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떠오르는 아트마켓, 두 가지의 매력
시 간
: 2007년 5월 12일 오전 11:30 ~ 12:30
장 소
:「KIAF 2007」전시장 내 이벤트 홀
강 사
: 최 병 식(미술비평가, 경희대학교 교수)
최 병 식
_ 해마다 빼놓지 않고 KIAF에 참석해 왔지만 금년 KIAF 2007의 경우에는, 규모면에서 크게 확장되었다는 점이 이전까지의 KIAF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적인 확장이 질적인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적인 면에 대해 제가 무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단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롭고 신선한 작가들이 다수 참여 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신진 작가들의 전시는 해외의 유명 아트페어에서도 가장 눈여겨보는 전시입니다. 기존의 작가들이야 워낙 가격이 비싸고 이미 평가가 내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신진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도 아트페어의 중요한 기능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도들이 국내에서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아시아에는 8개 정도의 아트페어가 있는데 금년 KIAF 정도의 규모라면 아트페어의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양적이나 운영적인 면에서는 상위그룹에 속해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만 경영 및 전략적인 면에서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은 앞으로 꾸준히 고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세미나를 통해 최근 한국의 미술시장과 서양의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최근 몇 개월 동안 한국 미술시장에서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어떻게 변동되어 왔는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 미술시장은 어떠한 문제점들을 갖고 있는지 고찰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의 예술세계(Art World)에서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Art)’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창작과 관련된 단어만이 아니라, 투자와도 관련된 단어가 됐습니다. 최근 들어(2005년 ~ 2007년) 국내의 미술시장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예술작품을 단순한 감상이나 창작적인 요소로만 받아들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예술작품도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대체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술시장이 ‘애호’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바뀌는 현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죠.(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오히려 투자의 성격이 먼저 고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시장으로써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미술시장은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관련 펀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체시장으로서의 미술시장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미술시장이 대체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하는데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컬렉터의 수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국내의 경매회사에 등록되어 있는 정식 회원들의 수가 5천명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따라서 총괄적으로 본다면 최소 3-4천 명 정도는 컬렉터의 수준에 와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예술과 관련된 펀드가 유행입니다. 이전까지는 주식이 기성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아 왔지만, 최근 들어 주식투자에 실증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미술시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갈 곳 없는 시중의 유휴자금들도 미술시장으로 함께 흘러들어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중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충족이 폭발하면서, 풍부한 자금과 대중들의 관심이 함께 맞물려 미술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것이죠. 이에 발맞추어 예술관련 펀드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문제는 많은 펀드들이 있지만 이러한 펀드들이 모두 이익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한국에는 현재 3개의 펀드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은행에서 만든 펀드도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펀드가 있다면, 중국과 인도 미술품과 관련된 펀드상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근 인도 작가들의 작품들이 미술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데, 작품가격 면에서는 아직 중저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도만의 독특한 작품 성향이 뿌리를 내린다면, 인도에서도 중국의 위에민준이나 장샤오강 정도로 작품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거품의 유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서 제게 가장 많이 질문해 오는 것 중의 하나가, 현재의 상황이 “거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부분입니다.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전문가들의 검증이 있느냐?, 없느냐?”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연히 거품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을 컬렉션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검정 여부를 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매년 미술시장을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데(Art Market Research's Contemporary Art 100 index), 보도에 의하면 현재까지 미술시장이 최고의 지표를 기록했던 년도는 1990년으로 지표의 수치는 4979였습니다. 그런데 6년 뒤인 1996년에는 1990년의 지표 수치보다 약 1915가 하락했습니다. 이는 1990년보다 약 38% 하락한 수치인데, 그 동안 미술시장의 거품이 얼마나 심각했었나를 말해 줍니다. 질적인 가치를 담보한 작품들은 그나마 문제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상파 이전의 작품들, 중세부터 시작해서 근대까지의 작품들은 이미 평론가나 미술사가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검증된 작품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들의 가격이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현대 쪽으로 넘어오면서 작품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가 많은데(어떤 경우에는 200%에서 300% 가까이 폭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주로 근대에서 현대 사이의 작품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작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검증된 작품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06년도 10대 아트 컬렉터들 중에는 포브스(forbes)지에 소개된 사람이 6사람이나 되는데, 대부분 갑부들이거나 기업과 연계된 컬렉터들입니다. 