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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치야 노리코 / 1990년대, 급격하게 성숙하는 한국 사진계의 진폭과 역량
2002년 5월부터 7월에 걸쳐 센다이(仙臺)미디어텤과 사이타마현립근대미술관(埼玉県立近代美術館)에서 개최된 「사람・바람 ― 한국 현대사진의 지평」전은 한국의 현대사진을 일본에 소개하는 최초의 대규모 전람회였다. 이 기획전의 커미셔너를 맡은 김승곤은 일본 유학 경험을 가진 사진평론가. 80년대말에서부터 일본의 현대사진가들의 개인전을 기획하는 등, 한국과 일본 양국의 사진계의 교류에 기여해왔다. 이번 전시의 의의와 한국 현대사진의 현재와 미래 등에 관해서 그에게 들어보았다. 먼저 「사람・바람」전 개최까지의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을 살펴본다.
커미셔너:김승곤(평론가)
특별 협력:이이자와 코타로(飯沢耕太郎, 사진평론가)
전시장소 및 일정
2002년 5월 25일~6월 19일/센다이 미디어택
2002년 6월 25일~7월 28일/사이타마현립미술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현대사진
일본에 아시아의 사진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것은 1996년, 동경도사진미술관에서 「에이지안 뷰 - 약동하는 아시아」전이 마지막이다. 공립 미술관이 아시아의 사진을 취급한 최초의 전시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 후 「대만사진의 신세기」전이 열리는 등, 사진평론가 이이자와 코타로에 의하면 1996년은 일본 사진계에 있어서 아시아 원년(元年)이라고 불릴만한 해였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진에 관해서는 96년 이후에도 그룹전, 개인전 등의 형태로 일부의 작가가 소개되기는 했으나 단편적인 것에 머물렀다. 광주 비엔날레를 계기로 한국의 현대미술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는 가운데, 사진에 관해서도 정리된 형태의 대규모의 본격적인 전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다.
김선민, At Hyeon-U's Place, type C-print, 120ⅹ120cm, 2000
한국의 사진을 최초로 단독으로 소개한 이번 기획전의 커미셔너를 맡은 김승곤은 “한국의 사진계는 지금, 매월 100회가 넘는 사진전이 열리는 등 활항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사진의 다양한 국면과 젊은 세대의 사진가들의 역량을 보여준다는 관점에서 참가 사진가들을 선정했습니다.”고 말한다.
구성수, New Years Day Morning, gelatin-silver print, 150ⅹ120cm, 2000
일본의 사진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 사진이 뜨거운 것 같다.”는 말들이 오갔다. 월드컵 공동 개최에 맞춰서 열리는 「사람・바람―한국 현대사진의 지평」전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현된 기획전이다.
사람과 풍경을 주제로 한 아홉 명의 작품
사람, 바람. 전시장에는 이 두 가지 주제에 따라 아홉 명의 사진작품 약 60점이 전시되었다. ‘가족, 혈연’을 키워드로 창작을 계속하는 최광호, 친구의 가정의 일상적인 장면을 각성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선민, 자신의 처를 중형 카메라로 담담하게 기록하는 구성수, 지인들의 실제 생활 공간에서 그들의 누드를 정면에서 촬영하는 김옥선, 사진을 이어 붙여서 불가사의한 오브제를 만드는 권오상.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김옥선, Yi-Eun in a Room with the Laundry, type C-print, 123ⅹ164cm, 2001
그리고 한편으로는 「바람=풍경」을 주제로 해서 자신과 외부 현실과의 관계성을 추구하는 사진가들. 한국의 풍경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나무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병우, 곤충들의 이미지를 통해서 죽음과 기억 등에 의식을 표현하려는 구본창, 복수의 사진을 하나로 묶어서 독특한 울림을 가진 풍경을 출현시키는 김장섭, 바다와 전원 등 자연 풍경에서 아이덴티티를 찾아내려는 정주하…. 1950년에 태어난 배병우에서부터 1974년생인 권오상까지 참가 사진가들의 세대는 폭이 넓지만, 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이들 세대가 현대의 한국 사진계의 중심이라는 사실 것을 보여준다. 50년대에 태어난 사진가들이 현재의 활황의 베이스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냈고, 6, 70년대에 출생한 사진가들이 그런 활기를 이어받아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추구한다고 하는 도식을 떠올린 수 있다.
