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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짧은 전시리뷰 (2008) /잘 치뤄진, 그러나 불친절한 대구사진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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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치뤄진, 그러나 불친절한 대구사진비엔날레
비엔날레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베니스 비엔날레. 1895년부터 시작되었으니까금년으로 193년째다. 휘트니미술관에서 해마다 미술 이벤트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 1932년, MoMA에 사진부문이 생기는 것은 1940년 일이다. 1980년대 들어서부터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굵직한 미술행사에는 반드시 사진이 들어가 있다. 사진을 미디어로 한 표현까지 계산에 넣으면 걸리는 작품의 반수 이상이 사진이다. 지난 2000년 휘트니비엔날레 카탈로그에 전년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국제상을 수상한 사진가이자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더그 에이켄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도 그런 현대미술 지형변화를 짐작케 만드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아직 사진부문도 사진전문 큐레이터 한 사람도 없다. 2001년에 강원도 영월에 최초이자 유일한 공립사진미술관이 건립되고, 금년 7회 째 동강사진축제가 치러지던 것이, 재작년부터는 서울과 대구에서도 잇달아 국제 규모의 사진행사가 열리는 등 뒤늦게 불 이붙었다. 좋은 조짐이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10.31 - 11.16)의 프로그램이 동질의 문화적 뿌리를 공유한 동북아지역의 한자어권국가들을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앤 터커를 비롯해서 십여 명에 이르는 국제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키 퍼즌들을 포트폴리오 리뷰어로 불러 모아서 국제규모의 행사로서 성격도 갖추고 있다. 포트폴리오 리뷰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작품의 의도나 가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영향력을 가진 리뷰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절호의 기회다. 포트폴리오 리뷰의 중요성은 특히 해외와의 네트워크가 취약한 우리 같은 경우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한국 측 리뷰어 리스트 가운데 끼어 있는 몇 사람의 이름을 보며 절망적인 생각이든 것은 리뷰를 신청한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사진비엔날레를 성공시키려면
비엔날레를 성공시키려면 유능한 큐레이터와 명확한 주제, 국제적인 현대사진의 맥을 짚을 수 있는 워크숍과 심포지엄, 참가자들의 만남과 정보교환의 장을 제공하고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서 매스컴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보는 한 이번 행사에서는 고르게 갖춰져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사진의 전통과 역사가 깊은 대구는 사진가와 대학 숫자도 많고 사진의 문화적인 배경과 성숙도나, 생산 과 소비 여건도 갖춰진 알맞은 도시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런 수준들 에 비해서 전시 공간이나 잡지매체, 이론가, 기획자, 조직력 같은, 국 제적인 규모의 행사를 치르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약하다. 이만한 행사의 준비기간이 겨우 1년 남짓이라고 들으면 외국 선수들은 웃는다. 조직위원회도 운영의 자율성이나 전문성이 얼마나 보장되었는지 모르겠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1억 원, 동강사진축제가 3억 원쯤 들었는데,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시에서 5억 원에 중앙정부의 매칭펀드 4억 원을 합해서 무려 9억 원이나 들였다고 한다. 그만하면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는 얘기는 나올 수 없다. 또 하나, 모처럼 대구를 찾은 초행길의 관람객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았던 것도 흠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넓은 시내 끝에서 끝으로 널려 있는 전시장을 모두 돌아보려면 3박 4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와 인내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리다. 하지만 한마디로 모두 애를 많이 썼고, 두번째 치고는 규모도 성과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행사였다. 2010년이 기다려진다.
글/김승곤(사진비평가,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
이 글은 서울아트가이드 2008년 12월호에 실린 전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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