 마음속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
“당신은 슬픈가요?” 의 이미지로 종이 테이블보 위에 쓰여졌다.
(2002년판에도 이미지가 없는데 아마도 그 후에 만들어진 것 같다.
주어진 글과 이미지로 우리의 상상은 이미지를 읽어 낼 수 없다. 더구나 소피 칼 그녀에게 “사진은 말이 줄 수 없는 확실성을 보장해준다” 라는 명확성이 있었음에도 이렇게 이미지 부분이 부분 삭제되어서 내용과는 다른 상상을 한다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데다 재미없는 이야기로 바뀌어 버린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나는 보고,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나는 말한다.”
사진이 현존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글은 현존을 비우면서 부재를 통해서 존재하는 것
이라고도 소피 칼은 말한다.
롤랑 바르트도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확실성을 증명할 수 없음은 언어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생일 의식 Le ritual d’anniversaire”
소피 칼의 작업을 감상하면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을 원본 이미지들을 올려 그녀의 작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바란다.
글 / 김규동 (사진가, 아이포스 객원기자)
김규동 씨는 신구대 사진과를 졸업하고, 96년 말에 프랑스로 유학, 뚤르즈 보자르 4학년 과정과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ENSAD) 사진과를 졸업했다.
2002년 아를르사진페스티벌 참가했으며, 현재 프랑스예술가협회 정회원.
프랑스에서 아이포스 웹진, 월간 포토넷, 월간 사진, 사진가 넷 등 사진매체에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전시 등에 관련된 글을 기고했으며, 파리의 <갤러리 뷰>에 사진가 이갑철 씨를 전속계약 사진가로 소개하는 등 한국과 프랑스의 사진문화의 가교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현제 용인 송담 대학교 영상제작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parislanuit@dreamwiz.com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관련기사의 데이터가 없습니다.
등록된 관련갤러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