해외사진의 교류와 수용에 의한 변용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진은 사회적인 현실을 기록하고 고발하는 보수적인 미디어로서, 또는 아마추어 중심의 취미적인 도구로 여겨졌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사진가들이 대두되면서 사진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이후, 정부의 문화적인 개방정책과 고도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해외 유학의 길이 열리고, 새롭고 보다 자유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찾아 미국과 유럽, 일본으로 유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증가. 그 ‘유학 1세대’들이 귀국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최광호, Hole and Unification, gelatin-silver print(punched, 21ⅹ17cm, 1999-2002
김승곤은 말한다. “그들은 귀국 후, 미술계 대학에서 교편을 잡거나 프로 사진가로서 활동하면서 젊은 사진가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 무렵 구미에서는 사진은 이미 현대미술 가운데에서 확실한 위상이 확립되어 있었지만, 한국에는 몇 개의 작은 규모의 사진화랑들이 있을 뿐,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나 인쇄매체, 감상 대중이라고 하는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연한 일로, 변화의 움직임은 그들 내부에서부터 일어났습니다. 『사진은 더욱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공감대가 그들 사이에 형성되었고, 수많은 그룹전들이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권오상, Fear of 280 Pieces, type C-print / mixed media, 90ⅹ100ⅹ40cm, 2001
김승곤은 이러한 그룹전을 기획한 이른바 제1세대 사진가 그룹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1973년에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에 유학. 그 후 츠쿠바(後筑)대학 대학원에서 시각전달 디자인의 석사과정을 마친 후 83년에 귀국할 때까지 일본의 다양한 사진가들과 교류를 넓혀 나갔다.
권오상, An Alien-A Statement in the viewfinder Composed of 350 Pieces,
type C-print / mixed media, 170ⅹ50ⅹ40cm, 2001
일본에서는 그 당시 토마스 쇼메이(東松照明), 호소에 에이코(細江英公), 나라하라 잇코(奈良原一高), 아라키 노부요시(荒木経惟), 모리야마 다이도(森山大道) 등의 워크숍 사진학교들이 설립되었고, 그들 아래에 모인 젊은 세대의 ‘인디펜던트 포토그래퍼’들이 도처에서 그룹전과 개인전,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많은 사진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유학 시절에 사진가나 친구들과 만나서 사진에 관한 얘기로 격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자극들이 김승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배병우, Sonamu Series, gelatin-silver print, 168ⅹ84cm, 1992
1983년에 귀국한 김승곤은 「타임스페이스」라고 하는 사진 에이전시와 갤러리를 만들어, 앤셀 애덤즈, 나라하라 잇코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는 한편, 1989년부터는 일본대학과 츠쿠바대학원의 동창생이기도 한 이이자와 코타로와 전시기획자 쿠라모치 고로(倉持吾郞) 등과 함께 일본대사관 광보문화원에서 「유럽의 현대사진」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해서 유럽의 현대사진을 소개하고, 「일본의 현대사진」을 시리즈로 기획, 야마자키 히로시(山崎博), 히로가와 다이시(広川泰士), 야마무라 가쇼(山村雅昭), 미야모토 류우지(宮本隆司) 등의 전시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다. 그의 이런 활동들은 어떤 형태로나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한국사진을 변화시킨 두 개의 그룹전
1989년의 「사진―새 시좌(The New Wave of Photography)」전은 독일 유학을 마친 구본창, 미국에서 귀국한 이주용과 한옥선, 일본과 미국에 유학한 최광호 등 8명이 참가해서 열린 전시다. 스트레이트한 사진을 비롯해서 뉴 컬러, 뉴 토포그래픽스, 컨셉추얼 아트 등 당시 세계에 폭넓은 유행을 보인 80년대 이후의 사진의 경향을 흡수한 이들의 작품은젊은 사진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김승곤은 이 전시에 맞춰 열린 세미나에서 사진에 있어서의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향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다.
정주하, The West Sea, gelatin-silver print, 50ⅹ60cm, 1998-2001
1991년에 개최된 「한국사진의 수평(The Horizon of Korean Photography)」전은 한국의 사진의 장면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계기를 만들어낸 하나의 “사건”이라고 불릴만한 대규모 그룹전이었다. 이번 「사람・바람」전에도 출품한 배병우와 김장섭 등이 중심이 되어 실현된 전시의 중심적인 표현은 이른바 ‘메이킹 포토’로 불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진에 현대미술의 요소를 끌어들여서 콜라주와 핸드 컬러링, 다중노출, 설치와 입체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한 작품들을 발표, 한국사진을 변화시킬 커다란 무브먼트를 일으켰다.
