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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우의 Art Report - [미디어 미학3] 해롤드 이니스, 월터 옹, 마샬 맥루한
왼쪽부터 월터 옹, 해롤드 이니스, 마샬 맥루한
해롤드 이니스, 월터 옹, 마샬 맥루한
을 가리켜 "토론토 학파"라고 한다. 이 세 사람의 특징은 모두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 관련한 체계적인 이론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해롤드 이니스는 정치 경제학을, 월터 옹과 마샬 맥루한은 영문학을 전공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철학자가 아니라는 점이, 미디어를 고정적인 의미로서가 아닌 읽기, 쓰기, 말하기 등과 같이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던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이들 세 사람은 귄터 안더스와는 달리 미디어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낙관론자들 이었다. 다만 해럴드 이니스만 미디어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했을 뿐이었다.
# 이 글을 읽기 전에 항상 머릿속에 다음의 단계를 염두 해 두자.
구술문화 | 문자문화 | 제2차 구술문화
- 해롤드 이니스
해롤드 이니스는 원래 정치 경제학자였다. 어린시절 그는 철도역 근처에서 살았는데, 복잡하게 얽혀있으면서 광대하게 뻗어있는 철로를 보면서 마치 혈관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 경제학자로서 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다.
매체 패러다임(flow)
생산 패러다임이란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생산 체제는 무엇인가를 "저장"해놓는 것을 의미하며, 매체 패러다임이란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저장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니스는 자신의 논문 을 통해 역사 변화의 패러다임은 곧 미디어 변화의 패러다임임을 역설했다. 여기서 이니스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았던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쓰기
무거운 쓰기 -> Time Bias
가벼운 쓰기 -> Space Bias
2)그 사회가 구술문화 or 문자문화 인지의 여부
여기서 무거운 쓰기란 의미 그대로 돌과 같은 매체에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써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간적인 영속성"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쓰기란 무거운 쓰기와는 반대로 종이와 같은 이동이 편리한 매체에 기록하기 때문에 "공간의 확장성"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 이집트는 Time Bias(시간의 영속성)의 특징을 갖는데 그것은 "돌"이라는 이동하기 힘든 매체에 기록을 남기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피루스의 발명으로 Space Bias가 가능해졌고 이때부터 문명의 발달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Space Bias는 제국과 관련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에는 구술문화(oral tradition, 서사시)로 출발했으나 뒤늦게 쓰기 문명으로 전환하였다. 그리스의 구술문화는 광장에서의 토론, 연설의 형태로 진행되었고 이는 직접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해롤드 이니스, 월터 옹, 마샬 맥루한은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구술문화"라 여겼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된다. 고대 로마 제국의 경우에는 Space Bias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Time Bias를 해결하지 못했다. 때문에 제국의 정체성과 영속성을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다. 중세 시대에는 양피지를 사용했지만, 종이의 등장으로(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몰락을 초래하게 되었다. 종이의 사용은 인쇄술의 발달을 의미하고,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은 책의 발달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말하기 매체, 즉 구술시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이니스는 전자매체가 문자매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의 연설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기대했던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는 우려를 드러낸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히틀러의 연설은 라디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그곳이 농사를 짓는 시골의 농장이더라도) 한명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수단이 되었다. 라디오는 방송, 즉 broadcasting 이었다. 이니스는 다수에게 단방향으로 전달되는 방송의 단점을 우려했던 것이다.
- 월터 옹
월터 옹은 원래 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변화는 단순한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는데, "문자는 의식을 재구성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월터 옹이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러시아였다. 러시아에는 원형 그대로의 구술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부족이 많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의 학자들이 벌였던 일련의 실험을 근거로 월터 옹은 구술문화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종속성 X, 첨가성 O
말에 and, and(그리고, 그리고)가 많다.
때문에 중복되는 문장이 많고, 복문이 없다.
논리성 결여
2) 분석적 X, 집합적 O
상투적인 어구를 자주 사용 (예) 무서운 사자, 용맹한 군인
왜 사자가 무서운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힘듬
3) 장황하고 다변적이다.
생각을 짜임새 있게 정리해야 하는 글쓰기와는 달리
해야 할 말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
4) 보수적, 전통적
기억의 전승(정보 전달)이 매우 중요.
가장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가 우두머리.
5) 생활세계에 밀착 -> 추상성의 결여
6) 자아에 대한 인식 결여 -> 공동체 의존적
7) 논쟁적 어조가 강하다
8) 감정이입적, 참여적
9) 항상성
변화가 있어도 변화를 입장할 증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변화의 인식은 쓰기로 인한 기록물이 있을 때만 가능
10) 상황 의존성
- 마샬 맥루한
영문학을 전공했다.(때문에 영문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그의 책을 읽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맥루한은 인간이 만든 일체의 도구가 미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도구가 모든 것을 변화 시킨다고 보았다. 벤야민의 이론이 아도르노에 의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것을 감안한다면 맥루한이 벤야민의 이론을 접했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놀랍게도 맥루한의 미디어 이론은 벤야민의 그것과 많은 부분에서 흡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렌즈를 통해 인체의 구석구석을 탐구하는 미디어의 "촉각성"에 대해 강조 했던 것 역시 벤야민과 똑같다. 다만 벤야민은 사진과 영화에 대한 것이었고, 맥루한은 Radio 와 TV 를 중심으로 생각 했던 것이 구별되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여기서 촉각성은 단순히 오감의 한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각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말한다.) 맥루한은 귄터 안더스의 대척점에 있다.(맥루한이 벤야민과 상당 부분 흡사한 면이 있다는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귄터 안더스가 TV와 Radio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았던 것과는 달리 맥루한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맥루한이 그처럼 생각했던 이유는, 구텐베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매체였던 문화문화(쓰기문화)에서 TV와 Radio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말하기"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TV와 Radio는 모두 말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자문화에서 가장 중요시 여겼던 감각은 바로 "시각"이었으며, "촉각"은 가장 도외시 되었던 감각이었다. 하지만 TV와 Radio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지와 말이 동시에 작용함으로써 시각에서 촉각으로의 감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TV영상매체로 인해 문자의 선형성이 파괴되었고, 공간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애너그램"과 같은 새로운 의미가 탄생되었으니, 이는 곧 구텐베르크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맥루한이 TV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닉슨과 케네디의 TV 정치토론"이었다. 양 후보가 TV속에서 토론을 펼쳤고 40대의 젊은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는 것을 목격한 맥루한은 이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했다. 또한 케네디의 죽음을 통해서, 전국에 생방송된 그의 장례식을 미국의 국민들이 시청함으로써 마치 고대 그리스처럼 직접 민주주의가 재현되는 듯한 인상을 맥루한은 받았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요소를 통해 맥루한은 TV와 Radio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Hot & Cool 미디어"
해상도가 높으면 Hot, 해상도가 낮으면 Cool -> 영화는 Hot, TV는 Cool
참여도의 차이 -> 완성도가 높을수록 참여도가 줄어든다.
영화는 참여도가 낮고, TV는 참여도가 높다. 때문에
맥루한은 TV가 시청자를 주체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 결론
해롤드 이니스, 월터 옹, 그리고 마샬 맥루한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자 했던 부분은, 제2차 구술성의 시대에는 "의식을 어떻게 재편성 및 재구주화 시키는가?" 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의 등장과 더불어 이러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결국 남겨진 우리의 몫일 것이다.
- 이상의 글은 필자가 2004년 12월, 진중권의 미디어 미학 강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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