이들 중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들어보셨을 이름은 아마 ‘찰스 사치’일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치는 영국의 유명 광고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상당히 공격적인 컬렉션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젊은 아티스트들의(young artist) 작품들을 과감하게 컬렉션하고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명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회장인 로널드 로더가 클림트의 작품을 고가에 컬렉션 하여 컬렉터로써 그 이름과 명성을 세계적으로 높이기도 했습니다. 로날드 로더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의 작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Adele Bloch-Bauer 1’(1907)를 회화 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달러(약 1300억원)에 구입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4년 1041만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그림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작)을 가볍게 누른 결과였지요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의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기업 컬렉션입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같은 경우에는 빌 게이츠에 의해 예술작품 컬렉션이 주도되고 있고, 현재 4천여 점의 작품을 컬렉션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첫째 예술작품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둘째 사원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셋째 회사의 문화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의 많은 회사들이 기업 컬렉션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비엠(IBM)을 비롯해서 여러 대형 은행들도 기업 컬렉션을 진행 중인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주로 젊은 작가들, 특히 30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30대 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러한 컬렉션을 무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00점의 작품들 중 10개 작품의 가격만 올라도 이를 통해 굉장한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Frank Stella의 작품이 설치된 싱가폴 리츠 칼튼 호텔의 Stella Gallery
기업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호텔들도 예술작품 컬렉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리서치 업체에서 전 세계의 호텔을 대상으로 예술작품을 가장 많이 컬렉션한 호텔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총 20개의 호텔들 중 아쉽게도 한국의 호텔은 하나도 이름이 올라있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호텔들 중에서는 싱가폴과 일본의 호텔들이 각각 하나씩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싱가폴에 있는 리츠 칼튼 호텔의 경우 500만 달러를 들여 앤디 워홀의 작품을 비롯해 4,200여 점의 작품들을 컬렉션 했는데,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은 예술작품을 컬렉션 한 호텔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더비(Sotheby's)는 2006년 말 엄청난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돈 600만원 이상의 작품들만 경매에 올리겠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이전에는 300만원 까지 경매에 올려줬는데, 앞으로는 600만원 이상의 가격대로 고급화 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모든 소더비 경매에서 그와 같은 정책을 통해 고급화 시키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미술시장 전체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중하위권, 특히 하위권 작가들 작품들의 컬렉션이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하위권 작가라고 해서 계속 하위권에만 머무르라는 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현재의 작품 가격은 500만원이라도, 2년, 3년 후에는 1000만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그러한 시장을 버리겠다는 거냐?’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이에 반해 크리스티(Christie's)는 낮은 가격부터 높은 가격까지 고르게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소더비의 발표는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일부에서는 공동화 현상도 일어났지만, 현재는 서서히 안정화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의 경우 경매회사와 갤러리 사이에는 상당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우리도 세계적인 경매의 흐름을 읽어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각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이 45.9%를 차지함으로써 전 세계의 미술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형태입니다. 미국 다음으로는 영국이 26.9%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그 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술시장의 성적이 매우 저조지기 시작했는데, 2006년에는 2005년이 비해서 상당히 상승하긴 했습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프랑스의 미술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6%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유럽의 다른 국가, 이태리나 독일의 경우에는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미미한 편입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현재 중국은 전체 미술시장의 4.9%를 차지하고 있는데 제가 봤을 때 이러한 수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미술시장이 전 세계 미술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미술시장도 변화할 것입니다. 앞서 세계 10대 컬렉터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미국인 들입니다. 또한 그들 대다수는 유태인들입니다. 따라서 유태인 컬렉터들이 어떤 작품들을 컬렉션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일본의 미술시장은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작년부터 점점 회복세를 띠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인 NICAF(일본국제아트페어)가 거의 망하다시피 했으나, 최근 들어 아트 도쿄(Art Tokyo)가 NICAF의 뒤를 이어 KIAF의 강력한 경쟁 체제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산즈의 798지구 군수공장을 개조한 베이징 아라리오 갤러리의 내부 ⓒ 임재광