이이자와 코타로는 「사람・바람」전이 개최되는 동안 열린 심포지움 석상에서 이 그룹전을 「프린트의 질에서나 벽면에 디스플레이된 방식이나 작품들 상호간의 관계성에 있어서는 ‘거칠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출품작들에서는 압도적인 박력을 느꼈다.」고 술회한다. 이 그룹전의 기획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승곤은 “그때까지의 전통적인 사진의 규범들을 해체시키고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하나의 수평선상에 늘어놓자는 것이 전시의 목표였습니다.”고 말한다. “세련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때까지의 사진을 에워싼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격하고 역동적인 힘에 넘쳐 있었습니다.”
김장섭, Beyond Landscape, Youngam, chibachrome prints, 105ⅹ150cm, 2000
이 시리즈는 199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속되었다. 92년에 열린 2회째에는 69명의 한국 사진가 이외에 일본과 대만에서 각각 5명씩의 사진가들이 참가했고, 마지막 3회째에는 프랑스와 독일, 이태리 등 17명의 우럽 사진가들과 4명의 일본 사진가 등 총 80여명의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대규모 전시로 치러졌다.
걷잡을 수 없는 변화의 물결
대만의 사진평론가인 우자바오(呉嘉寶)는 「에이지안 뷰(Asian View) ― 약동하는 아시아」전 전시 도록에 실린 「사진문화의 형성과 가치판단 기준의 주조」에서 “사회가 폐쇄적이면 그럴수록…(중략)세대간의 ‘카피 효과’나 스타일을 흉내 내는 관계는 친밀한 것이 되고, 반대로 개방적인 사회에서는 계승 효과가 희박해지게 된다.”고 적고 있다.
한국 사진은 이때까지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새로운 것에 대해서 민감한 기질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젊은’ 등 그 이후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 수많은 그룹전들의 타이틀을 보면 새로운 표현에 대한 경도와 열기가 전해 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젊은 사진가들의 자유로운 표현에 대해서 「한국인」(1996), 「사진은 사진이다」(1996) 등 사진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안티테제의 기치를 건 그룹전들도 잇달아 생산되었다. 일종의 기울기에 대한 반대 방향으로의 기울기 현상인 셈이다. 문화가 성숙해 나가는 과도기에서는 이처럼 시계의 추는 양극을 향해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구본창, Good-bye Paradise Odonata, Dragonfly,
liquid light on rice paper, 42ⅹ50ⅹ7cm, 1993
1990년대 후반부터 작품을 발표해온 6, 70년대에 태어난 사진가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가거나, 사진집과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수입된 사진의 경향을 거의 리얼타임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세대이다. 많은 한국의 사진가들의 시선은 이제 ‘커다란 이야기’ 대신 자기 자신의 주변이나 별로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일상적인 것들에 향해져 있다. 이른바 ‘메이킹 포토’의 유행은 일단락되고, 중형과 대형 카메라로 풍경과 사람들을 진지하게 기록하는 스트레이트한 사진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10년 전만 해도 사진에 벽을 내주는 일을 꺼렸던 대형 미술관들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사진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또 광주 비엔날레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고, 사진을 표현 매체로 구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수도 현저하게 늘고 있다. 한국사진 시스템의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사진가들의 표현력과 발신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사진은 앞으로도 이 여세를 몰아갈 것이다.
현대의 한국사진이 뜨겁고 재미있게 보이는 것은 최근 몇 년간의 급격한 변화 때문일 것이다. “일본이 과거 50년에 걸쳐 이루었던 변화가 한국에서는 10년 사이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응축된 힘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지요. 문화적인 흡수력이나 적응력이 뛰어난 국민성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고 김승곤은 말한다. 「사람・바람」전은 그런 ‘고도성장기’에 놓여있는 한국의 현대사진을 조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쯔치야 노리코(土屋典子)
※ 본 기사는 일본 국제교류기금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원문은 다음 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jpf.go.jp/jkxx/jkxx_2002/model/photo01/j_photo01_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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