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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우의 Art Report - [미디어 미학2] 장 보드리야르 -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장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
는 귄터 안더스의 이론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고(3세대 미디어 이론), 더 나아가 가상이 현실을 뒤엎었음을 극단화 시켰다. 기호의 정치학 이후의 보들리야르는 기호 가치의 중요성을 논의의 화두로 삼았다. 보들리야르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품의 물질적인 속성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다른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예를 들면, A는 점심때 2500원짜리 식사를 했고, B는 50000원짜리 식사를 했다고 하자. 점심을 먹고 난 뒤의 포만감은 A나 B나 그다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B가 선택한 5만원짜리 식사는, A는 경험하기 힘든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소비했다고 할 수 있다. 보들리야르는 기호를 소비, 유통시키는 것이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보들리야르에 따르면 이 세상은 모두 "가상"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가상뿐인 이 세상에서 현실은 가상의 바깥부분에 존재한다. 이 때, 현실(리얼리티)가 갑작스럽게 가상을 침투하는 현상이 일어날 때가 있다. 보들리야르는 이를 "돌발사태"라고 얘기했고, 이러한 돌발 사태로 인한 가상의 가상성을 폭로시키는 것을 저지시키는 행위를 "저지전략"이라고 얘기했다. 매트릭스 1편에서 모피어스와 트리니티가 가상속의 네오를 찾아 현실로 끌어들이려 한다.(돌발사태) 이때, 스미스요원이 모피어스의 이러한 행동을 제지하려 드는 것이 그 예이다.(저지전략)
저지전략에 대해서 보들리야르는 크게 3가지를 언급하는데(그 대상은 모두 미국이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20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았고, 죄다 유럽의 그것을 모사해왔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케네디, 워터게이트 사건이 그것이다.
보들리야르는 미국자체가 거대한 디즈니랜드(가상)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디즈니랜드"라는 공간을 따로 잡아 놓음으로써, 디즈니랜드는 "꿈과 모험"이 가득한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해 두었다. 이는 은연중에 그 외부는 현실적인 공간임을 암시하지만, 보들리야르는 디즈니랜드라는 공간 자체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디즈니랜드임을 감추기 위해 그곳에 있다고 얘기한다.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화신이다. 쿠바 사태를 떠올려 보자. 소련은 핵무기가 실려 있는 선박을 은근히 쿠바를 향해 배치시킴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그 진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혼란을 가져오게 하였고, 결국 미국으로부터 동유럽에 위치한 나토의 핵기지 철수라는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마치 그것이 케네디의 승리이며, 미국의 승리인 것으로 비추어 졌는데, 실상 이득을 더 많이 본 것은 소련이라는 것이다. 여타의 다른 미국 대통령들처럼 케네디 역시 못된 짓(?)을 많이 했으며, 사생활도 클린턴보다 더 문란했다. 케네디는 권력의 강요(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케네디의 죽음은 권력이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의 죽음을 연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보들리야르는 이태리에서 공산주의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는 자본주의라는 거대 시스템이 쉽사리 사라지기는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나 열린 우리당이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기는 힘든데, 그것은 그들이 매트릭스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중권은 얘기했다. 이때, 한 남자가 진중권에게 "그렇다면 민주 노동당의 권영길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기 힘들다는 말씀입니까?"라는 질문을 했고, 진중권은 보들리야르가 말했던 것처럼 권력이라는 거대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결국은 크게 달라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들리야르는 워터게이트 사건이야말로 전형적인 저지전략이라고 보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이야 말로 권력의 치부를 들춰내는 계기가 되었어야 했으며,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는 계기가 되어야 했지만, 오히려 이를 닉슨 개인의 스캔들로 치부, 은닉하여 대통령도 실수를 하면 (사실 그 이전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여전히 도청은 진행되고 있지만) 중간에 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민주주의의 승리로 기억되게 되었다. 결국은 환상만 더욱 심어주게 된 꼴이다.
클론, 암세포는 현대 사회의 상징이다. 클론과 암세포는 모두 무분별한 자기 증식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차이가 극한에 다다르면 동일자의 무한 증식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 "다르다"는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Modern은 차이에 의해 개인성을 부각시켰던 시기였고,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쇼킹한 예술을 제시했다. 하지만 1960년 이후, 즉 포스트 모던한 시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유파의 필연성은 사라지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유파가 생겨나게 되었다. 결국 개인 스스로가 유파가 되고, 이러한 것이 무수히 많아졌다. 결국 유파들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기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은 "다 똑같다"라고 보들리야르는 생각했다. 때문에 보들리야르한테 "내 작품은 남과 다르다"라고 얘기하면 보들리야르에게 크게 혼난다. 보들리야르가 앤디 워홀을 인정하는 이유는 워홀이야말로 현대사회의 패러다임을 파악해, 예술에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25개의 마를린 먼로야말로 동일자의 무한증식이 아닌가? 워홀은 "나를 알고 싶으면 내 사진을 보거나 내가 만든 영화를 보거나, 내가 등장하는 TV를 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워홀은 이미 미디어로 매개되지 않은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 런지.
- 이상의 글은 필자가 2004년 12월, 진중권의 미디어 미학 강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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