최근 중국에는 갤러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술시장이 너무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또 증가하고 있다 보니, 어디에 어떤 갤러리가 생겨나고 있고 또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미술시장은 1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2차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2차 시장이란 경매를 말하는데 1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2차 시장으로 바로 넘어 오다보니, 중국의 1차 시장은 그 구조가 매우 이상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아트페어는 <베이징 아트페어>와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분리되어 나온 <아트 베이징>이 있는데(이들 둘은 경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상하이 아트페어는 이들 둘에 비해 그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간 매출액이 전년도와 비교해 4배 내지 5배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최근의 중국 미술시장은 급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규모면에 있어서도 국내의 경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중국의 경매에는 한 번에 대게 1000명 가까운 관객이 입장합니다. 또한 경매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도 너무 많아서 1회 경매의 안내 책자가 20권 정도가 발행될 정도입니다. 한 번의 경매에 2000점에서 3000점의 작품이 나오다 보니까, 경매가 치러지는 기간도 4일 내지 5일 동안 이브닝 쇼(evening show)를 포함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경매가 진행됩니다. 중국문화부 산하 문화시장사에서(중국에는 문화시장을 담당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습니다.) 보고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는 약 7천여만명의 컬렉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7천만명이 맞나?, 틀리나?’ 하는 문제 때문에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봤는데요, 어떤 곳에서는 8천만명, 어떤 곳에서는 1억명 이라고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 7천만명 정도의 컬렉터가 있을 것이라는 보고가 거짓 정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
2005년 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작품 가격이 높은 100명의 작가들을 선정하면, 그 중 중국 작가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2-3명 있을까 말까였습니다. 하지만 2006년에는 100명 중 13명의 작가들이 중국 작가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아시아도 가능하다.’, ‘황색인종도 가능하다.’, ‘아시아만의 정체성이 인정받을 수 있구나.’ 라는 인식을 한국의 작가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보니,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 중 중국 작가들의 작업과 비슷한 색깔을 내는 작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작가들의 회화 작업이 인기가 있으니까, 그들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죠. 언제는 ‘뉴 페인팅’의 영향을 받아 따라가고, 언제는 미국식 ‘팝 아트’를 따라가더니, 이제는 중국을 따라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한국의 정체성 없이는 절대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작가의 독자성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적 현상을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의 예는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좋은 사례라 생각됩니다.
Pine Tree, 배병우, C-Print, 125 x 250 cm
국내 미술시장이 붐을 이루게 된 데에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2005년 K 옥션의 출범이며, 두 번째 이유는 2006년 연이어 열렸던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낙찰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배병우 사진작품의 경우에는 사진작품 한 점이 48000달러 정도까지 가격이 올라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는데, 사진시장이 열악한 국내로서는 사진 한 점이 4800만원이나 한다는 것에(더군다나 국내 작가의 작품이) 대해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화처럼 한 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프린트할 수 있는 사진의 특성상, 그처럼 작품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또한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이우환의 작품이 16만 8천달러에 낙찰됐는데, 이우환의 미니멀리즘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었던 일이었다고 봅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당시 29살 이었던(1978년생) 젊은 작가 함진의 조그마한 작품이(어떻게 보면 아이들 완구처럼 보이기도 하는) 20400달러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외국인들이 함진의 작품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모습을 본 기억도 납니다만, 당시 나이 서른 살도 안 된 대학원생 정도의 나이에 해외의 유명 경매에서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 작품이 낙찰되었다는 사실이,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큰 화제 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해외 경매에서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아 미술작품을 사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퍼지게 됩니다. 이는 예술가에 대한 편견, 예를 들어 예술가는 가난해야 되고, 삶이 괴로워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등의 편견이 많이 수그러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생각 자체가 예술가로써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순수미술 보다는 디자인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사례로 인해 예술가와 미술시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조금은 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는 일반인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과,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투자의 한계가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여 집니다.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행위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애호적인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적인 목적이 그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애호와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둘 중 어느 한 목적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실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작품이 몇 백억 혹은 몇 천억에 팔리건 간에, 그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에게는 애호적인 목적도 매우 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작품을 컬렉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과거에는 소수의 스타급 작가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청년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타급 작가와 청년 작가들의 중간층에 있어야 할 작가들이 허리케인처럼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과거에는 대안공간이나 비엔날레면 뭔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이 크게 성장하다보니 작가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일컬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와 동시에 열립니다. 비엔날레의 경우에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향이나 시도를 읽을 수 있지만, 일단 비엔날레를 통해 이름을 알리면 그 다음 코스는 자연스럽게 아트페어로 이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아트페어에 가보면 30% 정도는 작가들이 초기에 비엔날레에 참여했었던 작업들입니다.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의 순수성과 질적 담보 그리고 투자 가치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 치고 아트페어나 경매에 나오지 않는 작가가 별로 없고, 뮤지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작가가 없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작가로써 생존하는 것이 힘들어 졌습니다.
Artist
_ 박수근 (1914~1965) Park SooKeun
Title
_ 줄넘기하는 소녀들 Children jumping rope
Year
_ 1964
Matetial
_ 하드보드에 유채 Oil on hardboard
Size
_ 9.2×16.5㎝
Estimate
_ ₩400,000,000~500,000,000
Sold
_ ₩410,000,000
예술시장에 세인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작품의 가격변동이 급상승되는 경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단기투자 형식의 작품 구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매우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작품 가격에 거품이 없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품이 있는 작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일부 작가들의 작품 같은 경우 해외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작품 가격의 거품 논쟁이 일어날 수 있겠죠.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많은 분들께서 박수근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박수근의 예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박수근이 세계적인 작가도 아닌데 그렇게 가격이 비쌀 이유가 있냐?’하는 문제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박수근은 ‘국민 작가’라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며칠 후 열리게 될 서울옥션 경매에(2007년 5월 22일)도 박수근의 작품이 나올 예정인데, 국내에서는 최초로 30억원대의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적정 가격인지/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박수근이라는 작가의 존재가 그렇듯이 작품 가격도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아직까지 서양의 미술시장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서양의 미술시장이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하면 작품 가격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외국인이 경매를 열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중국에 외국의 미술시장이 진출하기 시작한다면 중국 미술품들과 경쟁을 벌일 것이고,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서양의 경우 미술시장에서 다루는 대형 품목만 해도 70여 가지가 되지만(작은 품목도 400개가 넘습니다), 국내에는 회화, 도자기, 목기 이런 것들 외에 무엇이 더 있습니까? 이처럼 현재 국내의 미술시장은 크게 4-5가지 정도의 컨텐츠로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2배 내지 3배만 더 커져도 미술시장에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미술시장이 튼튼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작가와 작품들의 지표를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표(index)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작품이 미술시장에 나와야 합니다. 같은 작품이 시장에 다시 나와야 가격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작품이 한 번 판매되면 다시 시장에 나오지를 않기 때문에, 미술시장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서양의 미술시장에 대한 기본 정보가 너무나 부족해서, 좋은 작품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인 중국의 장 샤오강의 경우, 2004년 KIAF에 작품이 나왔었지만 아무도 구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때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면 100%가 넘는 이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외에도 여러 유명한 중국 작가들이 국내를 거쳐 갔지만, 정작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던 갤러리나 컬렉터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작품 가격이 높게 치솟은 다음에는 관심을 가져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세계시장과 가깝게 닿아 있다고 얘기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담을 쌓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국제적인 시장의 흐름과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매번 남들보다 뒤늦게 처져 뒤따라가느라 정신없다면 국내 미술시장의 앞날도 밝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항상 나오는 작가들만 경매에 나오고,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미술시장의 불안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은 앞으로 미술시장이 성장해 나가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활황에 안주하지 말고 전반적으로 미술시장의 되돌아보고 체계적으로 구조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질문(배남우)
: 앞서 1차 시장과 2차 시장에 대해 말씀해 주신 부분과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들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대관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게의 경우 작품 가격을 작가가 직접 내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거래된 작품들은 2차 시장인 경매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경매업체에서 작품가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인도 경매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없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병식
: 1차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작가군과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인 작가들의 경우 1차 시장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구입할 때 다양한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목이 있고 예술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컬렉터들의 경우에는, 2차 시장보다 1차 시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1차 시장의 가장 큰 단점은 지적하셨다시피 2차 시장으로의 진입이 무척 어렵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1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 가격들이 합리적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거래 내역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은밀하고 비공개적으로 거래되는 국내 1차 시장의 특성상 그러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만 하는 곳이 경매인데, 1차 시장에서의 불분명한 정보를 2차 시장에서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작품의 시장 가격이라는 것은 작품들의 거래내역을 통해 산출한 가격의 평균 수치, 컬렉터들의 선호도, 작가의 네임 벨류 등이 종합되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못한 곳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경매를 통해 데뷔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만약 데뷔를 한다 하더라도 경매 관계자들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겠죠.)
취재 및 정리 / 배 남 우(아이포스 웹진)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연재 ]
배남우의 Art Report - 떠오르는 아트마켓, 두 가지의 매력
2007.08.30
등록된 관련갤러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